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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

죽음

-헤이트풀8의 못 다본 부분을 다 봤다. 초중반의 지루함을 뛰어넘어 죽기 시작하면서부터 긴박감이 흘러넘친다. 또한 유혈낭자...영화가 끝나기까지 살아남는 이들도 있으나 아마도 죽을 것 같다. 타란티노의 스타일이니 이런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고 시신 파괴되는 그런 건 그렇다고 치자. 내 취향은 아니지만...


-내가 처음으로 시체를 봤던 그날은 언제였더라. 한강 공원을 거닐다가 물에 빠졌다 구조된 사람을 본 일이 있다. 그때 그 사람이 이미 죽어있었는지 아직 살아있었는지는 모르겠다. 그 다음에는 회사에 들어가 지하철 투신 사고 현장에 갔을 때 같다. 지하철에 부딪친 몸체는 조각이 나 그 파편들을 봤다. 내부 장기의 일부였던 듯. 온전한 시신으로 본 건 조금 더 지나서 강동구 쪽의 어느 주택이었다. 1층 주택에서 가스 유출로 일가족 3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외상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옷을 모두 벗겨놓고 감식 중이었는데 가스 중독으로 인한 사망자 시신이 그렇다고 나중에 들었다. 약간 부푼 듯한 몸체는 고무인형처럼 느껴졌다.


실제 시체보다 더욱 실감나는 영화 등 영상이 많다보니 이제는 현실에서 그러저러한 시신 자체보다는 가족이나 지인의 감정적인 반응들이 더 울림을 준다. 그렇게 시신은 상대적으로 무감해졌다. 그런 영상의 범람이, 과한 노출이, 어떤 영향을 줬나. 죽음 또한 가볍게 여기게 됐을까. 당장 내 손가락에 생채기가 나도 쓰리고 아픈데 만약 손가락이 잘리는 상황이라도 벌어진다면? 현실에서 좀처럼 볼 수 없던 것들이 화면 속에선 일상적으로 보게 되니 실감이라는 정서까지 혼란스럽다. 실감 나는 게 어디까지인지도.


-세월호 참사로 3백 명이 죽었고 니스 테러로 100명 가까이 죽었으나 헉 하고 말고 있는 건 아닌지. 이게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