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 시민과 함께 감시하겠다"... 그리고 시행 후 한 달, 참여시민은 백명 미만. 문제 있는 것 아닐까요? 6월부터 시작된 서울시의 '온라인 시민신고제'에 대한 얘깁니다.
서울시와 25개 구청에는 약 1500명의 주차단속요원이 있습니다. 또 곳곳에 불법 주차 감시용 CCTV가 있습니다. 매일 단속해도 한달에만 30만 건이 넘는 교통법규 위반, 줄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마련한 대책 중 하나가 '온라인 시민신고제'입니다.
단속요원이 단속하지 못하는 시간과 공간, CCTV로도 커버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시민들이 감시하도록 한다는 거죠. 이전에도 시민 신고 자체는 가능했습니다만 이전과의 차이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앱으로 신고할 수 있게 됐다는 것, 그리고 결정적으로 시민이 촬영한 사진만을 증거자료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됐다는 것입니다.
서울시 관계자의 말입니다.
"요즘 시민들 다 스마트폰 가지고 다니잖아요. 우리가 불법 주차 같은 위반행위를 단속한다고 해도 단속요원이 지나가면 또 그 자리에 불법 주차하고 그런 식인데다 간선도로 말고 이면도로까지는 다 할 수 없는 상황인데, 시민들이 자기 주변에서 교통법규 위반한 걸 사진으로 찍어서 보내게 된다, 이게 온라인 신고제라는 거죠. 불법 주차를 예로 들면 보통 늘 불법 주차하는 장소가 있지 않습니까. 그 주변 시민들이 찍어서 단속 당하게 되면 불법 주차했던 사람들이 거기서 계속 걸리면 줄어들지 않겠습니까? 서울 시민 천만 명이 교통법규 위반을 감시하는 셈이죠."
발표 자체는 4월 16일, 4월과 5월 준비해서 6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었죠. 발표 당시부터 눈여겨봤습니다. 기대대로 잘 되면 좋겠지만 잘 되기 쉽지 않을 것 같다,는 게 처음에 받은 느낌이었습니다.
석 달이 지나 7월 중순에 다다를 시점, 한 달 동안의 온라인 신고제 실적 자료를 받아봤는데 예상은 했지만 그 수치는 예상보다도 훨씬 적었습니다.
기관별 |
총계 |
처리내용별 |
|
수용 |
미수용 |
||
총 계 |
135 |
61 |
74 |
종 로 |
4 |
2 |
2 |
중 구 |
28 |
17 |
11 |
용 산 |
1 |
1 |
0 |
성 동 |
1 |
0 |
1 |
광 진 |
24 |
4 |
20 |
동대문 |
0 |
0 |
0 |
중 랑 |
1 |
0 |
1 |
성 북 |
0 |
0 |
0 |
강 북 |
0 |
0 |
0 |
도 봉 |
0 |
0 |
0 |
노 원 |
0 |
0 |
0 |
은 평 |
22 |
12 |
10 |
서대문 |
0 |
0 |
0 |
마 포 |
5 |
3 |
2 |
양 천 |
13 |
12 |
1 |
강 서 |
1 |
1 |
0 |
구 로 |
0 |
0 |
0 |
금 천 |
0 |
0 |
0 |
영등포 |
2 |
0 |
2 |
동 작 |
3 |
0 |
3 |
관 악 |
1 |
0 |
1 |
서 초 |
28 |
9 |
19 |
강 남 |
0 |
0 |
0 |
송 파 |
0 |
0 |
0 |
강 동 |
1 |
0 |
1 |
6월 10일부터 7월 8일까지, 서울 25개 구 전체에서 135건. 각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과 송파, 노원 등 10개 구에서는 0건, 1건도 신고가 없었고, 강서, 영등포 등 10개 구는 5건 이하, 서초, 중구 등 5곳에서만 20건 안팎의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20건 안팎의 신고가 들어온 구도 각 신고를 다른 사람이 한 게 아니라 몇몇 시민이 여러 건을 신고한 사례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한 달 동안 참여한 시민이 백 명 안쪽이었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홍보 부족이었겠죠. 이런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는 걸 모르는 시민이 훨씬 많았을테니까요. 그렇다면 앞으로 서울시에서 홍보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게 해법이 되겠죠.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니 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먼저, 온라인 신고제의 대상입니다. 횡단보도, 교차로, 보도 위에서의 불법 주정차, 그리고 버스전용차로 통행 위반만이 신고 대상입니다. 모든 교통법규 위반 행위가 해당되는 게 아닙니다. 쉽게 말해 내 집 앞에 불법 주차하고 있어 사진 찍어 보냈다고 해서 다 수용되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시간 제한도 있습니다. 오전 7시부터 밤 10시까지만 해당됩니다.(이건 아마 통상 단속과의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였을까요.)
**시민 신고 사진: 위치 불분명으로 미수용
두번째로 제도의 핵심인 위반행위 촬영 부분입니다. 사진엔 촬영일시가 표시돼야 하고
시간 차가 있는 사진을 반드시 2장 이상을 촬영해 보내야 합니다. 또 주변 교통상황까지 파악할 수 있도록 원경과 근경 사진이 포함돼야 합니다.
**시민신고 사진: 일시 미표시로 미수용
무슨 얘기냐면 교통법규 위반 행위가 벌어진 일시가 사진에 표시돼 있어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서는 date camera 등의 별도 앱을 다운 받아 촬영할 때 사용하거나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 같은 앱을 통해서만 신고해야 합니다. '시간 차 있는 사진'은, 지나가다 잠깐 횡단보도 위를 거쳐 갈 수도 있는데 그 순간을 촬영해 놓고 위반했다고 하면 안되기 때문에 만들어진 조항입니다. '원경과 근경' 사진은, 차가 많이 밀려 있어 횡단보도 위에 서 있는데 그런 주변 상황을 알 수 없게 근접 사진만 보낸다면 괜한 피해자를 양산할 수 있기 때문에 생긴 단섭니다. 또 차량 번호가 분명하게 나와야 과태료 부과가 가능하기 때문에 근경이 필요합니다.
즉, 어느 시민이 길가다 본 교통법규 위반행위를 온라인으로 신고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다면, 먼저 신고대상인지(횡단보도/보도/교차로에서의 행위인지), 해당 시간이 맞는지를 확인하고 일시가 표시되는 카메라 앱을 사용하거나 서울 스마트 불편 신고 앱을 사용해 위반 장면을 원경과 근경을 촬영하고 일정 시간 기다렸다가 다시 또 촬영한 뒤 신고하면 됩니다.
*시민신고 사진: 요건 갖춰서 수용
이런 번거로운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온라인 신고제라는 제도를 알고 신고를 했다 해도 그게 요건을 갖춘 신고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달 동안 신고건수 135건 중, 수용된 건 61건뿐이었습니다. 수용률 45.2%, 신고 자체도 적었는데 수용된 건 절반도 안됐습니다.
아직 시행 두달째이기 때문에, 시행착오 등은 보완해야겠죠. 그러나 저 사진 촬영에서의 요건은 간소화하거나 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시민이 촬영한 사진만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려면 적발된 차량 소유주가 사진만으로도 교통법규 위반을 시인할 수 있는 근거가 돼야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하나도 뺄 수 없는 필수요건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번거롭고 또 까다롭기까지 한 온라인 시민신고제가 활성화되려면 뭔가 유인이 있어야겠죠.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건 신고 포상금입니다. 정부 부처와 지자체를 합쳐 신고포상금의 종류만 9백 개가 넘는다고 하죠. 하나 정도 더 보태져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은데 서울시 입장은 "시민신고제의 순수성,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입니다. 다른 유인책에 대해서는 아직 고려하고 있는 게 없는 듯합니다.
자, 온라인 신고제, 취지는 나쁘지 않습니다. '판옵티콘'이 현실화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지만 이는 좀 '오버'이거나 주변에 이미 CCTV가 가득하니 별 차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달 시행 후 결과에서 보듯 이대로 두면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 같네요. 앞서 적었듯 시민들이 단순히 많이 알게 된다고 해서 신고하게 되진 않을 것 같아서죠.
이를 두고 '겉보기만 그럴싸한 정책'이라고 하면 지나친 매도일까요? 효과가 아주 없다고 할 순 없겠지만, 그리고 앱 개발이나 홍보 등에 들어간 예산이 큰 돈은 아니었겠지만 그것도 세금이죠. 현재까지만 놓고 보면 세금 아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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