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연재된 <후레자식>이라는 웹툰이 있다. 이 웹툰 내용에 문제가 많은데 자신의 자녀가 아무런 제지 없이 볼 수 있게 노출돼 있다며 어느 아버지가 네이버와 웹툰 작가 등을 고소한 사건이 잔잔하게 화제다. 페이스북을 통해 이 내용을 접했는데 내 페친 성향 탓일까 대개는 이 아버지를 비판하는 입장이 타임라인에 많다. 흡사 게임 때문에 아이들이 과도한 폭력성을 보이게 된다거나 그런 경향과 흡사해뵌다.
-좀더 앞서서는 자기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교사가 홍대 클럽 앞에서 목격했다는 어느 어머니 사연이 화제였다. 그 여성인 교사는 짧은 옷을 입고 담배를 손에 든 채 있었다고 한다. 이런 교사가 자기 자녀를 가르친다는 데 분노했다며 그 어머니는 어린이집을 찾아가 따졌다. 그 과정에서 해당 교사의 가방을 뒤지기까지 했고 사과를 받아냈다고 한다. 이 사연은 그 어머니가 인터넷 게시판 어딘가에 글을 올리며 알려졌고 비난 댓글이 빗발치자 글쓴이라면서 "여러분도 애 키우면 저한테 공감할 것"이라는 재댓글도 달렸다.
-두 사연의 공통점은 내 자녀 교육에 대한 부정과 모정에 기반한 행위라는 것이다. 아이가 없으니 그 심경 온전히 이해할 수 없겠으나, 부모된 마음이면, 아이를 위한 행위라면 정당화할 수 있는가. 그런 자세는 아이 교육에, 아이에게 보탬이 되는가 라는 생각을 해본다.
웹툰을 고소한 아버지는 아이가 커나가면서 그외에도 무수한 콘텐츠들을 알게 될 것이다. 자기 맘에 들지 않거나 아이 정서에 해롭다고 생각되는 무수한 것들을 자기 자녀가 보는 걸 막을 수 없다는 것도 깨닫게 될테지만 그전까지는 그것들을 막기 위해 계속 고소할 것인가. 환경과 매체를 단속하기보다는 아이에게 콘텐츠를 보고 판단하고 걸러낼 수 있는 시야와 판단력, 소화력을 길러주는 게 우선 필요하고 그게 더 맞는 지도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에게 이 아버지가 판단한 유해한 콘텐츠가 꼭 유해할 것이라고 확언할 수도 없거니와 그 아버지는 곧 자신이 다종다양한 콘텐츠와 매체와 그외 여러 것들을 막기엔 너무나 무능하다는 걸 절감할 것 같다. 혹은 그런 아버지 자체가 유해할 수도 있다.
클럽 다니고 담배 피우는 교사가 자기 자녀를 가르치는 게 싫을 수도 있다고 본다. 그거야 본인 취향일테니.. 하지만 교사의 사생활이 자녀에게 악영향을 끼친다는 증거가 없는 한 - 이를테면 수업시간에 교사가 흡연한다든지, 클럽에서 현장수업을 진행한다거나...;; - 이를 문제 삼는 건 인권 침해, 사생활 침해로 보인다. 사실 21세기 대명천지에 클럽 다니고 담배 피우는 걸 악행인 것처럼 분노하는 여성이 있다는 게 놀랍다. 자녀가 어린이집 다닐 정도면 30대가 아닐까 싶은데... 참. 그래놓고 어린이집에 항의하러 가고 교사 면담하면서 가방을 뒤지겠다고 하고(담배 피우는지 증거를 잡겠다면서) 저런 발상과 실행력은 더더욱 놀랍다. 사적 견해로는 그 교사보다 그 어머니가 더 유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조금 다른 얘기이나.. 얼마전 휴가 때 제주를 다녀왔다. 비행기가 제주에 도착, 줄서 기다리다 내리기 위해 기내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는데 바로 뒤에 있던 아이들 몇을 데리고 있던 어머니가 "애들 좀 먼저 갈게요"하면서 밀고 나오더니 앞질러 갔다. 급히 내려야 할 위험한 상황도 아니었고 아이들이 울거나 그외 다른 일이 벌어진 상황도 아닌 듯했다. 기껏해야 10초, 20초 정도 먼저 내렸을까... 이런 상황에서 애들이 먼저 가야할 하등의 이유를 찾기 힘들었으나 애들을 내세워 그녀는 새치기했다. 어머니가 나서서 새치기 하는 걸 보면서 아이들은 뭘 배울까. 한심하다.
-언젠가 부모가 된다면, 정확히는 아버지가 된다면 내 아이에게 이런 짓거리를 하는 부모가 되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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