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서울을 거닐다 생각

요금 올려도 '승차 거부' 근절 안 되는 이유는..

면리장 침 2013. 10. 13. 19:06

4년 만에 요금 인상, 서비스도 개선!

 

서울 택시 요금이 4년 만에 올랐다.

 

그동안 물가나 유류비 오른 데 비하면 너무 늦었다는 지적도 많다. 옳은 지적이다. 4년 만인데도 인상 폭이 썩 크지는 않다. 많이 올릴 수는 없는 거다. 기본요금 6백 원 인상, 기존 요금 체계대로 거리를 따지면 864미터, 인상된 요금 체계로도 852미터 더 갈 정도의 요금이다. 기본요금보다는 시계외 요금를 부활시킨 데 따른 요금 인상 효과가 더 크다. 서울로 출퇴근하는 경기도민들이 체감하는 요금 인상 정도가 더 큰 건 그래서다.

 

서울시는 요금 인상과 함께 택시 서비스도 혁신하겠다고 밝혔다. 아무리 요금 인상 요인이 크다 해도 시민들은 불만이다. 이를 무릅쓰고 올린 만큼 그동안 불만이었던 서비스도 이참에 개선한다는 것. 택시내 흡연 금지나 지정된 복장 착용 등 여러 내용이 있지만 가장 주목받은 건 승차 거부 근절 대책이었다. 택시에 대한 가장 큰 불만이 승차 거부였기에 그러했다.

 

 

승차 거부 그대로.. 요금만 올랐다

 

하지만 승차 거부는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아니 변한 게 없어 보였다. 변한 건 택시 요금뿐인 듯했다. 요금 인상 하루 만에 바뀌길 기대하는 건 무리일 것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서비스 혁신대책은 이미 시행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 요금 인상 일주일 뒤면, 혹은 한 달 뒤면, 석 달이 지나면 상황이 달라질까?

 

대개 승차 거부하는 건 법인 택시기사들이라고 한다. 개인택시 기사는 상대적으로 고령이라 야간 운행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단다. 법인택시 기사들의 처우가 열악한데다 사납금 부담도 크기 때문에 "돈 되는 손님만 골라 태우려는 경향"이 더 많다는 거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는 월급 자체를 평균 27만 원 올리고 실제 이용하는 것만큼 유류비를 지원하며 또 사납금 인상분의 84%는 기사 처우 개선에 사용하도록 택시 임단협에 명시했다고 설명했다.

 

 

택시 기사들의 반응은...

 

설명대로면 꽤 나아질 것 같은데 택시기사들의 반응은 좀 달랐다.

 

"사납금이 2만 5천 원 올랐다는데 이게 뭐냐면... 가스를 지금보다 하루에 10리터 더 주니까 만 원이죠, 1리터에 천원씩 잡으면. 그렇게 만 원어치 지원해주면 실제로는 사납금이 만 5천 원 오르는 거죠. 그러면 법인 택시기사들이 한달에 26일 일하니까 하루 만 오천 원씩 하면 한 달에 39만 원 오르는 거예요. 우리는 월급을 32만 원 올려준다는데 39만 원 더 내라고 하면 누가 이익이에요? 택시회사 이익 아니에요? 기사는 만날 꽝이라니까요."

 

 

25,000원/1일(사납금) -10,000원/1일(가스비)

=15,000원/1일(실제 사납금)

 

-> 15,000원X 26일 = 390,000원

 

 

 "개인 택시는 자기가 사장이니까 (요금이 오르면) 좋아요, 수입이 오르니까. 근데 우리 같은 법인기사들은 아니다 이거예요. 입금이 오르면 우리만 더 죽는 거예요, 손님 없을 때는 완전히 죽는 거예요. 그렇잖아요, 지금도 사납금 채우기가 힘든데... 예를 들어 내가 몸이 조금이라도 아프면 일을 못 할 것 아닙니까. 그럼 입금 못해요. 그럼 그거 몇 번만 했다하면 채우기 얼마나 힘든지 아세요."

 

"요금이 오른다고 해서 손님이 많아집니까? 더 떨어진다 이거예요. 그러면 수입이 오를 수가 없죠."

 

"고정 월급제가 아닌 이상은 (요금 인상은) 그림의 떡이죠. 입금을 못하고 그러면 부족한 부분에 대해 월급에서 공제를 해버리니까 올려줘도 아무 소용도 없는 거예요.

 

 

입증하기 힘든 '승차 거부'

 

승차 거부 근절 대책으로, 요금 인상 외에 단속과 처벌 강화도 제시됐다. 이전 기사와 취재파일을 통해 처벌 강화라는 대책이 큰 의미 없다고 지적했지만 또다른 문제는 '승차 거부' 자체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승차 거부 당한 시민이 120 다산콜센터에 신고하면 서울시 교통지도과는 해당 기사의 운행정보를 확인하고 진술을 받아 이를 해당 구청으로 넘긴다. 해당 구청에서 승차 거부가 맞는지, 어떤 처벌을 할지 결정하게 된다. 이 과정이 보통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걸린다. 신고한 시민이 불려다닐 일은 없겠으나 기사가 승차 거부한 적 없다고 부인하면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 당시 상황을 촬영해놓은 것도 아니고.

 

실제로 신고 건수의 10% 정도만이 승차 거부로 인정돼 처벌받는다고 한다. 이번 서울시 대책처럼 차량 뒷번호 4자리만으로 신고가 가능하게 간편화했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거다.

(다산콜센터에 승차 거부 신고에 대해 물어봤더니 전화받은 직원은 서울시 발표와는 달리 차량 번호가 전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렇지 않으면 택시 회사와 기사 이름이 있어야 신고가 가능하다고 했다. 서울시 대책이 아직 전파되지 않은 것인가?)

 

 

승차 거부를 정말 근절하려면...

 

택시 승차 거부는 심야 시간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국지적인 현상이다. 서울시나 여러 전문가들이 진단하는 대로 그 시간 그 장소의 수급 불균형이 원인이긴 하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서울시는 대체수단으로 심야버스를 도입했고 심야 전용택시도 아직 숫자는 적지만 운행하도록 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원인은 그냥 손 드는 손님만 태워서는 수입이 보장 안되는 현재 택시의 수입 구조에 있다. 손님을 골라 태워 일정 정도의 수입을 올려야만 생활이 가능한 지금의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승차 거부 근절은 요원해보인다.

 

그러나 그런 구조를 바꾸려면, 시간도 오래 걸릴 뿐더러 효과도 즉시 나타나지 않고 이해당사자들의 저항도 심할 것이다. 어려운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