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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

많이 보는 게 꼭 좋은 기사는 아니라지만...유통에 관하여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 


나 자신으로 보면 2003년(수습 기간까지 넣어서)부터 지금까지 편집부에 있던 기간을 빼면 줄곧 해오던 일이다. 취재대상과 방식은 계속 바뀌어왔고 기사 형식이나 스타일도 조금씩 달라졌다만 기본은 여전히 그렇다. 요즘엔 유통에 관심이 쏠린다. 기사를 써 던지면 그만이 아니라 이걸 많은 사람이 보고 듣고 읽게 하는 것. 


그간 취재기자는, 어떻게 하면 많이 수용하게 할까 하면서 주로 내재적인 고민들을 했다. 이를테면 기사의 핵심을 잘 보여줄 만한 사례를 찾는 것, 눈길을 끌 만한 영상이나 그래픽을 찾거나 만드는 것, 좋은 인터뷰를 해 기사에 잘 담는 것, 혹은 직접 나와 이것저것 돌아다니거나 스튜디오에서 보여주는 것 등등.


편집부에 있을 땐 조금 달랐으나, 앵커멘트를 어떻게 포장할 것인지, 배치를 어떻게, 제목을 어떻게 할 건지 등 내부에 대한 고민이었던 건 매한가지였다.


-유통에 대해 생각한다. 


쓰고 싶은 혹은 써야 하는 기사가 있다면 100%, 때로는 120%가 아니더라도 50%, 60%만이라도 쓰고 방송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인터넷용으로 쓴다면 역시 써서 올라가는 게 중요했다. 회사 소속 외에도 뭔가 하나 있어야 할 것 같아, 블로그를 다시 정돈하고 그리고도 옮겨놨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로 '이런 기사 썼어요' 하고 알리기도 했다. 


여전히 포털에 달려있다. 


공들여 취재하고 작성한 기사가 어떤 때는 포털 전면에, 어떤 때는 일부러 검색이라도 하지 않으면 찾아볼 수 없도록 깊숙이 묻혀 있다. 혹은 총 맞아 급히 쓴 기사가 그럴 때도 있다. 별 기사가 없는 날엔 별 기사가 없으니 그렇겠으나 별거 아닌 기사가 주목받기도 하고 기사가 많은 날엔 의미 있는 기사가 묻힌다. 


-유통기한은 점점 짧아진다. 


따끈따끈한 새 기사들이 주목받고 시간이 지난 기사는 그렇게 스러진다. 남들이 유통시킨 기사를 일주일, 이주일 지나 같은 내용을 그대로 반복한 기사가 때로는 포털에 걸리면서 먼저 쓴 기사보다 각광받기도 하고, 더 나온 듯 만 듯 묻히기도 한다.


-많이 보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콘텐츠 양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 같긴 하다. 그러려면 기자들이 지금보다 1.5배, 2배씩 일을 더 하는 방법도 있겠으나, 있는 자산을 잘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지난 기사 새로 쓰기'(정확한 이름은 아닌 듯하나 대충 비슷한...)라는 프로젝트를 경남도민일보에서 한다고 하던데, 무릎을 쳤다. 


나만 해도 10년 넘게 기사를 써왔으니 내가 쓴 기명 기사 중 메인뉴스 리포트만 따져도 1000개 가까이 될 꺼다. 그런 기사들을 끄집어내서 최근 이슈에 맞게 다시 쓰는 작업, "역사는 반복된다 때로는 비극으로, 때로는 희극으로" 라는 옛 선현의 말씀에 따라, 정윤회 문건 파동이니, 땅콩회항이니, 한수원 도면 유출이니, 되짚어볼 수 있는 게 왜 없으라. 


그렇게 죽은 기사를 새로 쓰거나, 혹은 다시 꺼내오는 작업만으로도 콘텐츠는 풍성해지지 않겠는가. 그걸 개별 기자 한 사람 한 사람이 어쩌다 그런 생각이 나면, 혹은 여유가 생기면, 아니면 마침 최근 상황도 취재 중이면, 해야하는 빈한한 작업이 되면 안될텐데 하는 생각.



-조금 다른 얘기지만..


12월 18일 8뉴스에 이주아동 권리보장 기본법 제정 관련해 기사를 하나 썼다. 법안을 준비 중인 이자스민 의원실에서 자료를 받아 12월 19일에 발의한다는 걸 하루 먼저 쓰기로 한 건데, 18일엔 종일 스트레스 받는 상황이 이어졌다. 화가 났지만 딱히 누구에게 화를 내기도 어려운 복합적인 스트레스 상황이었다. 스트레스의 막바지는 포털이기도 했다. 그간 이 사안을 놓고 벌어진 소동을 감안하면 포털 메인에 노출되는 건 당연하겠네 싶었는데 네이버고 다음이고 전혀 그러지 않는 거다. 그래서 댓글도 몇 개 없고 반향도 별로 없고 그렇게 기사는 묻혔다.(의원실에서 약속과는 달리 다른 언론사에도 자료를 주는 바람에 8뉴스 방송 한시간 반 전에 인터넷에 기사가 먼저 나기도 했고.)


4년 전에도 기사를 쓴 일이 있고, 12월초 오해 소동이 있었을 때도 인터넷용 기사를 쓰기도 해서 나름대로는 이 사안에 관심과 애정을 갖고 있었는데 꽤 속이 상했다. 그냥 집어치우려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날 밤 인터넷용으로 취재파일을 써서 올렸다.(실제 sbs 뉴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건 19일 오전이었다.) 회사 뉴미디어부에서는 이 취재파일을 꽤 오랜 시간 메인에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봤다. 댓글도 많았다. 하지만 왜 그런지 포털에서는 역시 별 반응이 없었다. 내 나름대로 인터넷 반응이 뜨거운 기사를 가르는 기준은, 댓글도 있지만 기자에게까지 메일을 보내는가 여부다. 포털 댓글이 천 개를 넘어가면 이메일로 의견을 보내는 사람도 나온다.(그때서야 기사를 쓴 기자에게 주목하는 걸까. 그냥 포털에 있는 무수한 기사콘텐츠 제공자 중 하나인 건가.. 싶긴 하네.)


그렇게 19일이 지나고 20일로 넘어갔다. 19일 오전에 올린 이 뉴스의 유통기한은 최근 기준대로면 완전히 끝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메일이 오기 시작했다.(많이 온 건 아니다.) 왜 이러지? 의아했는데 여러 사정상 저녁 무렵에나 찾아봤더니 네이버는 큰 차이 없었지만 다음에 가 있는 취재파일에는 댓글이 천 개 가까이 달린 게 아닌가. 


댓글의 절대 다수는 20일이 돼서 작성된 것이었다. 하루가 지난 기사를 다음에서 메인에 올렸을리도 없는데 어떤 특정 커뮤니티나 카페에서 링크를 걸어 우루루 몰린 것 같지도 않고...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모르겠다.


-많은 사람이 보는 기사가 꼭 좋은 기사인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좋은 기사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이 보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러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믿고 보는 기사가 되도록 기사와 언론사의 브랜드 가치를 강화해야하는 것도 방법이겠고, 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기사에 대한 의견에는 어디까지 대응해야 하나. 기사 소비자와의 소통은 얼마만큼 진행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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