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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2014 세월호 참사

이렇게 천진했던 아이들이...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단원고 유가족대책위에서 침몰 당시 학생들을 촬영한 동영상과 사진을 사고 14일째인 4월 29일 여러 언론에 제공했다. 가족들은 이 동영상을 통해 죄없는 학생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했다. 가족들의 취지에 따라 동영상 내용을 뉴스로 전달하긴 했으나 다시 찬찬히 들여다본 내용을 더 적는다. 이를 통해 '죄없는 학생들이 억울하게 죽어갔다'는 사실이 더 잘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희생자들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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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영상과 사진은 단원고 2학년생이었던 고 박수현 군이 촬영한 것으로 아버지 박종대씨가 박 군의 유품 중에서 찾아 제공했다. 동영상 파일 3개, 사진 파일 35장이다.

제목을 별도로 지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촬영을 시작한 일시가 제목이다. 20140416_085227.mp4 이런 식으로, 16일 8시 52분 27초에 촬영하기 시작했다는 걸 알 수 있다. 사진도 마찬가지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첫번째 영상은 사고 전날인 4월 15일 밤 10시 3분 15초부터 촬영됐다. 20초 분량, 불꽃놀이다. 세월호 선상에서는 승객들을 위해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박수현 군 외에도 여러 학생이나 승객이 불꽃놀이 영상을 촬영했을 것 같다. 불꽃놀이 당시를 촬영한 사진도 14장이 담겨 있다. 여기까지가 전날 상황이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사고 당일 16일의 첫 촬영은 오전 6시 26분이다. 박 군은 일찍 잠이 깼는지 객실 밖으로 나와 바다를 보면서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을 놓고 이미 배가 기울어져 있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있지만 분명치는 않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다음 사진은 오전 7시 36분, 이번엔 실내에서 천장에 매달린 등을 찍었다. 사진상으론 좀 기울어진 듯도 하지만 촬영 각도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기엔 단정할 순 없다.

그리고는 문제의 시각, 오전 8시 52분이다. 박 군은 8시 52분 27초부터 촬영을 시작했다. 5분 동안 계속 찍었다. 박 군이 촬영을 시작한 때는 고 최덕하 군이 119에 처음으로 신고했던 그 시간이다. 세월호가 알려진 대로 1시간 전부터 멈춰 있었다면 승객들도 배가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됐을 시점이다. 배가 기울어지고 있다는 걸 느꼈다. 방문이 열린 가운데 학생들은 삼삼오오 서 있거나 앉아 있고 구명조끼를 꺼내든 모습도 보인다. 아직 입지는 않고 있다.

8시 57분 27초까지 이어졌던 동영상 촬영은 잠시 중단됐고 1분여 뒤인 8시 59분 53초부터 다시 시작된다. 아마 구명조끼를 찾아 입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이 사이에 목포 해경은 세월호 침몰 신고를 접수해 헬기와 123정 등에 출동을 지시했다.

다시 박 군이 촬영을 시작한 뒤부터는 대부분 구명조끼를 입고 있다. 이때부터 박 군은 9분 29초 동안 계속 이어서 동영상을 찍는다. 그 사이사이 촬영한 사진은 7장이다. 9시 9분 22초까지 촬영은 이어진다. 아직은 분위기도 어둡지 않고 아이들 답게 장난끼도 있다. 서로 툭닥거리기도 하고 천진한 16살, 17살 모습 그대로다.

박 군이 촬영을 하고 있는 동안, 진도 VTS와 세월호는 교신을 시작했다. 간간이 선내 방송이 나왔으나, "움직이지 말고 그 자리에 대기하라" "구명조끼 끈이 잘 묶여 있는지 확인해라" 정도였다. 영상에 담겨있는 학생들은 8시 52분 처음 촬영할 때부터 9시 9분 촬영이 끝날 때까지 객실 안과 복도에 거의 그대로 머물러있다.

동영상 촬영이 끝난 뒤에는 사진 12장이 더 남았다. 셀카를 찍은 모습, 친구들을 찍은 모습 등이다. 9시 13분에 4장, 14분에 1장, 10시 11분에 7장이다.

9시 14분 즈음에는 가장 가까이 있던 화물선 두라에이스호가 세월호에 가까이 다가왔다. 일반 화물선이라 구명튜브 정도 말고는 별다른 구조 장비가 없었지만 바다에 뛰어들었다면 충분히 구조할 수 있을 만큼이긴 했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그로부터 약 1시간 뒤 10시 11분 45초, 박 군은 마지막으로 사진을 찍었다. 사진은 더욱 삐딱해졌다. 배가 점점 더 기울었기에 그렇게 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도 사진에 담긴 아이들은 객실 안과 복도에 그대로 있다. 해경 123정이 이미 도착해 구조 작업을 펴고 있었고 헬기도 상공에 떠 있었다. 선장과 선원들은 빠져 나간 다음이다. 다른 쪽에 있던 일부 승객들도 갑판으로 나가 바다로 뛰어들거나 하고 있을 때다.


....왜 그렇게 어른들 말을 잘 듣고 있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