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편날..
뉴스 개편하는 날이다.
보도본부장이 된 김성준 앵커가 2년 만에 돌아온다. 시청자 입장에서 질문하고 기자가 답하며 진실만을 추구하는 뉴스, 선택과 집중에 충실한 뉴스, 여러 좋은 말이 흘러다닌다. SBS가 앵커 카드로는 제시할 수 있는 최고이자 최후의 카드를 내밀었다. 반대로 말하면 김성준 앵커로도 SBS 뉴스의 추락을 붙잡지 못하면 대책이 없다는 얘기다.
이는 그러나 앵커가 뉴스의 전부인 줄 아는 이들이나 할 법한 소리이기도 하다. 앵커는 뉴스의 '닻'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다. 손석희 앵커도 그렇다. 그가 좋은 리더이며 방송인이겠으나(단지 좋은... 이라는 표현만으로 부족하지만) 혼자 다할 수는 없다.('다' 하는 것도 아니다. 손석희 앵커가 현장에 나가는 일은 세월호 참사 때 팽목항 다녀온 것 말고는 거의 없을 것.) 취재하고 제작하는 이들, 기자 PD AD 카메라기자 카메라맨 오디오맨 기술감독 작가 CG 등이 없으면 그저 '닻'만 덩그러니 있을 뿐이다. JTBC가 최고의 성취를 보였던 데에는 손석희 앵커의 역할이 컸겠으나 이는 앵커로서의 역할 못지 않게 혹은 그 이상으로 보도 부문 사장으로서의 역할이 컸을 것 같다고 짐작한다.
그런 의미에서 벼랑 끝에 선 SBS 뉴스의 앵커로 나선 이가 뉴스의 총 책임자이기도 하다는 점이 더 의미 있다. 그간 지상파로서 이점을 크게 누려왔다면(크게 라는 수식어에 동의하기는 어렵지만... 사실 5-6년 전만 하더라도 양대 지상파에 치여왔고 그 이후에는 역시 양대 지상파에 묶여 끌려다녔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상업적이지도 그렇다고 공영방송의 본분인 것처럼 공익적이지도 못했다.) 이제는 지상파의 프리미엄이 혜택이나 이점만이 아니라 실력에도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다. 최소 두 달에서 6개월은 버텨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
그러나 즐거운 나날이 될 수 있다. 정상이 아니라, 정상 언저리에서 추락했다가 다시 추격하는 입장에서, 일단은 기사 되는 걸 탄탄하게 취재해오면 방송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국면은 대선까지는, 대선 이후 몇달 간은 지속될 수 있다. 그 이후는 알 수 없으나...
이런 상황인데 뉴스 관련 부서에 있지 않다. 남 일 아니지만 남 일 같다. 뭐하고 있는 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