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생각

마광수

면리장 침 2016. 6. 29. 14:18
그가 은퇴한다니 떠오르는 추억 하나.

나는 야한 여자가 좋다로 한창 야명?을 날리던 마광수 교수가 즐거운 사라라는 소설을 낸다고 해서 일찌감치 장안의 화제였다.

당시 그 대단하다는 중2였던 나는 이 소식을 접하고는 구입을 결심했다.


소설이 출간돼 서점에 깔린 직후 동네 서점을 방문해 이 책을 샀다. 서점 주인은 약간 어리둥절한 표정이었으나 군말없이 내줬다. 

즐거운 사라는 명성만큼 야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대강 읽고 방에 던져뒀는데 어를 본 엄마가 우려 담긴 목소리로 한말씀 하셨던 듯.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즐거운 사라는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고 마광수 교수는 구속됐던 것 같다.(기억이 정확치는 않다)


판매금지를 예측했던 나는 중2스럽게 출판의 자유를 억압하는 정부당국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책을 샀노라고 떠들었던 것 같다. 저런 용어를 쓰진 않았겠지만...

판금 당한 책이니만큼 책값은 내가 산 값에 비해 더 치솟았을 것으로 기대됐다.(이런 건 떠들지 않았다.) 


매체에서 더 화제가 되면서 엄마는 다시 한번 저 책 치우라고 경고했다. 엄마한테는 정부당국 항의 운운 떠들 수가 없어 알겠노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반의 다른 애한테 책을 샀던 가격 정도에 되팔았다. 그렇게 즐거운 사라는 내 곁을 떠났다. 


잘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 내용에 큰 감흥은 없었다. 나중에 짐작하게 된 마교수의 성적 지향 혹은 취향이 그리 마음이 가지도 않았다.


하지만 헌법으로 보장된 언론 출판의 자유가 저런 식으로 유린당할 정도였던 것이다, 90년대 또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