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영화 내용으로 보면 좀 생뚱맞지만 워낙 인상적인 제목이라 여기저기 많이 회자됐던 그 문구. 엉뚱하게 실현되지 않을까 싶다. 굳이 노인을 따로 위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노인이 늘어나면? '非-노인'이 소수가 된다면?... 현재 65세 이상이라는 노인 기준도 상향 조정될 것 같고.
어려서 사회 시간에 배웠던 걸 떠올려보자. 그때 기준으로 노인비율이 7%면 '고령화 사회', 14%면 '고령 사회', 20%면 '초고령 사회'라고 한다. 통계청이 집계한 올해 노인비율은 12.2%, 우리나라는 '고령 사회' 턱밑까지 와 있다. 지역별로 편차가 좀 있다.
전라남도는 이미 '초고령 사회'.
2013년 현재 광역 단위에서 노인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전남, 21.4%다. 5명 중 1명은 65세 이상 노인이다. 전북, 경북, 강원, 충남, 충북 6곳은 '고령 사회', 서울은 10.9%, 10명 중 1명이 노인으로 아직은 '고령화 사회'다.
기초 단위에서는 전남 고흥군이 33.8%, '초초고령 사회'인가? 3명 중 1명이 노인으로 가장 높다. 경북 의성 33.2, 경북 군위 33.2, 경남 합천 32.5 순이다. 반면 울산 북구는 5.6, 울산 동구 6.1, 경북 구미 6.4 등으로 노인 비율이 낮다.
도시보다는 농어촌 지역에, 산업단지가 덜 들어선 지역에 아무래도 노인이 상대적으로 많을 것이다. 위와 같은 통계로 나타난다. 출산율이 낮다고 하지만 도시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영유아가 많은 편이다. 이렇게 노인 비율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여러 변화가 일고 있는데 우울한 변화를 하나 짚어본다. 기초연금이다.
2014년 7월부터는 기초연금
2008년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소득을 따져 기초노령연금을 지급해왔다. 비율이 점차 늘어 70%가 좀 못 되는 노인들이 나라에서 주는 연금을 받고 있다. 현재 최고액은 1인 기준 9만 6,800원이다. 내년 7월부터는 기초노령연금이 기초연금으로 바뀐다. 금액도 당장은 최고 20만 원으로 올라간다.
국민연금과 연계하는 문제 때문에 결국은 장관까지 사퇴하는 소동을 겪었는데 국회에서 다소 조정될 가능성이 남아 있지만 현재까지는 이렇다. 대상자는 소득 하위 70%로 기초노령연금과 같다. 일단 내년 7월부터 노인 연금 관련 지출이 대폭 늘어나는 것만은 사실이다. 복지부가 처음에 제시했던 예산안에선 9,411억 원 정도였는데 기획재정부에서 조정한 안에서는 7,301억 원으로 줄었다.
'무상보육'은 서울, '기초연금'은 전남?
0세부터 5세까지 보육료를 지원하는 이른바 '전면 무상보육'이 지난 3월부터 시행되면서 가장 예산에 쪼들렸던 건 그전까지 재정 자립도가 가장 높아 살림이 넉넉하다 여겨졌던 서울이었다. 광역단체 중에 영유아 수가 가장 많기 때문이었다. 올해 대상자 수가 갑자기 늘면서 감당하지 못하겠다고 중앙 정부와 계속 마찰을 빚은 끝에 결국은 2천억 원 빚을 내고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국고보조율이 서울이 더 낮다는 점도 한몫했다. 이 비율이 어느 정도는 조정되겠지만 내년에도 비슷한 문제는 되풀이될 것 같다.
기초연금 개편에는 노인 수가 많은 곳이 큰일이다. 즉, 이미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전라남도, 전국에서 노인비율이 가장 높은 고흥군엔 비상이 걸렸다. 무상보육 갈등 때는 어느 정도는 '강 건너 불'인 것 같기도 했는데 이제는 '발등의 불' 내지는 '눈썹에 떨어진 불', 즉 초미지급이 돼버렸다.
고흥군 인구는 7만 명 정도인데, 2만 4천 명가량이 노인이다. 기초노령연금 비용으로 올해 군비만 19억 3천만 원 정도 들었다.(기초노령연금 비용은 중앙 정부와 지방 정부가 약 75: 25로 분담한다. 지방 정부 분담은 다시 광역과 기초로 나눠지는데 기초단체 재정자립도 따라 그 비율이 달라진다.)
내년에는 24억 7천만 원 정도 지출이 늘어난다. 7월부터 반년치만 계산하니 이렇다고 한다. 2014년 군비 부담만 44억 원 정도, 2015년엔 군비 부담만 69억 원가량 될 것이다. 물론 해마다 늘어나거나(64세가 65세 되면 법적으로 '노인'이 된다.)나 줄어드는(사망하는...) 노인은 제외한 수치다.
문제는 돈, 지방 자치는 어떻게...?
전국적으로 따지면 어마어마한 액수가 추가로 들어간다. 이 돈은 해마다 늘어나면 났지 줄지는 않을 것이다. 노인 비율이 증가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본적인 지출이 돼 버리면 새로운 복지 사업을 시행할 여력이 없어진다. 재정 대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복지 확대의 무서운 점은 여기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호화 청사나 선심성 사업들, 각종 의미 약한 축제들, 방만한 예산 운영 등은 노상 거론되는 지방 자치의 문제점이다. 개선 필요하다. 하지만 그와는 별도로, 중앙정부가 계속 내려보내는 복지 사업, 그리고 투입해야 하는 재정 부담이, 자치의 의미를 퇴색시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러다간 단체장 직선 외에는 남는 게 없을 것 같기도 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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