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나 확인이 늦어진 이유는...
신동아는 7월호 머릿기사로 [박원순 시장 아들의 수상한 '작은 결혼식'/특급호텔보다 비싼 곳에서 특혜 의혹]을 실었다. 발간 다음날인 18일에야 이 기사에 대해 알게 됐는데 해당 기사가 아니라 이 기사에 대한 서울시 반박을 담은 다른 매체의 기사를 통해서였다. (기사보기) 서울시에 확인해본 내용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신동아의 해당 기사를 봐야 판단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찾아보니 유료였다. 1건에 1,000원. 평소 같았으면 결제해서 봤을 것이다. (포털 등에서 제공하는 별 내용 없는 인물 정보도 필요하면 유료 결제해서 보곤 했었다.) 그런데 이날 따라 여러 일정이 겹쳐 여유가 없었다. 또 유료 결제를 하려면 동아닷컴에 로그인해야 하고, 그러려면 가입이 돼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고... 서울시의 반박이 워낙 거센 듯하여 신동아 측이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오버'하다 오보를 낸 게 아닌가 싶었다. 그래서 이 문제는 그렇게 지나쳤다.
이틀이 지나 서울시 직원과 점심을 먹을 때 다시 이 기사가 화제에 올랐다. 기사 본문을 보지 못했기에 얹을 말이 없었다. 그저 "그 기사가 유료라서 그런지 보통 이런 기사가 나오면 여러 네티즌이 퍼나르고 했을 텐데 무료인 서울시 반박 기사만 많이 눈에 띄더라고요. 하하" 하는 정도로 넘어갔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는데 오늘 출근해보니 신동아 7월호가 있기에 기사를 찬찬히 읽어봤다.
기사의 논지는 대강 이러했다.
박원순 시장은 스스로 작은 결혼식 실천을 공언해왔다 -> 박 시장 아들 결혼식은 한국가구박물관에서 열렸다 -> 한국가구박물관에서는 종종 결혼식이 열리는데 그 비용은 특급호텔 이상이다 -> 박 시장 아들 결혼식은 원래 박물관에서 하듯 돈을 냈다면 호화, 돈을 덜 냈다면 특혜 논란을 빚을 사안이다...
이에 대해 박 시장으로부터 받은 답변서 내용도 기사에 반영됐다.
-처음엔 교회에서 하려했지만 날짜 장소가 알려지면서 조용한 장소를 물색했고 알고 지내던 가구박물관 관장이 이런 사정을 이해해 박물관에서 식을 올리게 됐다
-신랑 측(박 시장 측)은 청첩 찍지 않고 직계가족 등 30여 명만 참석했다. 신부 측에도 양해를 구했지만 신랑 측보다는 많이 참석하게 돼 합쳐서 100~150명이 참석했다.
-작고 간소한 결혼식을 원하는 양가의 뜻을 존중한 박물관 측이 내용을 조정해줘 식사는 1인당 4만원선에 맞추고 꽃 장식도 2개만 하는 등 간소하게 진행됐다.
여기에 서울시 측 해명에서 나온 내용을 추가하면, 식사비용은 모두 천만 원 정도 들었고 다른 비용 모두 합쳐 1700만원이 나와 양측이 나눠서 냈다, 이 정도로 정리된다.
신동아 기사에 따르면, 하객 2백 명 기준으로 할 때 한국가구박물관의 식대는 120명까지는 1인당 12만원, 그 이상은 1인당 8만원이며, 케이터링 비용은 550만원, 대관료 2천만 원, 꽃 장식 천 2백만 원, 주차대행 서비스 3백 30만 원으로 합쳐서 6160만 원이다.
하지만 그 결혼식에는 100~150명이 참석했으니 식대나 케이터링 비용, 주차대행 서비스 비용도 좀 줄었을 것. 또 꽃 장식도 2개만 했다하니 더 적게 들었을 것이다. 추정컨대 1인당 4만 원선인 식대에 케이터링 비용을 합쳐 천만 원 정도 든 것 같고, 나머지 비용이 7백만 원 정도가 아닐까 싶다.
당장 내년에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하는데다 이후 다른 가능성도 염두에 둘 박원순 시장이다. 그렇잖아도 여러 문제로 곤욕을 치렀던 아들의 결혼식을 호화롭게 할 정도로 무모하진 않았을 것으로 본다. 그렇기에 신동아 기사의 '호화' 결혼식 의혹은 서울시 설명이 맞는 것 같다.
신동아 기사 뒷부분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가구박물관은 박 시장 자녀 예식에 한해서만 '가격 조정'을 해준 것일까. 아니면... 일반 고객도 작고 간소한 예식을 원한다면 음식 종류와 가짓수를 조정해 식대를 깎아주고 꽃 장식 규모를 줄여주고 있을까..."
"...아무리 일반 견적가를 몰랐고 내용을 간소하게 했다고 하더라도, 일반인이 예식을 올리려면 수천만 원을 내야 하는 장소를 택한 점은 공인으로서 주의 깊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을 소지가 있다..."
이런 비판은 가능하다고 본다. 누구나 할 수 있는 걸 박 시장이 했다면 특혜가 아니다. 박 시장이기에 편의를 봐주고 가격 조정해주고 박물관 저렴하게 대관해줬다면, 그래도 특혜가 아닐까.
신동아 기사의 끝은 박 시장 답변서 끝에 담긴 내용으로 마무리된다.
"작고 조용한 결혼식을 하겠다는 평소 철학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대한 노력했음을 말씀드린다"
최대한 노력했다는 건 글자 그대로 이해할 만하다. 하지만 특혜 논란 또한 제기할 만한 문제로 보인다.
서울시의 발빠른 대응, 유료기사라 전문 확인이 늦어졌던 점, 나의 게으름 등이 더해져 구체적인 내용 확인과 판단이 닷새나 늦어졌다. 파급력이 그리 큰 사안 같지는 않은데다 굳이 이 기사가 머릿기사로 갈 만한 것 같진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너무 늦었다. 반성하자.
**중재위 판단이 어떻게 나올지 참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