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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일기/북적북적

북적북적79/다시, 마법의 시간..'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북적북적79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 듣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책과 그 책을 읽는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아주 개인적인 사건이자 마법 같은 순간입니다. 온전히 책에 몰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쁨의 밀도는 아주 높습니다. 많든 적든 그동안 읽어온 책들과 그 책들을 읽으며 누린 여러 감정들, 느낌들을 떠올려보세요. 우리들은 누구나 그런 숱한 마법의 시간을 거쳐 지금 이 자리에 있습니다."


긴 하루가 지나면 한주는 훌쩍 흘러갑니다. 2017년도 한 달이 지나 2월이 됐습니다. 오늘은, 책을 소개하는 책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눈으로 봐야 할 그림책을, 글과 그림으로 소개한 책을 읽습니다. 책 이름은 '이토록 어여쁜 그림책'입니다. 저자는 시인과 기자와 출판평론가, 그리고 동화작가입니다.


사실 그림책은 잘 읽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책이란 생각에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림책엔 손이 덜 가서인지 지나치곤 했습니다. 저자들은 이를 그림책에 대한 가장 보편적인 오해라고 말합니다.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 그림책이라고도 합니다. 볼 수만 있다면 읽지 않거나 못하더라도 느낄 수 있는 게 그림책일 듯합니다. 4명의 저자는 모두 44권의 그림책을, '열심히 살아갈 당신'에게 추천합니다. 그림책 읽기는 '알뜰하고 사랑스러운 사치'라고도 표현합니다. '잊고 지낸 기쁨의 순간'을 돌려드리는 그림책 이야기 중 '종이책과 마주하는 그 순간의 기쁨'을 먼저 읽습니다.


"'내가 읽은 모든 책의 도서관'이라는 설정은 피할 수 없이 매혹적입니다. 잠 못 이루는 어느 날 밤, 어두운 거리에서 불을 밝히고 있는 나의 이동도서관을 만난다고 상상해보세요. 그곳에는 어떤 책들이 쌓여있고, 어떤 음악이 흘러나올까요. 거기 꽂혀 있을 책들을 읽었던 때로 단숨에 돌아가게 될 겁니다. 그 책을 읽으며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상상을 했었던가요. 어떤 책은 읽으면서 울거나 웃기도 했겠지요. 그중에서 특별히 당신을 이끌었던 '인생의 책'은 무엇인가요. 도서관을 만나기도 전에 그런 상상만으로도 마음이 설렙니다."


"손을 뻗으면 언제나 종이책이 있습니다. 책을 펼치기만 하면 책과 저만이 아는 은밀하고도 멋진 마법의 순간이 펼쳐집니다. 책을 읽는 기쁨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저 또한 저 설정에 홀딱 반했습니다. 어려서 종종했던 상상 중에 읽고 싶은 책들이 가득한 이동버스 같은 걸 만들어서 거기서 먹고 자고 책 보면서 살면 재밌겠다.. 그런 게 있었는데 이 그림책은 그런 상상의, 나만의 도서관이 등장합니다. 오..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런 걸 보면 저는 책과 관련된 뭐라도 할 운명이 아니었을까 하는 망상도 해봅니다.


다음 그림책은 앙큼하게 생긴 얼룩 고양이가 서 있는 표지의 책입니다. 제목은 '100만 번 산 고양이', 글의 제목은 "사랑하지 않았다면 백만 번을 살아도 산 것이 아닙니다."


"이 생을 살아가는 데 무엇이 필요할까요. 한 생을 전력을 다해 살았노라 말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그건 사랑받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하는 거라고, 그를 위해 목 놓아 울 수 있는 거라고 말하는 그림책이 있습니다."


"한 번도 누군가를 위해 울지 않았던 그는 사랑하는 이를 위해 백만 번이나 울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가 있는 고요하고 그리운 그곳으로 갔습니다. 자신보다 더 사랑하는 존재를 위해 백만 번이나 울고 나서야 그는 윤회의 업에서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몇 달이나 기다려 원하는 것을 얻게 되는 그 순간, 얼마나 기뻤을까요. 갖고 싶은 걸 언제나 가질 수 있거나 모든 걸 가질 순 없더라도 자기가 돈을 벌어 필요한 걸 사는 성인이 되면 좀처럼 누리기 힘든 기쁨이지요. 한 소녀가 새 옷을 얻게 되는 과정을 그린 그림책 표지에는 내용처럼 빨간 외투를 입은 소녀가 서 있습니다. 기쁜 표정 같습니다. "눈부신 빨강, 감사와 기쁨의 상징"을 읽습니다.


"돈도 상점도 없는 전쟁 폐허에서의 겨울, 어린 딸 안나에게 우중충하게 낡고 작은 코트를 입히며 엄마가 한 그 약속은 누구도 쉬이 이룰 수 없는 소망입니다. 하지만 엄마는 지혜와 정성을 다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요. 금시계와 양털을 바꾸고, 램프와 물레질 삯을 바꾸고, 석류석 목걸이로 길쌈 삯을 바꾸고, 도자기 주전자와 재봉 삯을 바꾸는 물물교환의 이 대장정에는 기계산업에 의한 대량생산 공산품을 소비하는 현실에서 경험할 수 없는 진귀한 장면들이 반짝입니다."


'유난히 어둠을 무서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로 시작하는 그림책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읽으려 합니다. 저 또한, '유난히 어둠을 무서워하는 사람'과 함께 사는지라 '지금 바로, 생각을 바꾸는 스위치를 켜세요'라는 이 글을 읽어주고 싶습니다. 제가 오늘 읽는 글 네 편은 저자 4명이 각각 쓴 글 중에서 한 편씩 고른 겁니다. 이 그림책 전문가들이 건네는 책이, 추운 겨울, 쉽지 않은 일상을 보내고 있을 여러 분들에게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이 하얀 존재로만 채워져 있는 줄 알았던 소년이 '검은 세계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이야기로 읽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은 어둠으로 대표되는 '검은 것'에 대한 세상 사람들의 편견과 두려움에 대해 의문을 던지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은유입니다."


"밤의 스위치를 켠 아이는 새로운 밤의 매력 속에서 예전과 다른 삶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소년은 이제 날마다 밤을 켜고, 어둠 속에서 또래 아이들과 함께 달립니다. 나를 끈질기게 괴롭히던 두려움은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날려버릴 수 있습니다. 그때 생각의 방향을 돌리는 스위치를 누르는 것은 나의 몫입니다." 


(낭독을 허가해준 이봄 출판사와 이상희, 최현미, 한미화, 김지은 작가님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