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라면집에서...
최근 들른 어느 일본라면집.
식탁 7-8개 정도 놓은 크지 않은 가게였는데 저쪽에 먼저 온 손님 8명 정도가 있었고 내 일행 3명이 그 다음에 왔다. 주문과 서빙, 계산까지 맡은 직원 1명이 있었고 주방에 2명. 그래서 홀 직원이 좀 바빴다. 또 지켜보니 이 일을 한지도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요령이 좀 부족해보였다. 암튼 저쪽 서빙이 어느 정도 진행된 듯하여 주문하기 위해 불렀는데 바빠서 그랬는지 듣는 둥 마는 둥. 여러 차례 불러도 오지 않다가 한참 지나서야 왔다.
유부우동과 미소라멘, 가라미소라멘을 하나씩 시켰다. 이 직원, 계산대에 다시 입력을 해야하는지 다시 얘기해달라고 했다. 그리 했다. 잘 못 들었다며 또 물었다. 약간 어이 없었으나 다시 얘기했다.
십여 분 기다리고 나니 주문한 음식이 하나씩 나왔다. 유부우동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그 다음부터가 문제였다. 쇼유라멘이요, 하면서 가져왔다. 또 하나는 말 없이 가져와 놓았다. 저는 미소라멘 시켰는데요, 하고 물으니 쇼유라멘을 가리키며, 이거예요, 하고 그 직원은 말했다. 동행인에게 가져온 건 딱 보니 미소라멘 같았는데 가라미소라멘 맞단다. 제가 미소고 이쪽은 가라미소인데요? 그러니까 맞게 나온 거예요. 직원은 어찌됐든 맞게 가져 왔다고 주장했다.
이거 뭐지?, 싶긴 했는데 일단 먹기 시작했다. 어차피 미소라멘이 딱히 먹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고. 근데 참 맛이 없었다. 그래서였는지 불러서 잘못 나왔다는 걸 얘기하자는 동행인 말에 계산할 때 얘기하지 뭐, 했다. 꼼꼼한 동행인, 잘못 나온 메뉴 가격이 더 싸다는 사실 발견했다.(5백원 쌌다) 예의 그 직원을 불렀다.
이거 잘못 나온 거 아니에요? 아니에요, 맞게 나왔어요. 계속 맞다고 주장하는 그 직원, 거들었다. 쇼유가 간장국물이고 미소가 된장국물인데 이게 미소라멘이라고요? 딱 봐도 간장국물이잖아요. 또 가라미소는 매운 맛이라고 했는데 이건 그냥 된장국물, 미소잖아요. 엉뚱한 걸 가져와 놓고 계속 맞다고 그러시는 거예요?
직원이 주춤하더니, 난 몰라요, 해버리는 거 아닌가. 난 쇼유가 뭐고 미소가 뭔지 몰라요, 거푸 선언하는 그 직원. 너무나 어이가 없어 잠시 공황 상태에 빠졌으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이제까지 계속 맞다고 우기다가 이제 와서 모른다고요? 이게 지금 할 말입니까? 주문을 착각해 잘못 나왔다면 그렇게 인정하고 죄송하다 하면 되지 지금 뭐하는 거예요?
목소리가 높아지자 그제야 주방에 있던 주인이 나왔다. 이미 상황은 다 파악한 듯, 죄송하다고 거듭 머리를 숙이며 다시 해드릴까요 하고 물었다. 미소를 먹든 쇼유를 먹든 별 상관 없었고 그 직원의 어처구니 없는 태도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기에 주인의 사과를 받아들이고 상황은 정리했다. 홀 뒤쪽으로 자리를 피한 그 직원은 주인에게도 계속 몰랐다고 우기고 있었다. 몰랐던 게 거짓은 아니었을테지만 서빙하는 직원이 갖춰야할 태도도 아니었을 터.
잠시 뒤 나온 그 직원은 서비스로 커피 드릴까요, 하고 물었다. 우리 일행은 아무도 그 집에서 커피를 마실 기분은 아니었기에 괜찮아요, 하고 거절했다. 계산을 하고 나섰다. 나온 음식에 맞는 가격대로, 5백 원을 더 지불하지는 않았다.
그 가게는 이날 처음 방문한 도시의 관문에 있었다. 내게는 그 가게, 그 직원 때문에 이 도시까지 좋은 인상으로 남지 못하게 됐다.
손님은 물론 왕이 아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들도 분명 사람이다.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지불한 가격만큼의 대우를 받길 기대하기 마련이다. 특별한 친절도 특별한 불친절도 기대하지 않는다. 주문을 하면 주문한 음식이 제대로 나오기를 바랄 뿐. 혹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지면 그뿐.(제대로 다시 가져오든지, 사과를 하고 양해를 구하든지.)
이런 사소한 일을 이토록 장황하게 적은 이유는, 이런 일이 일상다반사이기 때문이다. 발뺌하고 부인하고 그러다 맞다고 우기고 나중엔 모르는 일이라고 잡아떼고, 어디서 많이 본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