고인의 명복을...
은지가 죽었다.
나는 그와 안면이 있긴 하지만 잘은 모른다. 은지가 진보신당 언론국장을 하던 2009년과 2010년, 야당 담당을 하면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전화해 일정을 물어보곤 했다. 같이 밥 먹은 적도 몇 번 있는 것 같다. 학교 동기였다는 걸 안 건 한참 뒤였다.
2012년 총선 당시엔 은지가 비례대표로 나선다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후원금을 얼마 보탰다. 그리고는 주로 SNS를 통해 소식을 전해들었다. 진보신당은 힘든 시기를 겪다 노동당으로 당명을 바꿨고 은지는 부대변인을 거쳐 대변인이 됐다다 부대표까지 하게 됐다.
일찍 결혼한 은지에게 사내애 하나가 있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페이스북엔 주로 '녀석'이라고 하면서 육아일기 비슷한 걸 가끔 적기도 했다. 2009년, 2010년 당시엔 국회 어린이집에 맡길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던 기억도 난다.
대변인이 되면서부터는 언론 인터뷰에도 자주 나왔던 은지가 어느 때부터인지 SNS서도 소식이 뜸했다. 은지가 2014년 3월 8일 새벽 그렇게 떠났다.
마음이 헛헛하다.
무슨 말을 어떻게 보태야할지 몰라 그 많은 추모의 글에 좋아요 하나 없이 지나쳤다. 사실 내가 은지를 가장 많이 불렀던 호칭은 박 국장님인데, 떠난 뒤에 처음으로 이름을 부른다. 좀 더 친했더라면, 이름을 부르는 사이였다면 어땠을까. 다른 지인들 말처럼 "아이고 미친 년" 그랬을까. 공허감이 더 컸을런지는 잘 모르겠네.
사람은 두번 죽는다고 했다. 한 번은 육체적으로, 또 한 번은 타인의 기억 속에서 사라짐으로써 정신적으로 죽는다고.
...고인의 명복을 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