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왜 '사회지도층'일까
아주 사소하면서 또 진부해보이기까지 하는 지적 하나 하겠습니다.
서울시가 어제 보도자료를 하나 냈습니다.
지난해부터 변호사, 의사, 정치인, 경제인, 방송인과 종교단체 체납자에 대해 특별 관리를 통해 체납 세금 24억 원을 징수하고는 성과를 거뒀다는 내용입니다.
이중에는 특히 사채업자 장영자씨가 체납한 세금 8억 2천 6백만 원을 철저한 조사와 분석 끝에 거의 16년 만에 징수하는 성과를 낸 것은 칭찬할 만한 일입니다. 최근 크게 주목받고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지방세 체납분 4천여만 원도 거둬들일 수 있으면 좋겠지만 이는 절차상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고요.
박원순 시장도 이런 38세금 징수팀의 성과를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거의 4천 명, 댓글도 2백여 개가 달렸습니다. 당연히 대부분 잘했다는 내용이죠.
저는 그런데 이 보도자료, 이에 대한 기사들, 박 시장의 페이스북 글을 보면서 조금은 거북했습니다. 낱말 하나가 걸려서입니다.
'사회지도층'.
쉽게 찾을 수 있는 포털 국어사전엔 '사회지도층'은 없고 '지도층'만 있습니다.
지도-층指導層: 어떤 목적이나 방향으로 남을 가르쳐 이끌 만한 위치에 있는 계층.
영어사전엔 이렇게 나와 있네요.
leading people of the society
어떤 의미인지는 알겠습니다. 변호사나 의사 같은 전문직 종사자, 정치인, 경제인, 방송인, 종교단체 통칭하면 '사회지도층'이라고 할 수 있겠죠.
하지만 '사회지도층'이란 말이 등장하는 건 대개
"...사회지도층이 모범을 보이지 못하고... 사회지도층의 범죄가 드러나..사회지도층 인사 00를 적발하고..."
이런 경우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단지 직종이 그렇다고 하여 사회지도층이라고 부를 필요가 있을까요.
저는 잠시 고민하다 이렇게 기사를 썼습니다.
서울시는 올해 상반기
고액 체납자에 대한 특별 관리를 통해
체납액 24억 원을 징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의사와 경제인, 교수 등
고액 체납자 14명으로부터
21억 3천만 원,
종교단체 8곳으로부터
2억 6천만 원의 체납세금을 징수했습니다.
금융사기 사건으로 교도소에 수감 중인
장영자 씨는 1987년 발생한
주민세 등 10건, 8억 2천만 원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었는데
서울시는 장씨의 선순위 채권 공매를 통해
미납 세금을 모두 받아냈습니다.
다만 지방세 4천여만 원을 체납 중인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절차에 따라 소명 및 납부 기회를 준 뒤
대응할 방침입니다.
정말 사소한 이야기지만
안 좋은 사안에만 등장하는 사회지도층,
저나 다른 기자들이나 서울시나
다른 적절한 말을 고민해봤으면 하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