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프러제트(7/12)
-주말에 영화 서프러제트를 봤다. Suffragette라는 처음 들어보는 말이 엄연히 제목,,, 무슨 뜻일까 했더니 여성 참정권 운동가를 이르는 말이었다. 내가 영어를 잘 모르긴 하나 좀 알았더라도 몰랐을 법한 말이었던 것 같다고 자위한다...
-이 영화는 영화 자체보다도 서프러제트 상영 중 폭행남 사건 때문에 더 많이 알려졌다. 몇주 전 기사로 접한 그 사건은 영화관에서 옆자리에 앉은 여성을 폭행한 40대 남성의 범죄다. ('무죄 추정의 원칙'이 원칙이겠으나 이 폭행남이 무죄일 가능성은 굉장히 낮아보인다.) 어쨌든 이 남성은 서프러제트를 보러 영화관에 들어와 자기 옆에 앉아서 영화를 보던 30대 여성과 시비했고 이 여성을 욕하고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체포됐다.(신고로 경찰이 출동했겠지..) 사건 발생이 6월 26일이니 7월 중순 현재 이 남성은 폭행 혐의로 입건돼 현재는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단계이리라.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예상 가능한 내용이긴 했다. 아예 대놓고 여성 참정권 운동에 관한 영화...라고 자막 깔고 시작한다. 런던에서 대를 이어 세탁공장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가 주인공으로, 이 여성이 여성 참정권 획득 운동에 뛰어들게 되는 계기와 그 과정에서 겪는 고초, 큰 사건, 그리고 피날레... 실존 인물은 아니고 여러 인물이 합쳐져 창조된 가상의 주인공인 듯. 페미니스트들에 대해 먹고 살만한 중산층 여성들의 취미생활 이런 식으로 비아냥대는 시선이 21세기에도 여전한 상황에서 귀족 내지는 중산층 이상의 생활을 하는 여성이 아니라 노동자 계급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택한 감독의 전술은 자못 성공적이었던 것 같다. 반면 유색 인종이 전혀 등장하지 않아 백인 여성들만의 운동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고도 한다.
여성을 대변하는 것도 남성, 여성의 권리도 남성이 갖고 있고, 여성은 남성의 부속 내지는 하수인, 뭐 그런 식인데 별것 아닌 것 같은 여성의 투표 참여, 피선거권 등이 이런 과정을 거쳐서 따낼 수 있었다는, 건조한 책 속의 몇줄을 영상으로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건 기본으로 깔고, 100년 뒤의 한국인데도 갖가지 시츄에이션들이 몹시도 기시감이 짙어 한숨이 나오는 그런 재미는 씁쓸하다. 세탁공장 사장(물론 남성)의 발언과 그의 비위를 맞추면서 호가호위하는 직원들(역시 남성), 이 사장의 성추행과 전횡이라든가, 한때 다정했던, 그러나 그냥 그자리에 있어야만 다정한 남편의 배신, 약하게 처리됐으나 살짜기 걸쳐진, 전혀 기사를 쓰지 않는 언론에 대한 비판이라든가..
-영화는 그냥저냥 재미나게 봤는데... 다시 처음으로... 저 폭행남은 당최 무슨 생각으로 이 영화를 본 것일까. 굉장히 흥미롭다. 도대체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나 한번 봐주자 하는 심산으로 영화관에 갔을까? 그리고는 옆자리 여성에게 영화를 보던 분노를 방사?
21세기 한국은 참으로 기이한 일들의 연속이다. 이러니 굳이 영화를 보지 않고 소설을 읽지 않고 뉴스만 보지... 한국 언론의 미래는 사실 밝은 거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