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박제된 악마인가, 한물간 개그맨인가?'
전두환이 1931년생이란 사실을 새삼 알게 됐다.
그렇다면 1979년 쿠데타 당시엔 48세, 1980년 광주 때나 이후 대통령으로 취임했을 땐 49세에 불과했던 것. 8년 뒤 권좌에서 물러났을 때도 57세, 1995년 내란죄 등으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사형, 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을 때도 겨우 64세였다. 18년이 더 지난 지금은 82세, 현재도 건강한 듯하다.
젊은 나이였다는 걸 깨닫고 놀랐다.
스승이라고 할 박정희와 비교하면 박정희는 1917년생, 1961년 쿠데타 당시엔 54세, 저격 당했을 때인 1979년엔 72세다.
그렇다고 해도 어쨌든 노인네, 꽤 길게는 20년, 보통은 10년 남짓이면 아마 그도 다른 이들처럼 세상을 떠날 것으로 보인다. 더 간단하게 말해 곧 무덤 속으로 갈 노인네라는 말이다.
그런 노인에게 나는 어떤 감정을 갖고 있나.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강풀의 만화와 이를 원작으로 한 영화 '26년'도 어떤 영향을 줬겠으나 대체로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 축에 들면 "전재산이 29만 원밖에 없다고 우기는 옛날에 독재자였다는 한 노인네"로 좀 우스꽝스럽다는 느낌을 갖지 않을까? 그 이전 세대는 다를까?
[아직 살아있는 자 전두환]의 저자는 '노장군은 박제된 악마이거나 한물간 개그맨인가?''민주주의가 1979년의 시대정신이었다면 7년간 성공적으로 시대정신에 맞서 싸운 그 사람은 누구인가'라고 반문한다.
이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여러 가지 시도를 글로 적었는데, 얼개가 짜였다기보다는 마치 연재했던 쪽글이나 여러 지면의 글을 거칠게 묶어놓은 느낌이다. 그래서일까, 읽어가면서 확 끌어당기던 흡입력은 차차 줄어갔다만 이런 식의 접근 자체만으로도 훌륭하고 귀중하다.
전두환에 대한 이런 식의 연구는 내가 과문한 탓이겠으나 이뤄지지 않았던 것 같다.
저자는 사적으로도 아는 사이다.
2004년 여의도 농민 집회 취재 당시 처음 만났던 기억이 있는데 그는 그때의 만남을 기억하지 못했다. 이후 한참이 지나 2010년 국회에서 야당 담당을 하면서 다시 재회했다. 언론사 입사시기는 나와 비슷하다. 같은 기간 동안 그는 이 책을 포함해 책 2권의 저자가 됐고 자신의 회사 안에서는 "섬세하고 독특한 글을 쓰는 스타일리스트"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나는 그동안 뭐 했는지... 질투도 나지만 책을 직접 구입해 인세엔 일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