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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

축사하는 시장님

-몇년 전 국회를 담당하던 시절, 종종 현안이나 법안 관련 토론회 취재할 일이 있었다.


토론회 형식은 대개 비슷했다. 관련 분야 교수나 학자 등이 좌장을 맡고 패널로 서너 명, 그중에는 정부 관계자와 시민단체 참가자 등이 포함돼 있고 발제 뒤 토론을 이어가는 식. 


국회 밖에서의 토론회와 달랐던 점은 꼭 유력 정치인의 축사가 있었다는 점이다. 여당이나 야당 대표나 원내대표 혹은 상임위원장급에서 이런 토론회의 축사를 하게 돼서 기쁘다는 취지의 축사를 했고 약속이나 한 듯이 대개 축사를 끝내고는 다른 일정이 있다며 토론회장을 떠났다.


이런 식의 축사가 꼭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여러 일정으로 공사다망한 정치인들이 이런 식으로 다른 의원들의 토론회에 관심 보이고 성의 표시하는 것 자체도 의미 있을 수 있다고 여겼다. 힘을 실어주는 의미가 될 수도 있고.


-불현듯 별것도 아닌 예전 일을 떠올린 건 오늘 서울시의 기자 설명회에 참가하면서다. 


서울시가 아파트 관리 실태 조사 결과에 대해 기자설명회를 하기로 했는데 원래는 설명자가 주택정책실장으로 돼 있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연락이 왔다. 종종 있는 일이기에 그러려니 했다. 


오늘 기자설명회가 열렸다. 시간 맞춰 시장이 들어왔다. 시장은 실태조사를 하게 된 배경과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한 5분 정도? 그리고는 다른 일정이 있다며 자리를 떴다. 조사 결과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예정대로 주택정책실장이 설명했다. 


물론 담당인 주택정책실 입장에서는 시장이 설명회에 나서주면 더 힘이 실린다고 볼 것이다. 기자들의 관심이나 주목도도 높아진다. 시장 입장에서도 주요 시정에 대해 직접 설명하면 홍보나 파급 효과가 더 커진다. 윈-윈으로 볼 수 있다.


-시장의 오늘 공식 일정은 11시 기자설명회 이후 13시 성동구 현장시장실이다. 아마 비공식 일정이 중간에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없어 그랬겠으나 이 사안에 대해 할애할 시간이 5분 밖에 없었을까. 


제3자인 내가 볼 때는 남의 일에 축사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