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의 즐거움
"서울 시청광장
옆에 쌍용자동차 노동자들의 천막 농성장이 있지 않습니까? 일부 시민들과 언론에서는 노동자들이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는데 왜 단속하지 않고 방치하느냐면서 계속 문제를 삼습니다...
이렇게 절박한 상황에 몰려 있는 사람들을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추운 겨울에 쫓아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요? 그것이 과연 도로교통법의 입법 취지일까요?.. 그래서 관할권을 가진 중구청에 요청했습니다. 가능하면 대화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고. 하지만 결국 강제 철거되어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저는 이렇게 인정없는 서울을 만들고 싶지 않습니다..."
........
오연호가 묻고 박원순이 답했다는 [정치의 즐거움],
저 책을 읽고 나서 처음에 든 생각,
'오연호씨가 이번엔 박원순에 꽂혔구나.'
두번째로 든 생각,
'박원순 시장이 정치해보니 정말 즐거운가보다'.
세번째,
'아무리 즐거움에 관한 책이라지만 잘한 얘기만 적었네.'
이 책의 내용대로 제목을 다시 붙이자면 '(박원순의) 정치의 즐거움'이라고 해야 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박 시장이 시민단체 활동만 하다 서울시장이 되어 정치를 해보니 참 즐겁더라". 이는 서울시장 선거 당시 내걸었던 "내 삶을 바꾸는 시장"이라는 슬로건과도 흡사하다.
시민을 피동적인 객체로 놓고 시장이 누구냐에 따라 시장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시민인 나의 삶은 달라지고 때로는 즐거움도 느낀다. 그걸 '정치의 즐거움'이라고 명명한 게 거북하다, 현실이긴 하지만.
박 시장이 잘하기만 했는가? 앞으로 이대로만 주욱 하면 (재선도, 대선도) 될까?
맨처음 언급한 대한문 앞 쌍용차 농성장, 이를 놓고 '일부 시민과 언론'에서는 왜 단속하지 않느냐고 문제 삼는다는데 다른 '일부 시민'은 이렇게도 생각한다. 서울시장은 왜 마음 아프다면서 '악어의 눈물'만 흘리냐고.
일반 도로 관리는 정부에서 지자체에 위임하기 때문에, 대한문 앞 보도 관리 또한 정부에서 서울시가 위임받고 다시 중구청에 재위임했다. 그렇다면 다시 위임한 권한을 회수할 순 없는가? 서울시가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었나?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할 권한이 있지만 이 권한은 사실상 행사하지 않는 게 관행이었는데 천정배 전 장관이 이를 행사하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빚어졌다. 서울시장이 중구청에 위임한 관리를 회수하는 권한을 행사하면 큰 파장이 빚어지겠으나 감당 못할 파장은 아닐 꺼 같다.
박 시장의 저런 태도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이슈에 굳이 발 담그지 않고 피하는 그런 모습으로 보였다. 정무적으로는 물론 옳은 판단이겠으나...
"...우리 각자가 자신의 아름다운 야심을 즐겁게 실천하다 보면 우리가 그토록 꿈꾸는 그날이 올 것입니다..."라는 오연호씨의 말은, 그나 박 시장에게는 해당되겠으나 그외 다수에게는 실천의 방식은 투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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