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야버스 확대가 또 연기된 이유>에 대해 지난주 기사를 쓰고 이틀 뒤 취재파일을 썼다. 약간은 반향이 있었던 것 같다.
기사보기: 심야버스 확대 또 연기.."시민 불편은 뒷전"(8/22)
댓글로 보면 취재파일에 더 많이 달렸다.
첫 기사가 나간 그 다음날 오후 6시쯤 시청 언론과에서 "심야버스 확대운영은 차기 기자설명회 개최시까지 엠바고 준수 바란다, 엠바고 내용은 확대노선도 포함이다"라는 내용의 문자가 왔다.
앞서 지난 12일 심야버스 관련 기자설명회를 연기할 때는 "기자설명회 9월초로 연기, 엠바고 준수" 하고 더 간명한 문자가 왔다.
엠바고는 일정 시점까지 보도를 유보, 유예하는 것, 그 취지는 수사나 협상 등에서 미리 언론을 통해 정보가 노출됨으로써 혼란이나 피해를 주지 말자는 것이다. 또는 취재원이나 언론사의 편의에 따라 보도 시점을 정해 "이때부터 기사 씁시다" "이때부터 기사 써주시오" 하는 경우도 많다.
이 심야버스 문제에서는 어떤 게 엠바고에 해당하는지가 좀 모호하다.
심야버스 확대한다? 이미 4월 발표 당시부터 나왔던 얘기다.
심야버스 확대시점? 서울시에서 두 번이나 연기했다.
심야버스 확대노선? 이미 노선도까지 그려 여러 차례 기사화됐다.
구체적인 노선과 그 노선에 따라 오가는 지역이 어디인지는 공식 발표 전에 나오면 혼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 제외된 지역의 경우엔 포함시켜달라는 항의 민원이 제기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엠바고를 준수해야 한다면 일리 있는 주장이다.
그런 부분을 감안해 기사를 썼다. 구체적인 지역은 명시하지 않았고 두루뭉술한 노선도만 그것도 컴퓨터 그래픽으로 처리해 기사에 냈다. 그런 내용은 모두 이미 보도됐던 것들이었다.
**위는 sbs8뉴스(8/22) 캡처, 아래는 연합뉴스 노선도(6/25)
그런데 이를 두고 엠바고 위반이라며 기자단 차원에서 징계를 하겠다고 한다. 뭐가 엠바고 위반이냐고 물으니 노선도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는 게 이유란다.
이미 6월부터 다 나왔던 얘기를 다시 언급했는데 저 그래픽 하나를 놓고 징계 운운하는 모습에... 화가 난다기보다는 좀 서글프다.
정말 별것도 아닌 기사였다. 심야버스, 어차피 9월이든, 조금 더 지나서든 시행할 것으로 본다. 지난주 쓴 기사의 시효는 막상 시행하면 끝이다. 아무것도 아닌 기사가 된다. 다만 그 과정에서 보여주는 서울시의 행태가 문제 있다는 것이었다. 이 기사 때문에 잠깐이나마 욕본 이들이 꼬투리를 잡는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다.
징계를 받는다고 하여 "나보다 앞서 기사를 쓰거나 노선을 언급했던 모든 기사를 찾아 같은 내용으로 징계해라" 하는 식으로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다. 다만 좀더 서글플 것 같다. 또 징계를 받을 바에는 좀더 화끈한 건이었으면.. 이 건은 좀 쪽팔리다.
엠바고 얘기로 돌아오면.. 기자들과 취재원의 편의에 따른 엠바고가 너무 많다. 이를 일일이 문제 삼기엔 너무나 굳어져버렸고...또 편리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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