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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두환 일가, 추징금은 대신 내겠다면서 세금은 외면?

-> 기사 보기: 전두환 일가, 체납 세금 5억 원 언급 안해






전두환씨 장남이 그동안 안 냈던 추징금 1672억 원을 모두 납부하겠다면서 국민에게 송구스럽다고 고개를 숙였습니다. 무슨 얘기를 더할지 지켜봤지만 고개를 두 번 숙이고는 검찰청으로 들어가버렸습니다. 나올 때도 별다른 말이 없었습니다.

 

전씨 명의로 된 돈이나 재산이 없기 때문에 가족들이 나눠서 추징금을 내기로 했답니다. 검찰 평가로는 전씨 일가가 내기로 한 재산이 거의 1703억 원 정도 가치라는군요. 환수팀까지 꾸려지고 처남 구속하고 검찰 수사가 가속화되니까 마지 못해 낸다는 거 삼척 동자도 알겠으나 어쨌든 좋습니다. 16년 만에 내면서 화폐 가치도 떨어지고 그동안 이자도 안 물었다는 문제도 있겠으나 '29만 원 밖에 없다'느니, '알토란 같은 내돈'이란 얘기 다시 안 들는 것도 괜찮네요.

 

그런데 추징금에 비하면, 자녀들 재산에 비하면 큰 돈 아니겠으나 낼 돈이 또 있다는 것, 소액이라 잊어버렸을까요. 세금입니다. 

 

전씨 추징금은 그동안 찔끔찔끔 징수됐습니다. 2003년 전씨는 자기 명의의 자동차를 비롯해 여러 가지를 압류당했고 전씨 명의로 돼 있던 유일한 부동산인 연희동 사저의 별채도 강제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처남 이창석씨가 낙찰받아 전씨가 그대로 살게 했는데 여기에 대한 양도소득세가 부과된 거죠. 세금 부과는 2010년 1월에 이뤄졌습니다. 세무당국이 뒤늦게 알았던 것인지 어쨌든 시점이 그랬다는군요. 

 

당시 부과된 양도세가 3억 176만 원, 국세의 10%인 지방세는 3천 17만 6천원이 부과됐습니다. 납부기한까지 내지 않으면 일단 3% 가산금이 붙고 그로부터 한달마다 1.2%씩 가산됩니다. 최대 75%까지 가산되기 때문에 합쳐서 최대 5억 8천 88만 8천원까지 올라갑니다. 2013년 9월 현재 양도세는 4억 5천만 원 정도, 지방세는 4천 5백만 원 정도까지 가산됐습니다. 


2010년 5월, 전씨가 사는 연희동을 관할하는 서대문세무서는 전씨 재산이 없어서 세금을 징수할 수 없다고 판단하고 '결손 처분'을 내렸습니다. 이 행정처분은 여러 사유로 부과한 조세를 징수할 수 없어서 납세자의 납세 의무를 면제해주는 조칩니다. 다만 단서 조항은 있습니다. 다른 재산이 발견되면 즉시 처분을 취소하고 다시 체납 처분을 내린다는 겁니다.


지방세가 5백만 원 이상이면 지자체로 징수 업무가 이관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넘겨받은 서울시는, 거둘 세금은 10분의 1 정도지만 세무서와는 다르게 이 사안을 판단했습니다. 이창석씨나 전경환씨 등 전씨 일가가 체납하고 있는 지방세도 대여금고나 연금 압류 등을 통해 징수하는가 하면 작년에는 전씨 차남을 두 번 만나 체납 세금을 내라고 설득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올해는 전씨에 대해 3천만 원 이상 고액 체납자에 포함됐다며 명단을 공개할테니 세금을 내라고 독촉하기도 했고 검찰이 전씨 자택 압류에 들어가자 재빨리 참가압류를 통지했습니다. 전씨 자택에서 압류된 그림 등이 공매 처분되면 조세가 추징금보다 우선하기 때문에 어쨌든 서울시가 맡은 지방세는 거둘 수 있게 되는 겁니다.


그렇더라도 4억 5천만 원을 상회하는 세금은 남습니다. 세무당국 입장에서는 "다른 재산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할지 모르겠으나 의지가 있다면 해법도 나오지 않을까요.


지난 5월 이런 내용의 취재파일을 썼는데 그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상황이 전개돼 전씨 측은 추징금을 완납하겠다며 1703억 원에 해당하는 재산도 내놓기로 했죠. 그렇다면 깔끔하게 밀린 세금도 해결하는 게 어떨까요? 추징금도 분납한 자녀 등 가족에게 드리는 말입니다. 그때 제목을 다시 한번 옮깁니다. 


"가진 돈 없다니 밀린 세금 좀 대신 내주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