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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2014 소치 올림픽

반팔 입고 다니는 동계 올림픽.. 2018년 평창은?


'눈과 얼음의 축제' 동계 올림픽이 이제 절반이 지나갔다. 그런데 날씨가 예사롭지 않다.  낮 1시 현재 기온이 섭씨 18도라고 하는데 체감 기온은 20도를 넘는 듯하다. 빙상 경기장이 몰려 있는 올림픽 파크 곳곳엔 반팔 차림으로 다니는 사람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햇살까지 강해 선글래스에 선크림은 필수품 같다. 

 



소치의 2월 평균 최고 기온은 10도, 최저 기온은 1도라는데 이보다 높은 '이상 고온'인 건 분명해 보인다. "이대로면 하계 올림픽을 해도 무방하겠다", "동/하계 통합 올림픽도 가능한 것 아니냐"는 농담까지 나오고 있다. 또 이번 올림픽의 슬로건인 'Hot, Cool, Yours'에 빗대 'Hot'한 올림픽은 틀림없다는 비아냥도 흘러다닌다.


 



러시아는 소치 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홍보할 때 '수영과 스키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이라고도 했다. 그 말처럼 빙상 경기장에서 5분이면 닿는 해안엔 수영을 즐기는 관광객도 보인다. 실내에서 하는 빙상 경기는 별 지장 없겠으나 문제는 실외에서 하는 설상 경기다. 기차로 30분, 차로 4-50분 거리 정도 떨어져 있는 산악 클러스터도 영상 5도까지 기온이 치솟아 그나마 쌓여 있던 눈이 녹는 상황까지 발생하고 있다. 


 

 

체르니셴코 소치 올림픽 조직위원장은 지난 12일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고온 현상이) 아주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면서 "약간의 이상 기후 현상이 나타났을 뿐"이라고 말했다. 올림픽 개막에 앞서 1월에도 눈 부족 사태가 우려됐는데 이를 대비해 올림픽 조직위는 산악 쪽에 70만 세제곱미터의 눈을 저장해놓기도 했다. 체르니셴코 위원장은 "눈이 필요하면 미리 저장해놓은 눈을 퍼다 뿌리면 된다"면서도 "아직은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도 말했다. 그는 이틀 사이에 기온이 내려갈 것이라고 했는데 이틀이 지난 지금은 기온은 더 올라갔다. 

 

산악 지역에 기온이 올라가니 스키나 스노보드처럼 눈 위에서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다. 눈이 단단하게 뭉쳐지지 않고 일부는 녹아내려 수막 현상까지 생기다보니 제 기량을 펼치기 어렵다는 것. 올림픽 3연패를 노렸던 미국의 스노보드 황제 숀 화이트는 4위에 그쳤고, 처음 정식종목이 된 여자 스키점프에서 이번 시즌 월드컵에서 10번이나 우승해 금메달 0순위로 꼽혔던 일본의 다카나시 사라도 4위에 머물렀다. 


 



경기를 앞둔 봅슬레이 선수들도 비상이다. 빙판 트랙에 물기가 생겨 물러지면 영하 날씨에 쓰는 얇은 날에서 굵은 날로 교체해야 한다고 한다. 그래야 마찰력을 줄여 기록 저하를 막을 수 있다. 독일, 캐나다 같은 봅슬레이 강국은 종류별로 날도 여러 개 갖고 있지만 우리 선수들은 단 1개만 날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이 이어지자, 올림픽에 참가하는 선수 100여 명은 'Olympic Athletes Against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반대하는 올림픽 선수들'이라는 제목의 기후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탄원서에 서명하기도 했다. (해당 기사: Olympians speak out on climate change as Sochi warms up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감축해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를 정치 지도자들이 앞장서 막아달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원래 소치가 동계 올림픽 개최지로 적합하지 않았다는, 이제 와서 하나마나한 얘기는 제쳐놓고... 지구 온난화의 영향이 계속 확대된다면 동계 스포츠의 입지는 점차 좁아질 것 같다. 아니면 스키나, 스키점프, 크로스컨트리, 봅슬레이 같은 실외 경기도 죄다 실내로 들어가게 되는 것 아닐까. 그러면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할 것이다. 또 그렇게 된다면 동계 스포츠 일부 종목은 정말 '그들만의 스포츠'가 될 수도 있다. 


이런 소치와는 대조적으로 한국 강원도엔 눈이 펑펑 왔다. 2018년에도 그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