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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라듣는 뉴스룸

북적북적93/ 밤마다 꾸는 그 꿈...' 밤이 선생이다' 북적북적93 '밤이 선생이다' 듣기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꿈꾸고 있었을 이 꿈을 아직도 우리가 안타깝게 꾸고 있다. 나는 내 글에 탁월한 경륜이나 심오한 철학을 담을 형편이 아니었지만, 오직 저 꿈이 잊히거나 군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작은 재주를 바쳤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밤이 짧아졌습니다. 곧 열대야가 찾아오면 잠 못 이루는 밤도 많겠지요.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 한숨 자고 나면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왠지 나아졌을 것 같은 기분, 밤의 위력이자 가르침일까 싶죠. 오늘 읽는 책은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입니다. 이 책은 문학비평가이면서 불문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황현산 선생이 여기저기 기고했던 글들을 묶어 2013년에 낸 산문집입니다. 그해 여.. 더보기
북적북적84/복종하거나 복종하지 않거나..'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북적북적84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 듣기 "나는 분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얼마나 자주 침묵했던가. 내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얼마나 자주 가만히 있었는가? 작은 뜨거운 점들은 우리 안에서 돌아다닌다. 어떤 상황에서는 그것이 밝게 빛나고, 어떤 상황에서는 빛을 잃는다." 2017년 3월 12일입니다. "한 나라의 정치 수준은 그 나라 국민의 수준"이라는 말에 저는 깊이 공감합니다. 촛불과 태극기로 대표되는 양대 세력의 분포나 대통령 탄핵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입니다. 지난 대선에서도 그랬고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봅니다만 어떤 결과라도 한국이 아직 이 정도..라는 것 아닌가 합니다. 너무 관조적인가요. '악의 평범성'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독일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책에 나오는 유명.. 더보기
북적북적83/"우린 물고기야, 죽어버린 거야"...'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북적북적83 '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 듣기 "우리는 물고기야, 죽어버린 거야. 그런 생각을 할 때 조제는 행복하다. 츠네오가 언제 조제 곁을 떠날지 알 수 없지만 곁에 있는 한 행복하고 그것으로 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제는 행복에 대해 생각할 때 그것을 늘 죽음과 같은 말로 여긴다. 완전무결한 행복은 죽음 그 자체다." 3월이 됐습니다. 약 1년 전 2016년 3월에 일본 영화 한 편이 다시 개봉했습니다. 영화관에서 봤으면 했는데 결국은 그러지 못하고 지나갔던 그 영화가 3월이 되니 떠오릅니다. 앞에 읽었던 저 문장들... 물고기, 조제, 츠네오... 많은 분들은 이 단어만 듣고도 뭔지 아셨겠지요. 원작 소설의 한 대목입니다. 1년 전 개봉했던 영화가 저 영화입니다. 13년 만에 다시 한국 상영.. 더보기
북적북적82/천국 가려면 어쩌라고?..'독서만담' 북적북적82 '독서만담' 듣기 "여전히 가장 접근하기 쉽고 믿을 만한 지식의 원전은 책이다. '책을 읽는다고 해서 돈이 되지는 않는다'라는 명제는 다시 쓰여야 한다. 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덮여 있다." 최근 읽은 책 중에 가장 마음에 남는 책은, 혹은 가슴에 챙긴 글의 구절이 있으신가요? 저부터가 이런 질문을 갑자기 받는다면 당황스러울 것 같습니다. 직업 특성상 매일 같이 수백 줄의 기사를 읽고 수많은 텍스트를 생산하고 소비합니다-생산과 소비가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네요, 쓰고 읽습니다. 나이 들면서 머리가 둔해져서도 그렇지만 잘 마음에 남진 않습니다. 때로는 책 그 자체만 남기도 합니다.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는 오래돼 진부해 보이기까지 하는 격언이 꽤 맞는 말 같습니다. 기사만 읽고 .. 더보기
북적북적81/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까? 북적북적81 '당신과 꼭 결혼하고 싶습니다' 듣기 "그녀의 손을 잡을 때, 팔을 뻗어 그녀의 손 가까이로 다가가서 손을 잡기까지 그 짧은 시간 동안, 나는 세상을 한 바퀴 돌아 그 손에 마침내 닿기까지의 시간이 다시 한번 되풀이되는 듯한 묘한 느낌이 들었다.... 나는 앞으로 어지간하면 다시는, 팔을 뻗어 이 손을 잡을 수 없는 거리 이상으로 그녀와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다." '결혼' 하면 어떤 생각이 먼저 드십니까. 결혼을 하겠다고 청첩장도 돌리고 대부분의 준비를 마치고 나서 며칠 남지 않았는데 우연히 저를 만나 "아직 늦지 않았다"라고 다시 생각해보라고 진지하게 권했던 어느 선배가 떠오릅니다. 당황 그 자체였습니다. '결혼은 해도 후회, 안 해도 후회'니까, 해 보라는, 오래된 농담 같은 .. 더보기
북적북적78/가사노동은 만악의 근원... '아내 가뭄' 북적북적78 '아내 가뭄' 듣기 "이렇게 무시무시할 정도로 모든 게 연결되어 있는 신세계에서 일과 가정을 나란히 놓고 보지 않으면 두 세계 모두를 이해할 수 없는 게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래서 어느 한쪽이 가물면 다른 쪽도 가문다는 사실을, 비는 모두에게 이롭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지도 모르겠다." 민족의 명절 설, 연휴 절반이 지나갔습니다. 이번 명절은 어떠셨습니까. 즐거우셨나요? 제 주변엔 부담스럽다는 분들도 제법 있었습니다. 휴일의 연속- 연휴에다 민족의 명절이라는 설 혹은 추석이 언제부터 이렇게 됐을까요. 즐겁기만 했던 분도 더러 있겠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지 않은 듯합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상당 부분은 '제사' 혹은 '차례'라는, 조상님도 이제는 썩 반기지 않을 것 같은, 그 의식에서 비롯되지.. 더보기
북적북적77/먹고 마시고 살며 생각하고...'미식견문록' 북적북적77 '미식견문록' 듣기 "사람을 고향과 이어주는 끈에는 참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위대한 문화, 웅대한 국민, 명예로운 역사. 그러나 고향에서 뻗어 나온 가장 질긴 끈은 영혼에 닿아 있다. 아니, 위胃에 닿아 있다. 이렇게 되면 끈이 아니라 밧줄이요, 억센 동아줄이다." 바뀌는 듯 마는 듯 맞이한 새해 2017년도 3주나 지났습니다. 새해 결심을 하셨다면 설 연휴를 앞두고 한번 되돌아볼 때 같기도 합니다. 최근 읽은 책들을 돌아보니 온통 신간 일색이라 조금 세월의 흔적이 묻어있는 책을 골랐습니다. 출간된 지 약간 지났으나 최근 다시 출간이 됐으니 다소 오래된 새책입니다. 지난 북적북적에서 변호사, 기자, 판사에 이어 이번엔 어떤 이가 쓴 책을 읽을까요, 했는데 동시통역사이자, 작가인 요네하.. 더보기
북적북적75/왜 정의는 늘 지연될까..'지연된 정의' 북적북적75 '지연된 정의' 듣기 "박 기자와 나는 이른바 'FM'대로 살지 않았다. 아니, 살지 못했다. 남들보다 늦거나 재탕을 반복했다. 인생이 지연됐다. 지연된 인생들이 힘을 합쳤다. 16,17년 동안 지연되었던 정의를 찾았다. 이것도 운명일까." '정의 사회 구현'이라는 구호를 내건 그 정권이 실은 쿠데타와 광주의 피를 통해 집권한 독재정권이었지요, 나이 들어 그런 헛된 구호를 떠올리며, 이 오염된 '정의'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정의로운 사회에 살고 있는 걸까요. '느린 민주주의'라는 표현도 나왔지만, 때로는 느려도 너무 느린 정의, 언제 오는지 아득할 때도 있습니다. 그러다 한순간 훅 들어오기도 하죠. 변명 같지만 이명박 정권 말기 비판의 날을 한껏 세웠던 SBS를 비롯한.. 더보기
북적북적72/대리 대통령 낳은 '대리사회' 북적북적72 '대리사회' 듣기 "우리는 더 이상 온전한 나로서 현상을 바라보고 사유하지 않는다. 스스로 판단하고 질문하는 법을 점차 잊어가고 있다. 대리사회의 괴물은 그러한 통제에 익숙해진 대리인간을 원한다." 2016년 12월 19일은 지금 청와대에 본의 아니게 칩거하게 된 그분이 당선된지 4주년인 날입니다. 그분이 대통령인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공동 정권' 혹은 '대리 대통령'이었다는 비판과 한숨도 지겨울 정도로 많이 나왔죠. 그런데 말입니다. 이 '대리'라는 거, 그분 말고 우리는 '대리'라는 말에서 자유로울까요. 지난주 읽은 '편의점 인간'에서는 매뉴얼대로, 정해진 틀에 맞게 살아가도록 강요하는 사회의 단면을 봤는데, 이번 책에서는 맨 위의 문장에 나왔듯, 통제받는 대리인간을 원하는 '대리사회'.. 더보기
북적북적 70/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북적북적 70 듣기 일요일엔 북적북적, 골라듣는뉴스룸의 유일한 1인 토크, 혼자 책 읽는 시간 북적북적입니다. 조금 더 수다스러워진 저는 심영구 기자입니다. 지난주 헌법의 풍경을 읽고 시의성을 염두에 두고 골랐다는 코멘트까지 남기고 나니, 이번주 역시 책 고르기 만만치 않았습니다. 연거푸 두 권을 조금 묵은 책을 했으니 이번엔 신간을 읽자,로 정했습니다. 무엇보다 현 시국의 중심인물은 대통령이니 대통령을 제목으로 쓴 책을 골랐습니다. 역대 대통령들은 어려서 희망이 어땠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장래희망은 대통령"... 인 아이들이 있을까요? 저 초등학교 다닐 때는 더러 있었던 것 같고 중학생 이후부터는 그런 얘기 하는 친구는 농담을 잘하거나 아니면 과대 망상이 심하거나 그렇게 봤던 것 같습니다. 요즘 아이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