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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생각

이거 안 읽을 수도 없고.. 댓글 읽기의 딜레마


다른 기사나 웹툰 등에 대한 댓글은 잘 읽지 않지만 적어도 내가 쓴 기사에 붙는 건 다 읽어본다. 현재까지는 시청자나 독자, 네티즌 등의 반응을 접하는 데 가장 유용한 게 댓글이기 때문이다.


수몰 사고와 전두환씨 자택 재산 압류 등 대형 이슈에 묻혀 별 주목을 못 받겠거니 싶었는데 그래도 어제 쓴 <"CCTV 범죄 예방 효과, 확인되지 않았다">에 현재까지(7월 17일 오전 10시 40분) 포털 다음 기준으로 186개의 댓글이 달렸다.(네이버 댓글은 훨씬 적어서..) 추천이나 공감 등 의사를 표시한 것까지 더하면 더 많겠으나 댓글 수만은 그렇다.



댓글 중 상당수는 욕설을 섞어 쓰면서 글쓴이(나)나 서울시나 박원순 시장을 비난하는 내용이었다. 서울시 시민인권보호관이라고 명시했는데 어처구니없이 인권위를 비난하는 내용도 있었다. 전 정권에서 인권위원회가 여러 비난을 받으면서 위상이 많이 추락하긴 했다. 그러나 엄연히 인권위와 별개의 기관인데다 이와는 더더욱 별개로 활동하는 인권 단체들까지 '인권 팔이' 운운 하며 싸잡아 비아냥거리거나 욕하는 댓글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냥 짜증이 난다는 거다. 


그 다음엔 '지하철 전동차 내 CCTV의 범죄예방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는 게 서울시 권고의 바탕이 된 내용인데 이를 모든 CCTV로 일반화시켜서 받아들인 듯한 댓글들이 눈에 띄었다. 이에 대해서는 "범인 검거엔 많은 도움이 됐다"며 서울시나 이를 쓴 나에 대해서 '무뇌아' 취급하는 반박이 꽤 많았다. 


논리적으로 엄밀히 따지면 모순이다. "지하철 전동차 내 CCTV 설치 전후로 지하철 범죄 발생 추이를 보니 별 상관이 없어 보였다" "특히 성범죄는 출퇴근시간대에 많은데 현재의 CCTV로 이를 확인하기란 어렵다"는 서울시 논거에 대한 반박이 될 수 없는 댓글들이다. 다만 CCTV 일반으로 볼 때 범죄 예방 효과는 일부 있을 것이고 또 발생 이후 수사에는 꽤 도움이 될테니 그런 면에서는 나름의 일리가 있는 댓글들이었다.


"공공장소에서 무슨 사생활 침해 운운하냐"는 댓글도 일부 보였다. "떳떳하면 자기 모습 찍혀도 문제 없다"는 식의 댓글도 있었다. 헌법에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을 권리를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공공장소에 있다는 것과, 내 모습을 동의 없이 촬영해도 된다는 것은 전혀 별개의 문제라는 인식이 필요해 보였다. 


CCTV는 그렇기에 설치와 운영 목적을 명시하고 그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고 개인정보 보호법에서 규정하고 있다. 치마 속이나 가슴골 등이 아니라 그저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촬영한 이가 최근 입건된 사례도 있다. 기사 보기 


이런 댓글을 쓴 이들은 '구글 글래스'를 놓고도 같은 얘기를 할까?


늘 댓글을 읽노라면 분명 이게 내 기사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이긴 한데 이걸 어느 정도까지 받아들여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에 빠진다. 정신 건강에 좋지 않을 때가 많지만 읽지 않을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