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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

알리바바와 샤오미, 중국의 어떤 현재

**11월 첫주 중국 단기연수기. 시한에 쫓겨 30분만에 줄줄 쓴 글이나, 기록 차원에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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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비슷하게 모방한 것으로 처음 알려졌던 샤오미와 레이쥔, 아마존과 이베이와 비슷한 온라인쇼핑몰로 시작해 15년 만에 이들을 합친 것보다 더 커진 알리바바와 창립자 마윈. 이번 중국 단기연수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방문지는 알리바바 본사와 샤오미 매장이었다. 전자는 연수단의 공식방문, 후자는 남는 시간을 쪼갠 비공식 방문이었다. 


-항저우에 있는 알리바바 본사는 언뜻 보기엔 잘 가꿔진 대학의 캠퍼스 같았다. 특유의 주황색으로 커다랗게 알파벳으로 쓰인 ALIBABA 간판, 유리로 된 건물 여러 동과 건물 사이에 자리한 호수, 남방 기후에 걸맞는 화초들… 알리바바라 적힌 주황색 자전거를 타거나 걸으면서 캠퍼스를 거니는 직원들. 실제로도 캠퍼스라 불린다고 했다. 마윈 주석은 만나볼 수 없었지만 대신 부사장 격인 레이첼과 면담할 수 있었다. 


알리바바는 전직 영어강사였던 마윈이 1999년 설립한 온라인 쇼핑 회사다. 마윈은 인터넷의 시대가 열릴 것으로 예측하고 인터넷 관련 사업을 이것저것 하다가 실패해왔는데 그가 만리장성 가이드를 하다 우연히 만난 야후 창업자 제리 양에게 투자받아 만든 게 알리바바다. 직원 17명과 시작했는데 창업 이후에도 한 건의 거래도 성사시키지 못해 역시 실패 위기를 맞았으나, 일본의 손정의 회장을 설득해 2천만 달러를 투자받게 되면서 국내외 주목을 받아 사업의 활로를 찾게 됐다. 이후 중국 각지에서 생산된 제품들을 중국과 세계 소비자들과 온라인으로 연결시키는 게 들어맞았고 그동안 중국 온라인 쇼핑시장을 지배하던 이베이를 제치고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알리바바의 직원 수만 3만 5천 명에 이르고, 기업가치는 경쟁업체인 미국의 아마존을 뛰어넘어 1600억 달러 이상이 됐다. 중국의 고도 성장과 맞물리는 시기에 고속 성장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하지만 알리바바 부사장과의 면담은 그리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알리바바의 고속 성장 그리고 현재의 거대한 규모 등에 대한 설명도 좋지만 혁신기업으로서 알리바바의 모습을 엿보고 싶었는데 역시 잠깐의 방문으로는 그런 걸 알 수 없었다. 올해 5월 마윈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를 전후해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에 대한 각종 설과 소문이 무성했다. 이 부분도 기자들의 관심이었는데 레이첼의 답변으로 볼 때 알리바바는 한국 시장에는 관심이 없었다. 13억 명이 넘는 중국 내수 시장이 있고하니 5천만 명에 불과한 한국 시장, 또 이미 시장을 선점한 사업자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알리바바의 한국 진출은 그리 낙관적이지도 않은데다 서두를 이유도 없어 보이긴 했다. 이때만 해도 ‘광군제’ 전주라 회사 전체가 행사 준비로 바쁘다며 레이첼은 한국 기자들과의 면담을 마무리했다. 결국 알리바바 항조우 본사 방문은 캠퍼스 구경과 알리바바에 대한 개괄, 사진 몇 장이 남는 수준으로 마무리됐다. 


-보조배터리로 한국 시장에 샤오미 열풍을 일으킨 샤오미는 원래 오프라인 판매를 안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중국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 샤오미 매장이 몇 곳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베이징에서의 일정이 조금 일찍 끝난 날을 택해 매장으로 달려갔다. 한 쇼핑몰 건물 6층에 있는 샤오미 오프라인 매장은 언뜻 보기엔 애플 매장과 흡사했다. 하얀 톤으로 꾸며진 널찍한 매장 안에 샤오미 제품을 전시해놓고 방문자들이 사용해볼 수 있도록 했다. 입구에는 최근 샤오미가 발표한 전동스쿠터가 전시돼 있었다. 가격은 1999위안, 우리 돈으로 35만원 정도였다. 그외에 한국에도 잘 알려진 홍미노트 시리즈를 비롯해 미노트, 이어폰, TV, 액션 캠, 공기청정기, 체중계 등 각종 제품들을 만져볼 수 있었다. 샤오미의 가장 큰 경쟁력이 가격이라지만, 그간 여러 제품을 구매해 사용해본 경험으로는 제품의 질 또한 뒤지지 않았다. 물론 샤오미가 다른 회사 제품들의, 특히 애플의 카피캣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다 특허를 무시하고 있어 해외 진출이 어렵다는 평가도 많지만 저런 품질의 제품을 저렇게 저렴한 가격에 내놓을 수 있다는 기술력과 마케팅 능력은 감탄스러울 정도다.(샤오미 매장에선 망설이다 결국은 이어폰 한 개만 샀다. 50위안… 우리돈으로 9천 원에 불과했다.)


-알리바바는 이후 11월 11일 광군제에서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중국의 일부 상인들은 마윈을 신격화하며 마윈의 상에 절을 하며 돈을 많이 벌게 해달라는 진풍경도 연출됐다. 샤오미는 이미 삼성을 밀어내고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 다음가는 위치를 차지했고 조만간 한국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저가에 짝퉁이란 이미지가 지배적이었던 중국이 온라인 시장과, 전자제품에서 확실히 한국 기업에 우위를 점하고 있는 모습을, 머리로는 대강 알고 있었으나 이번 중국 연수에서의 두 곳 방문을 통해 좀더 깊이 확인한 듯하다. 알리바바의 기록 경신, 샤오미의 한국 진출, 이런 소식들도 필요하겠으나, 알리바바와 샤오미로 대표되는 중국의 현재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한국 언론사의 일개 기자로써 정말로 단편적인 경험이긴 하나 무거운 화두를 지니고 중국을 떠나 돌아왔다. 귀국한지 일주일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중국의 압도적인 현재가 잊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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