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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2014 소치 올림픽

성남시와 빅토르 안 생각... 설마 '제2의 안현수'가?



-성남시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2002년 7월 이후 성남시장은 단 2명, 2002년~2010년 6월까지는 이대엽, 2010년 7월부터 현재까지는 이재명 시장이다. 

 

이대엽 전 시장은 3선 국회의원 출신으로, 2002년 민선 3기 시장으로 당선됐다. 재선까지 성공했는데 2009년 새롭게 지은 시청사가 문제가 됐다. 3천 2백억 원의 건설비용이 들어간 데다 온통 유리로 만들어 에너지 효율도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았다. 이 전 시장은 2010년 지방선거 당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한 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이후 이 전 시장은 재임시 예산 횡령, 건설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 등으로 2010년 12월 구속기소돼 징역 4년을 선고받고 현재 복역 중이다. 

 

-이 전 시장의 후임으로 취임한 이재명 현 시장은, 2010년 7월 출범과 함께 부채 상환이 어렵다며 모라토리엄을 선언했다. 국내 지자체로는 처음이었다. 당시 이 시장이 밝힌 성남시 비공식 부채는 7천 2백억 원 규모였다. 모라토리엄까지 선언할 상황은 아니었는데 정치적 계산에 따라 선언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긴 했으나 어쨌든 성남시는 지불 능력이 없다며 지불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성남시는 2010년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뒤 2011년 스포츠팀 예산을 전년 83억 원에서 25억 원 수준으로 삭감했다. 15개 종목의 팀을 계속 운영할 수 없는 예산이었다. 하키, 펜싱, 육상 3개 종목 팀만 남기고 12개 팀이 해체됐다. 쇼트트랙 팀도 공중 분해됐다. 여기 속해 있던 선수들은 갈곳 없는 신세가 됐는데 그중에 토리노 올림픽 3관왕 안현수가 있었다. 

 

지난 1월 27일 이재명 시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3년 6개월 만에 부채를 모두 상환했다며 '모라토리엄 졸업'을 다시 선언했다. 올해 6월 지방선거를 불과 넉달여 앞두고 '졸업'을 선언한 건 일종의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성남시의회 새누리당협의회는 모라토리엄 선언 관련해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며 특별위원회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이 역시 선거를 앞둔 공세일 수도 있다.


-어쨌든 재정 여건이 호전되면서 성남시청 쇼트트랙팀은 바로 지난달, 3년 만에 재창단됐다. 이번 올림픽에 출전한 남자 쇼트트랙 국가대표 이한빈과 김윤재가 성남시청 소속이다. 


꼭 성남시청 팀이 없어졌기 때문에 안현수가 러시아에 귀화했다고 말할 수만은 없다. 한체대-비한체대 파벌 싸움, 무릎 부상 등을 겪으면서 안현수는 골치 아픈 선수가 돼 있기도 했고 밴쿠버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서도 떨어져 올림픽엔 출전하지도 못했다. 밴쿠버 올림픽에서 한국 대표팀은 이정수가 1000m, 1500m 2관왕을 차지했고 은 4, 동 2로 토리노 때만은 못해도 준수한 성적을 거두었다. 소치 올림픽을 앞두고는 노진규라는 에이스가 있었다. 세대 교체가 빠르게 이뤄졌던 한국 쇼트트랙, 특히 남자 팀 입장에서는 부상에 나이까지 들어버린 안현수가 그리 절실한 존재가 아니었다고 판단했을 것 같다. 쇼트트랙 역사상 가장 뛰어난 선수라는 평가는 그저 과거의 안현수에 대한 것이었을 뿐...


-성남시의 호화 시청사, 이대엽 전 시장의 비리가 불러온 일종의 나비 효과가 여러 과정을 거치면서 안현수의 귀화를, 그리고 빅토르 안이 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는 상황까지 불러왔고 이를 바라보는 뭇 한국인들은 저마다 양상은 다르겠으나 씁쓸한 감정을 느낄 만하다.


이는 사실 프로도 예외는 아니지만 아마추어 스포츠 다수의 실업팀이 해당 스포츠의 반짝 인기나 지자체장의 의지와 입맛, 상황에 따라 창단과 해체를 반복하고 있는 현실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내가 엉뚱하게도 이 시점에 떠올린 건 무상보육과 기초연금 문제다. 전면 무상보육 시행, 기초연금 확대 시행, 기초생활보장제도 확대로 인한 지자체 추가 부담은 이미 시작됐다. (이전 취재파일 : 기초연금 축소해도 지방엔 1조 부담.. 이게 전부가 아니다


이렇게 추가 비용 부담이 크게 늘어난 지자체들, 어떻게든 다른 예산을 줄이려고 애를 쓸 것이다. 그 유탄이,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는 스포츠팀으로 또 가진 않을까? 그 과정에서 제2의 안현수가, 제2의 빅토르 안이 나오진 않을까? 부질없는 망상이길 바라지만 현실이 꼭 그럴 것 같지는 않다. 


빅토르 안의 메달과 세레모니를 보면서, 한편으로는 잘됐다 싶으면서도 입맛은 못내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