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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

트윗 단상

-신영복 선생이 돌아가셨다. 고인의 명복을 바란다.


집안 책꽂이를 대강 훑어봤는데 '감옥으로부터의 사색'도 찾을 수가 없었다. 어디 갔지? 더 어릴 때는 생각을 하게 하는 책보다는 지식을 위한 책을 선호했다. 굳이 말하면 생각이 없는 독서를 해왔던 셈이다. 그래서인지 선생의 책도 나무야 나무야 이후에는 잘 끌리지 않았던 것 같다. '강의'는 재미나게 읽었던 기억... 찬찬히 집에 있는 선생의 책을 더 찾아보곤 없거나 잃어버렸다면 '담론'부터 사서 읽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관련하여 고종석 선생의 트윗 때문에 소란스러웠다. 


"명복을 빕니다. 또한번 경쟁적 추모의 물결이 일겠구나. 나는 선생을 20년동안 가둬놓은 장군들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고, 그 긴 옥살이를 견뎌낸 선생에게 경외감을 느끼지만, 선생의 책에서 배운 바는 거의 없다." 


'경쟁적 추모'와 '선생의 책에서 배운 바는 거의 없다'라는 표현이 특히 많은 이들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고종석 선생은, 그간 글로서 다져왔던 이미지와는 달리 경박해뵈는 트윗들로 비난받아왔던 일이 여러 차례 있었다. '트위터는 인생의 낭비'라는 누군가의 말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런 류의 경박한 트윗인가 싶기도 했다. 꼭 신영복 선생의 부고가 전해진 날 이런 트윗을 해야했을까 싶은 생각은 나도 든다. 신영복 선생에게서, 또는 그분의 책을 읽고 배운 바 있거나 빚진 게 있는 이들이 추모글을 남긴다고 해서 '경쟁적 추모'라고 폄하 내지는 비아냥댈 건 없지 않나. 


다만 '배운 바 거의 없다'는 표현은 '배울 게 없어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별반 감흥이 없어서일 수 있다는 생각도 한다. 공감도 한다. 아무리 훌륭한 책이라도 그 책을 읽고 감흥이 크게 일 만한 적당한 시기가 있게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신영복 선생의 책은 내게도 그러했다. 고 선생도 그러지 않았으리라 짐작한다. 변명일 수도 있다. 


이렇게 순서만 바꿔 썼더라도 나았을텐데, 한번 뱉은 트윗은 역시나... 사실 이후에 뒤이은 신경질적인 트윗들이 처음 트윗보다 문제가 많았다. 반면교사하자.

 


"명복을 빕니다. 또한번 경쟁적 추모의 물결이 일겠구나. 나는 선생의 책에서 배운 바는 거의 없지만, 선생을 20년동안 가둬놓은 장군들에게 깊은 분노를 느끼고, 그 긴 옥살이를 견뎌낸 선생에게 경외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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