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말과 생각

'가슴 성추행' 만 인정이라...

-아침에 환자단체연합회에서 보내온 메일을 받았다. 아래는 주요 내용 중 앞머리..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은 지난 13일 ‘수기치료’라는 명목으로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2심 재판을 받았던 한의사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였고,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사전 고지나 제3자 동석 없이 행해진 여중생에 대한 수기치료 과정 및 내용 그 자체와 음부 부위 성추행에 관해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쉽지만 여중생의 가슴 부위 성추행에 관해서는 유죄를 인정한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환자단체연합회는 2015년 8월 12일부터 2016년 4월 3일까지 8개월 동안 서명운동을 전개하였고, 국민 1,026명과 함께 올해 4월 6일 ‘수기치료’ 명목으로 여중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한의사를 엄벌에 처해 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서울고등법원 춘천재판부에 제출하였다.


핵심 내용은 “한의사가 한의원을 찾은 어린 여중생을 대상으로 아픈 부위의 혈을 눌러서 치료하는 ‘수기치료’ 명목으로 바지를 벗기고 속옷에 손을 넣고 음부 부위를 만지거나 가슴을 만지는 성추행을 했다.”는 것이다. 1심 법원은 한의사의 ‘수기치료’는 정당한 의료행위이고, ‘추행’과 구별하기 어렵고, 범죄사실의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2015년 2월 5일 무죄를 선고하였다. 피해 여학생들의 가족들은 고등법원에 항소하였고, 17개월만인 지난 13일 2심 법원은 1심과 달리 가슴 부위 성추행에 관해서는 유죄를 선고하였다.


 

-환자단체연합회 도움을 받아 2015년 8월 이 기사를 썼다. 이어서 이 취재파일을 썼다. 안타까운 마음이 컸다. 1심에서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성추행 혐의의 한의사에게 무죄 선고가 나왔는데 2심에서 크게 다른 판결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는 솔직히 없었다. '진료빙자 성추행' 방지법 제정 운동 또한 전망이 그리 밝지 않다고 봤다. 19대 국회가 그리 많이 남지 않은데다 이슈에 대한 주목도 또한 낮은 편이었다. 


시간이 흘러 지난 7월 13일 법원은 2심 선고를 했고 위에 나와 있듯이 해당 한의사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4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다. 좀더 정확한 내용은 판결문을 봐야 알 수 있겠으나 가슴 성추행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한 모양이다. 골반통과 생리통 혹은 요통 때문에 한의원을 찾은 피해자 2명에 대한 성추행 혐의 중에서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피해자의 가슴을 성추행한 부분만 성추행이었고 성기를 만진 부분은 성추행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결한 듯하다. 


-처음 이 메일을 받았을 때는 그나마 2심에서 일부 승소를 했구나, 하고 반가운 마음이었으나 조금 더 들여다보니 아쉬운 마음이 더하다. 


지난 취재파일 말미에 이렇게 적었다.


....환자단체연합회는 가칭 '진료빙자 성추행 방지법'을 제정하자고 주장하고 나섰다. 의료인이 성추행 우려가 있는 신체부위를 진료할 때에는 환자에게 '진료할 신체부위, 진료이유, 원하지 않으면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권리 등'에 대해 미리 알리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내용이다. 또 간호사나 보호자 같은 제3자가 진료시 참관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시키자고 하고 있다. "의료인의 정당한 진료를 보장하고 환자의 성추행 오해도 방지해 의료인과 환자가 더욱 신뢰하는 의료 환경을 만들려고 한다"는 게 입법 청원을 하는 취지다....


법원 판결에서 약간의 진전은 있었다 하나 어디까지나 개별 사례, 의료인의 피해 역시 방지하기 위해 입법이 이뤄졌으면 좋겠다.


'말과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의 적절한 질문을 던질 수 있는가  (0) 2016.07.20
죽음  (0) 2016.07.20
혼자 못 사는 남자...라  (0) 2016.07.15
'엄마의 전쟁'...  (0) 2016.07.15
개돼지 발언자 생각  (0) 201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