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생각
'사퇴론 일축'이 적절한 표현인가?
면리장 침
2016. 7. 20. 15:13
일축 (一蹴) [명사] 1. 제안이나 부탁 따위를 단번에 거절하거나 물리침.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이 최근 불거진 여러 의혹에 대해 부인하면서 사퇴론을 일축했다고 한다. 여기서 일축이란 발로 걷어차듯 제안 등을 단번에 거절하거나 물리친 것이다. 단어의 뜻은 그러하나 대체로 이런 표현을 쓴다는 건 해당 의혹 등이 근거없고 음해에 가까우니 여기에 얽매이지 않고 가겠노라.. 하는 의지를 부여하는 느낌이다.
개별 사건 하나만 놓고 보면 그럴 수도 있겠으나, 넥슨이 부동산 매매와 상속세 해결에 도움을 줬을 것이란 의혹에, 홍만표 변호사와 함께 변론하고 1억 수임료를 챙겼다는 의혹에, 의경 아들의 보직 특혜 의혹이 쏟아진 상황이다. 우 수석이야 그럴 수 있겠는데 언론에서 "우병우 수석은 야당의 사퇴 요구 등 사퇴론을 일축했다"고 쓰는 게 적절한 표현인가. 그냥 "...사퇴 요구를 수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도로 쓰는 게 더 나은 표현 아닐까.
본인이 사퇴론을 '일축'한다고 해서 의혹이 가시고 논란이 '일축'된다면야 그럴 수 있겠지만 그런 상황은 아니니.. 논란을 잠재우고 싶은 (우 수석의) 마음에 언론이 일조하는 게 '일축' 표현 같아서 보는 마음이 편하지 않다.
게다가 이건 전형적으로... 언론에서만 쓰는 용어 아닌가. 누가 요즘에 농담 아니고서야 일상사에서 '일축'이라는 말을 쓰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