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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에, 소송에... 그런데도 '보복'은 아니라는 세종문화회관

기사 보기 => 세종문화회관, 심사에 소송까지…"폭로 보복"



"정말 왜 이러는 걸까요? 누가 좀 시원하게 설명 좀 해줬으면 좋겠어요."


또 세종문화회관이다. 그것도 같은 사건이다.


세종문화회관 산하 삼청각에서 10년 가까이 일해온 김모씨는 지난해 12월 해고당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주된 건 횡령이었다. 법인카드로 자신의 차에 37만 5천 원어치를 주유했다는 게 횡령이라는 것이었다. 회관은 또 김씨를 해고한 뒤 횡령 의혹을 밝혀달라며 종로경찰서에 수사 의뢰했다.


경찰 수사 결과는 곧 나왔다. 업무상 이용한 게 인정된다며 '혐의 없음'으로 사건을 종결했다. 김씨는 부당 해고 당했다며 서울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다. 지방노동위원회는 김씨가 일부 규정을 위반한 사실은 있어 징계는 정당하나 그런 정도의 위반으로 해고까지 하는 건 지나쳐 '부당 해고'라고 판정했다. 지노위 판정에 따라 김씨는 복직했다. 이게 지난 5월까지다.





그리고 6개월, 그런데 복직한 김씨의 상황은 나아진 게 없었다.


회관은 김씨를 복직시키면서도 중앙노동위에 다시 심사해달라며 재심을 신청했다. 서울 중앙지검에는 김씨를 업무상 횡령과 배임 혐의로 고소했다. 사건은 혜화경찰서로 배당됐다. 김씨는 또다시 노동위 심사와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 


수개월이 지나 먼저 검찰/경찰 조사 결과가 나왔다. 검찰은 약간 내용이 달라지긴 했으나 이 사건은 전체적으로 종로경찰서에서 수사해 종결한 것과 동일한 내용으로 그때와 마찬가지로 횡령이라고 볼 만한 증거가 충분치 않고 추가된 증거도 없다며 불기소 처분(혐의 없음)을 했다. 이어 중앙노동위 판정도 나왔다. 중노위는 지노위 판정처럼 일부 규정 위반으로 해고까지는 하는 건 지나치다며 '부당 해고'가 맞다며 재심 신청을 기각했다.





1년새 김씨는 경찰과 검찰 조사를 받고 지방노동위와 중앙노동위 심사를 받았다. 이 4개 기관이 모두 세종문화회관이 김씨를 해고한 건 '부당해고'에다, 김씨의 횡령/배임 의혹은 '혐의 없음'이라고 판단했다. 


이렇게 되자, 세종문화회관은 어떤 조치를 취했는가. 소송을 냈다.




정확히는 중앙노동위의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행정소송을 낸 것이다. 피고는 일단 중앙노동위원장이긴 하나 주된 내용은 역시 김씨의 해고가 적법했는지를 가리는 것이기에 김씨는 피고 보조참가인으로 소송에 참여해야 한다. 원칙적으로 3심제이기에 1심, 2심 결과에 불복하면 대법원까지도 갈 수 있다.


1심 결과가 나오는 데만 최소 6개월, 길게는 1년은 걸린다. 김씨는 앞으로도 한동안은 자신이 부당 해고 당했다는 걸 입증하는 데 매달려야 할 처지가 됐다. 


소송 결과는 예단할 수 없다. 다만 앞서 4개 기관이 '혐의 없음' '부당 해고'라고 판단한 데 비춰보면 소송 결과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세종문화회관은 왜 승소할 가능성도 높아보이지 않는 소송을 택했을까.


이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세종문화회관이 내놓은 입장이다. 회관은, 일관되게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지침에 따라 일견 사소해보이는 규정 위반, 횡령 사건이라도 엄중하게 조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원칙에 의거해 김씨 해고는 정당하게 이뤄졌기 때문에, 법으로 이 문제를 가리기 위해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다른 설명은, 김씨 측이 이전부터 제시했다. 회관 최고위층의 의지라는 것이다.


김씨가 애초에 해고를 당한 배경엔, 김씨는 한참 전에 폭로한 내부 비리가 자리하고 있다. 간략하게 다시 언급하면 삼청각의 결혼 사업 대행사를 선정하는 과정에, 퇴사한 전 직원에게 특혜를 줘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는 의혹이 있었고 이를 김씨가 상사에게 알리고 사장에게 전달했다. 이후 이 문제가 시의원에게까지 알려지고 이런 비리 의혹에다 다른 운영 문제까지 겹치면서 세종문화회관 사상 처음으로 사장 해임 촉구 건의안에 시의회에 제출되는 등 회관의 박인배 대표는 퇴진 압박에 시달렸다. 이렇게까지 오게 된 단초를 제공한 김씨에게 박 대표가 앙심을 품어 이렇게까지 하는 게 아니냐는 게 김씨 측 주장이다. 


두 가지 다 가능한 설명이긴 하다.


다만 전자가 성립하려면 회관은 '원 스트라이크 아웃'이라는 지침이 왜 김씨가 내부 비리 의혹을 제기한 직후부터 김씨에게만 적용돼 해고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됐는지를 해명해야 한다. 지난 5월 이 사건을 첫 보도하기 전부터 계속 요구했지만 이에 대해 회관이 내놓은 건 아무것도 없다.


또 2014년 감사 결과 이후의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는지도 비교하면 될 것이다. 회관이 주장하는 기준대로면 올해 말에도 무더기 해고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회관이 이번 소송을 진행하는 게 착수금으로 지불한 돈은 770만 원이다. 소송 진행에 따라 추가 비용이 얼마나 들지는 모르겠다. 회관은 이 사건 외에도 무용단 지도단원 2명의 해고와 관련해 역시 중앙노동위까지 부당해고라고 판정하자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그 건의 착수금은 1100만 원이다. 


맨 처음 언급했던 김씨가 해고된 주된 이유인 횡령, 회관 주장에 의하면 횡령 금액은 37만 5천 원이었다. 서울시민의 돈 37만 5천 원이 횡령됐다면서 직원을 해고해놓고 부당해고로 판정나자 770만원을 들여 소송을 건 셈이다. 



마지막으로 묻고 싶다. 


세종문화회관은, '그 원칙'을, 지금의 박인배 대표가 퇴임하는 내년 1월 이후에도 고수할 것인가? 그리고 서울시는, 회관에 별 문제 없다며 방관하던 서울시는, 그런 태도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