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일기/북적북적

북적북적67/무라카미 류 '69'

면리장 침 2016. 11. 11. 15:50

북적북적67 '69' -> 듣기


골라듣는 뉴스룸, 일요일 책 읽는 시간, 북적북적,  저는 심영구 기자입니다.


인생에서 가장 즐거웠던 때를 꼽으라면 여러분은 언제쯤이신가요. 아직 오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열 일곱살이었던 1969년을, 인생에서 세번째로 재미있었던 시기로 꼽았던 한 소설가가 있습니다, 이 소설을 쓸 때 나이는 32세.. 

동성의 소설가 하루키에 비하면 요즘 좀 뜸한 것 같습니다만,  제가 이 소설을 처음 읽었던 2000년 즈음엔 두 명의 무라카미가 당대를 풍미했다..고 저는 느꼈습니다. 


오늘 가지고 온 책은 그 무라카미 류가 쓴 씩스티 나인, 육십구입니다. 1969년에다 다른 함의도 있습니다.

제가 읽을 때도 31년 전이었지만, 지금은 무려 46년 전이네요.. 그래서 더더욱 아득한 옛날 같은 1969년입니다.


비틀스와 롤링스톤스와 히피문화가 세상을 휩쓸고 베트남전쟁이 한창이던 불순했던 69년, 열일곱살 아웃사이더들의 혁명 같은 학원쾌담.. 책 표지에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무라카미 류의 소설을 많이 읽진 않았지만 그 몇권 중에서도 이 69은 무라카미 류 풍이 아니다 싶게 재미있고 시종일관 유쾌합니다. 저는 한때 이 소설을 인생의 책으로 삼겠노라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나이 먹으니까 생각이 달라졌습니다만.


낭독을 허락해준 출판사 작가정신과 무라카미 류씨에게 감사드립니다.


먼저 시대 배경과 등장인물 소개가 이뤄지는 첫 장 랭보를 읽겠습니다. 랭보는 프랑스 시인 이름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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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고 하면 거짓말이고..는 화자인 겐이 즐겨쓰는 표현입니다. 허세 가득한 겐의 행태를 열거할 때 계속 쓰입니다. 장난 하냐..는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이 소설이 계속 이렇습니다. 


열 일곱살 남자고등학생들의 머리 속에 들어있는 건 여러가지가 있겠습니다만, 그중 큰 하나는 욕망, 혹은 욕구 같습니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겐도 여러 명분을 갖다붙이지만 실은 맘에 드는 여자아이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바리케이드 봉쇄를 감행합니다.


바리케이드 봉쇄는 농성을 하기 위해 특정 공간을 점거해 봉쇄하고 거기 자기들의 주장을 담은 현수막 따위를 내걸고 투쟁하는 걸 뜻하는데요, 이 1969년 즈음 일본에서 바리케이드 봉쇄는 기성 사회에 저항하는 쿨한 행위로 보였던 것 같습니다. 


한밤에 집을 몰래 빠져나와 자기들이 다니는 학교의 바리케이드 봉쇄를 감행하는.. 장을 읽겠습니다.



-----상상력이 권력을 쟁취한다


이후 잠시의 쾌감을 맛보다 바리케이드 봉쇄는 탄로나고 경찰에 연행되고 일당들은 처분을 받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정학받은 주제에 또다시 '페스티벌'을 공모하고 바리케이드 봉쇄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역시 쿨한 페스티벌이었죠, 그렇게 여러 곡절을 겪으면서 1969년을 보냅니다. 


어찌보면 소설만큼이나 인상적인 지은이의 말이 마지막에 있습니다.  즐겁게 살지 않는 것은 죄다..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이걸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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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겁게 살겠다, 본때를 보여주겠다, 작가의 반복되는 말은 좀 강박적이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 저 같은 사람은 때때로 과거의 원한이 생각날 때도 있지만 잘 잊어버리고 사는데요.. 넌 즐겁게 살아야만 해 그러지 않으면 죄를 짓는 거야.. 권력과 앞잡이들을 조롱해야만 해.. 이런 생각에 20대의 저는 공감했는데 요즘의 저는 썩 공감가진 않았습니다. 그래야 즐거운 것인지도요.


그런 짓들이 지금도 눈앞에서 반복된다면 지적하고 비판해야겠지만 과거의 일에서 머물러있다면 무시하고 나대로 즐겁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방편의 하나로 

이 책 안 읽었다면 일독 추천합니다.


이 팟캐스트가 업로드됐을 때 시점에선 어제인 11월 12일 집회 상황이 꽤나 궁금한데요, 이미 지났겠지만 많이 화가 나서 집회에 나오셨던 분들도 다른 이유로 나오셨던 분들도 세상을 바꿔간다는지 하는 나름의 즐거움 찾으셨길 바라겠습니다.


오랜 시간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