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서울을 거닐다 생각

금연구역 3천여 곳, 단속 인원은 61명…실효 있을까?

면리장 침 2013. 6. 22. 11:11

*블로그를 새로 만들며 작년과 올해 썼던 취재 뒷얘기(취재파일)을 퍼옵니다.

-2013.3.20. 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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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구역 확대와 관련한 취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동대문구의회의 조례개정 소식을 접하면서였습니다. 그럼 어디까지 늘어나는 걸까, 정말 담배 피우기 힘들어지는 걸까, 하는 물음의 답을 찾아봤습니다.

금연구역은, 알고보니 우선 국민건강증진법에서 규정한 것과, 자치단체 조례와 규칙으로 지정한 것으로 구분됐습니다.

국회, 정부, 학교, 의료기관, 어린이집, 대합실, 어린이용 승합차, 목욕장, 게임방(2013년 6월부터), 만화방 등이 법으로 규정한 금연구역입니다. 공통점은 다 실내라는 것입니다. 예전과는 달리 실내에서의 금연은 법으로 정할 정도로 이제는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상황이 됐습니다.

자치단체가 정한 금연구역부터는 실외로 넘어갑니다. 최근 금연구역과 관련한 이슈는 죄다 실외 금연구역입니다. 간접 흡연의 폐해가 부각되면서입니다. 다중이 이용하는 곳이라면 전부 금연구역으로 지정하겠다는 구상입니다.

현재 서울시가 지정한 금연구역은 서울광장과 공원, 중앙차로 버스정류소 등 362곳입니다. 올해 하반기에는 가로변 정류소 5천 여 곳, 내년에는 학교정화구역 2천 여 곳까지 금연구역이 됩니다.

여기에 서울 내 25개 자치구가 지정한 금연구역이 또 있습니다. 자치구 공원, 가스충전소/주유소, 놀이터, 강남대로 등등 모두 3,007곳입니다.

이렇게 해서 2013년 1월 현재 서울시와 25개 자치구가 지정한 금연구역은 3,369곳에 이릅니다. 서울만 이렇다는 것이고 다른 광역자치단체로 가면 더 많아지겠죠.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장소에서는 흡연하지 못하도록 한다, 어린이, 청소년 보호는 더 철저하게 한다, 가 금연구역을 정하는 기준인 것 같습니다. 서울시 계획대로 진행되면 광장, 공원 등 면적이 큰 곳이 많기 때문에 2015년까지 서울 전체 면적의 20% 정도가 금연구역이 된다고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말 어디 가서 피우란 말이야 하는 볼멘소리가 나올 수도 있겠습니다.

일단은 이렇게 금연구역이 넓어진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정말 이곳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는 걸까 하는 의문이 듭니다. 즉 금연구역 지정의 실효성 문제입니다. 이렇게 많은 금연구역에서 누군가 담배를 피웠는데 아무런 제재도 받지 않는다면? 그런 상태로 하나둘 계속 담배를 피워댄다면 그 금연구역은 무늬만 금연구역이 되겠죠.

그런데 실제로 그렇습니다. 주위의 눈총을 다소 받을지는 몰라도 몇몇 구역을 제외하고는 현재도 3천 곳이 넘는 금연구역에서 흡연한다고 해서 적발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적발되면 적게는 5만원, 많게는 10만원의 과태료를 물게 되는 데도 말이죠.

단속 인원이 적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서울 전 지역에 있는 금연구역 위반 단속 전담인력은 61명에 불과합니다. 집중 단속 기간 등에는 좀 늘어나겠습니다만 각 자치구별로 평시에는 1-2명 정도 수준입니다. 동대문구 같은 경우도 전담인력은 2명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조례가 개정돼 어린이 관련 시설 269곳 주변 10미터 지역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돼 5월부터 위반시 과태료를 부과할 계획이지만 2명의 인력으로 어떻게 한다는 건 의아합니다. 다른 자치구도 마찬가지 상황입니다.

금연구역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것만 전담하는 인력도 늘려가기만 할 순 없는 것 아니냐는 게 자치구들 입장입니다. 금연구역 지정은 일종의 선언, 상징적인 조치로, 흡연자들이 알아서 지키도록 캠페인 등을 통해 인식 개선을 해나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구로·도봉·동작·성동·성북·은평구  6곳의 지난해 금연구역 위반 단속 실적은 0명, 강북·금천·노원·서대문·중랑구 5곳은 달랑 1명 단속했습니다.

근데 서초구는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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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구는 지난해 3월 강남대로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하면서(강남대로의 보도는 서초구와 강남구가 한쪽씩 관할합니다) 전담 단속인력을 18명을 신규 채용했습니다. 행정인력 2명을 제외하고는 8명씩 낮과 저녁 시간대를 나눠 강남대로만 전담해서 단속합니다. 대신 과태료는 5만원으로 다른 자치구의 절반 수준입니다. 석달의 계도기간을 거쳐 6월부터 본격 단속을 시작했는데 7개월 동안 9천 79명을 적발했습니다. 서울 전체의 84% 수준입니다. 서초구 설명으로는 금연구역 지정 당시에는 하루에 최고 4백명이 강남대로에서 담배를 피웠지만 단속 뒤에는 40명 수준으로 줄었다고 합니다. 단속팀과 함께 강남대로를 가봤더니 큰길에서는 흡연자를 찾는다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길 양쪽 끝에 따로 마련된 흡연공간에서는 많은 분들이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서초구는 또 강남터미널 앞 광장도 금연구역으로 이미 지정해 4월부터 단속에 나서고, 남부터미널 앞 거리도 7월부터 단속할 예정입니다. 강남대로는 어느 정도 정착 단계라고 보고 신규 인력 채용 대신 기존 인력을 분산하는 방식으로 하겠다고 합니다.

자 여기까지 놓고 보면 금연구역이 갈수록 늘고는 있지만 서울에서 담배 피우기란 그리 어렵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단속 인력이 상주하다시피 하는 서울의 주요 광장과 일부 자치구에서 열심히 단속하는 강남대로 같은 곳만 피하면 금연구역이라고 해도 적어도 금전적인 제재 없이 흡연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피운다는 주변의 눈총은 감당해야겠지만요. 서초구가 단속을 엄격하게 한다고 해도 그 많은 금연구역을 어떻게 다 감당하겠습니까.

금연구역 지정, 대세처럼 계속 늘어가고 있고 위반시 과태료도 부과하게 돼 있지만 현실에서의 단속은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결국은 금연구역을 정하는 취지가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공간에서는 흡연하지 말자는 것인데 흡연자들이 이런 취지에 공감하지 않으면 정말 실효성이 없는 조치입니다.

이전 취재파일에서는 '일부 흡연자' 얘기를 했지만, 일부가 아니라 대다수의 흡연자들이 금연구역을 정하는 취지에 공감하고 실천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이를 위해 적정한 수의, 위치의 흡연공간이 마련돼야 하는 게 전제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