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일기

주진우, 세월호, 애거서 크리스티(9/21) -회사 로비에 일주일째 나와 앉아 있다. 방송 사유화 분쇄 라는 구호를 내걸고 있다. 여러 모로 신기 혹은 특이한 경험 중이다. 어떻게, 어디로, 누구와 흘러갈지 가늠할 듯 가늠할 듯 가늠할 수 없다. 로비에 내려오던 무렵 걸렸던 감기는 생애 처음 경험하는 기침력을 남기고 슬슬 빠져나가고 있다. 지금의 투쟁은 무엇을 남길 것인가. -책을 읽다 말다 하고 있는데, 그래도 기록 차원에서. -주진우의 이명박 추적기, 저수지를 찾아서를 이북으로 구입해 읽었다. 들었던 얘기도 있고 처음 접하는 얘기도 있다. 영화로도 나왔다고 하는데 어떨지 조금 궁금하다. 이명박을 감옥에 넣겠다는 의지는 확실히 읽을 수 있다. 꽤 한결 같은 분이란 생각이 든다. 내게 주진우 기자의 첫인상은, 무언가 기억나지 않는 특종을 해서 그걸.. 더보기
북적북적96/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독서법' 북적북적96 '이동진 독서법' 듣기 "세상에는 살면서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과 읽어봤자 시간 낭비만 되는 책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그저 내가 읽었더니 좋았던 책이 있고, 내가 읽어보았지만 좋지 않았던 책이 있으며, 내가 아직 펼쳐 들지 않은 책이 있을 뿐입니다. 세상은 넓고 내 손을 기다리는 좋은 책은 많습니다." 책 읽고, 책 읽는 소리 듣는 팟캐스트에 책에 대한, 정확히는 독서에 대한 책을 들고 왔습니다. 영화평론가이자 독서가로도 알려진, 책 관련 팟캐스트의 진행자로도 유명한 이동진 씨의 [이동진 독서법]입니다. 제목 그대로 이동진 씨의 독서법에 대한 책입니다.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습니다. 즉 '닥치는 대로, 끌리는 대로, 오직 재미있게.. 이동진 .. 더보기
북적북적95/ 그 둘만의 어둠..김영하 '오직 두 사람' 북적북적 95 '오직 두 사람' 듣기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은 지나고 보니 어찌어찌 견뎌냈다. 정말 감당할 수 없는 순간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 언젠가 실수로 지름길로 접어드는 바람에 일등으로 골인하고서도 메달을 빼앗긴 마라토너에 대한 기사를 본 적이 있다. 기대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것이 결승점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 때, 그것은 누구의 잘못일까?" '견딜 수 없는 것을 견디는 나날이 계속되었다'라는 구절을 어디서 읽었는지는 잊었지만, 저에게 무척 인상적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십수 년이 지나도 기억나는 걸 보면요. 견딜 수 없는 걸 견딘다는 게 모순이겠으나, 그런 표현이 어울리는 일들이 인생에 드물게 있겠다 싶습니다. 첫머리에 읽은 건 단편소설의 한 대목인데 견딜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것.. 더보기
북적북적93/ 밤마다 꾸는 그 꿈...' 밤이 선생이다' 북적북적93 '밤이 선생이다' 듣기 "천년 전에도, 수수만년 전에도, 사람들이 어두운 밤마다 꿈꾸고 있었을 이 꿈을 아직도 우리가 안타깝게 꾸고 있다. 나는 내 글에 탁월한 경륜이나 심오한 철학을 담을 형편이 아니었지만, 오직 저 꿈이 잊히거나 군소리로 들리지 않기를 바라며 작은 재주를 바쳤다고는 말할 수 있겠다." 밤이 짧아졌습니다. 곧 열대야가 찾아오면 잠 못 이루는 밤도 많겠지요. 마음이 답답하고 머리가 복잡할 때 한숨 자고 나면 이 밤이 지나고 나면 왠지 나아졌을 것 같은 기분, 밤의 위력이자 가르침일까 싶죠. 오늘 읽는 책은 황현산 선생의 '밤이 선생이다'입니다. 이 책은 문학비평가이면서 불문학을 가르치기도 했던 황현산 선생이 여기저기 기고했던 글들을 묶어 2013년에 낸 산문집입니다. 그해 여.. 더보기
국제도서전, 안녕둔촌주공아파트 가정방문편, 언니 마리, 김탁환, 왕좌의 게임(6/26) -지난 6월 18일 일요일에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 국제도서전 2017에 다녀왔다. 마지막 날이어서 작가들의 강연이나 그외 여러 행사는 참여할 수 없었으나 도서전은 여러 모로 보기에 좋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서점의 시대'라는 이름으로 펼쳐진 지역 서점들의 전시 행사. 얼핏 들어보거나 한 번 가본 일도 있는 특색 있는 작은 서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그들이 누구인지를 보여줬다. -책을 여러 권 샀다. 택배로 부치는 서비스도 있었으나 바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에 직접 운반. 해방촌에 있는 독립서점 중 한 곳인 스토리지 북앤 필름 부스를 두 번째 들렀을 때 [안녕 둔촌주공아파트]의 가정방문 편을 발견했다.(아내가 그 둔촌주공에 어려서 살았던 지라 지대한 관심을 보여 스토리지 북앤필름에 안녕 둔촌주공아파트를 .. 더보기
북적북적91/ "이게 나라냐"에 대한 시민의 생각..'국가란 무엇인가' 북적북적91 듣기 '국가란 무엇인가' "훌륭한 국가는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지혜와 윤리적 결단의 산물이다. 국가가 훌륭해지려면 국정에 참여하는 시민들이 훌륭해야 한다. 따라서 시민 각자가 어떻게 해야 스스로가 훌륭해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지난겨울, 촛불 집회를 전후해 "이게 나라냐"는 자조 섞인 말이 여기저기서 들렸습니다. 3년 전 세월호 참사 당시 그런 경험을 했던 우리는 국정농단 사태에서 다시금 그런 아찔함을 느꼈습니다. 여러 책들을 읽어왔고 앞으로도 읽겠습니다만, 역시 좋은 책은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하게 여겨왔던 나라, 국가의 존재를 다시금 회의하게 했던 때를 지나 새로운 나라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으로 충만한 시기를 맞이했습니다. 시기상 적절하다고 봐서 골랐습니.. 더보기
북적북적 90/노동과 삶의 향기를 담은 책.. '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북적북적 90/'나는 천천히 울기 시작했다' 듣기 "지금 경태 나이가 사람 나이로 팔순을 넘겼다는 것을 생각하면 무얼 더 바라겠습니까. 인생의 무게를 묵묵히 감당하다 '워낭소리'의 늙은 황소처럼 기억 속으로 사라지겠지요. 앞으로 딱 10년만 같이 있어주길 바랍니다. GT451D는 주민번호이고 그의 진짜 이름은 강경태입니다." 언제까지 이렇게 좋은 날씨가 이어질까 싶지만, 햇살 좋고 바람도 선선하고 나가 놀기 참 좋은 날입니다. 이런 날 어디 잔디밭 파라솔 아래 누워 책을 읽다 자다 깨다 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책은 너무 딱딱하지도 너무 웃기지도 너무 심각하지도, 그러면서도 마냥 즐겁지도 않은 적당한 책이어야지요. 하루키 산문집 몇 권이 떠오르는데 한국인 저자의 글과 책 중에도 당연히 그런 .. 더보기
북적북적 89/창문부터 넘어!...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북적북적 89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듣기 "머릿속에 그 생각이 떠오르자마자 그는 벌써 양로원 1층의 자기 방 창문을 열고 아래 화단으로 뛰어내리고 있었다. 그의 백 회 생일을 축하하는 파티가 양로원 라운지에서 한 시간 후에 시작될 예정이었다... 오직 파티의 주인공만이 불참하게 될 거였다." 12년 전인 2005년 겨울, 저는 전라북도의 한 마을에 있었습니다. 장수마을 취재…. 92세 노인을 소개받아 댁으로 찾아갔습니다. 마침 눈이 많이 왔었는데 예상보다 꽤 젊어 보이던 그 할아버지에게 촬영을 위해 뭔가 몸을 움직여달라고 부탁했죠. "그럼 이걸 할까" 하면서 삽을 집어 들고 무서운 기세로 눈을 치우셨습니다. '이러다 쓰러지시면 어쩌지' 걱정할 정도였는데 "늘 하는 일인데 뭘…." 그 천연덕.. 더보기
북적북적88/진실의 힘, 기록의 힘...'세월호 그날의 기록' 북적북적88 '세월호 그날의 기록' 듣기 "세월호의 진실을 밝히는 일은 작은 손전등 하나로 깊은 바닷속에 가라앉은 배를 비추는 것과 같습니다. 비록 최선을 다했지만, 이 책만으로는 새로운 손전등을 하나 더 보태는 정도에 지나지 않습니다. 희미한 불빛에 어렴풋이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진실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수십 개, 수백 개의 손전등으로 배 전체를 환하게, 또렷하게 비출 수 있다면, 그때는 우리가 본 것을 진실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4월 16일 세월호 참사 3주기입니다. 세 번째 봄이 찾아왔습니다. 침몰 1,091일 만에, 3주기를 엿새 앞두고 세월호는 돌아왔습니다. 이제까지 세 번에 걸쳐 세월호 유가족과 생존 학생의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3주기 당일에는 이 책을 읽겠노라고 일찌감치.. 더보기
북적북적87/생존학생과 형제자매 이야기...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북적북적 87 '다시 봄이 올 거예요' 듣기 "갈수록 실감 같은 걸 더 못 느끼는 거 같아요. 졸업식이라든지 그런 것도 실감이 안 나고, 여름 되고 다 초록색이 됐는데 그걸 몇십 년 만에 보는 것 같다는 그런 느낌이 들고. 그래도 주위 사람들한테 더 잘해주려고 하고. 언제 이런 일이 터질지 모르니까,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주위 사람들에게 해주려고 해요. 그리고 감사하다는 말을 더 많이 하는 것 같아요. 고맙다거나 감사하다고.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세월호를 쫓아 진도 팽목항에서 맹골수도와 가사도, 율도, 시하도, 달리도 해역을 거쳐 저도 목포신항까지 왔습니다. 녹음하는 지금 목포에 있습니다. 팟캐스트가 업로드될 4월 9일 일요일에는 부디 세월호 선체가 육상으로..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