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과 생각

이게 무슨 특혜냐!... 공감

면리장 침 2016. 7. 21. 13:54

옛날 옛적...이라고 해야하나 암튼 나 군대 갈 때 90년대 말 이야기다.


훈련소 거쳐 스무 명 남짓 모여 따로 교육받았는데 자대 희망지역을 적어내라 했다. A 3, B 3, C 2... 이런 식으로 불러주면서 되도록 겹치지 않게 지원하라 했다. 서울 사는 이들이 많았으나 서울은 없었다. 일단 유일한 애 아빠에게 경기 한 자리를 양보해놓고 숙의했다. 경기, 충청, 강원 이렇게가 배치될 부대가 있는 곳들이었다. 그중 강원은 연고자도 없고 아무도 원치 않아 경기와 충청에 몰리게 됐다.


이 와중에 아무 관심 없다는 듯 뒹굴뒹굴하는 1명이 있었다. 왜 그러냐 물었더니 "난 대구 갈 꺼야"라고 짧게 답한다. 집이 대구였다. 이번에 대구 없다던데..했더니 네가 뭘 모른다는 듯이 살짝 웃고는 반응이 없었다. 희망지역을 적어낸 다음날 배치 결과를 발표했다. 나를 포함한 나머지가 뭘 모르는 게 맞았다.


티오가 없다던 대구에 한 자리가 생겼고 그가 가게 됐다. 대신 경기 한 자리가 줄었다. 아무도 원치 않던 강원엔 지금이나 그때나 한결같이 별게 없던 나와, 호남이 고향인 2명이 배치됐다. 없던 티오를 만들어 대구에 가게 된 그의 백부인지 숙부인지가 장군이었다고 뒤에 전해들었다.


내가 강원 부대로 간 게 꼭 그치 때문은 아닐 것이다. 누군가는 가야했을테니. 다른 데 안 가봐서 비교하긴 어렵지만 그 부대가 나쁘진 않았다. 휴가 때 집에 가려면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는 것(익산, 광주가 집인 다른 동기들은 훨씬 더 많이 걸렸다), 5월에도 눈이 왔던 기이한 환경이었던 것...그외에도 어쨌거나 군대였으니까.


다만 그를 생각해보면 꼭 자대 배치만 그랬을까 싶다. 이후 인생에서도 가능한대로 '빽'과 '편법'을 동원해 살고 있겠지. 나이는 나보다 4살 정도 많았던 듯. 개새끼.


"아들이 병역 기피한 것도 아닌데.."라는 어느 수석비서관님의 발언에서 '까짓 꺼 빼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지만 안했다' 하는 아버지 마음이 느껴진다. 아들이 유학까지 중단하고 병역 의무를 다하러 돌아왔다는데 말이다. 병역 기피도 아니고 고작 조금 편한 데로 옮긴 건데 이게 무슨 특혜냐... 사소한 편의에 불과하지... 특혜는커녕 혜택도 아니라는 정서가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싶다.(그런 건 알아서 해줘야지 부탁하고 자시고도 없을 터) 개돼지와는 기준이 다를테니까.


내 아버지와 어머니는 아들을 오지로 보내 고생시켰다고 마음 아파했다. 누구라도, 뭐라도 찾아서 부탁했다면 가까운 데 갈 수 있지 않았겠냐며. 그 마음을 짐작이야 하지만 아쉬움은 살짝 있었다.


누가 빽을 동원하든 말든 너는 규정대로 다녀와라, 너의 사소한 편의를 위해 편법을 동원하진 말자, 후진 나라의 규정이라도 지키되 잘못된 건 기억했다가 개선하도록 해라, 정도로 말씀해주셨더라면 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