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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2014 세월호 참사

"해경, 침몰 영상 은폐 의혹" 확인해보니...

기사 보기 => '침몰 12분' 영상만 없다...은폐 의혹 제기



2014년 4월 16일 오전 10시 8분, 세월호 선체는 거의 70도 정도 기울어 있었다. 9분 뒤인 10시 17분의 기울기는 108도, 이때는 선체 안에서 마지막으로 카카오톡 메시지가 발송됐던 시간이기도 하다. 10시 20분이면 선체는 거의 전복돼 가라앉고 있던 때라고 볼 수 있다.


세월호 가족대책위에서 기자회견까지 열어 의문을 제기한 건 이 시간대다. 10시 8분에서 20분 사이 12, 13분 정도 시간, 왜 이 시간대에는 헬기에서 촬영한 영상이 없냐는 거다. 또 경비정에서 찍은 이 시간대 영상도 침몰하는 선체는 제대로 찍지 않고 다른 것만 찍었다며 이게 과연 우연의 일치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적시하지는 않았으나 해경이 그시간대 영상을 은폐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문제 제기다.






침몰 당시 해경이 촬영한 영상을 다시 훑어봤다. 

 

세월호가 가라앉기 전에 현장에 도착해 구조 활동에 참여한 해경 헬기는 B-511, 512, 513호 3대, 해경 함정은 P-123정 1척이다. 각각 다 현장 상황을 촬영했다. 511과 513호는 캠코더로, 512와 123정은 휴대전화로 촬영했다.(해경은 512와 123정에 캠코더도 있었지만 신속하게 촬영 영상을 전송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고 해명했다.)

 

가족대책위는 헬기와 123정에서 촬영한 영상의 사본을 살펴보니 512와 513 영상 중엔 10시 8분~20분 사이 영상이 없고, 511 영상은 시간이 표기되지 않는데 이 시간대로 추정되는 영상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해경에 다시 따져물었더니 해경이 내놓은 설명은 이렇다. 

 

1. 512: 헬기로 구조한 사람들을 가까운 서거차도 방파제에 내려놓고 다시 돌아와 구조활동을 했는데 이 시간에 서거차도에 갔기에 촬영한 게 없다.

2. 513: 간헐적으로 촬영하고 있었는데 이 시간에는 찍지 않았다.

3. 511: 그 시간에 촬영한 영상이 있다.

 

동영상 플레이어 프로그램에 따라 촬영 시간이 표시되는 게 있어 확인해보니 511 영상에도 촬영한 시간이 나타나고 10시 8분~20분 사이 영상이 있다는 설명이었다. 영상을 다시 보니 촬영 시간이 나오기는 하는데 시간이 당시 상황과 맞지 않아 재차 물으니 캠코더 시간 설정이 잘못 돼 있어 표시된 시간에다 10분 10초를 더해야 맞는 시간이라고 했다. (10분 10초가 빠르게 설정돼 있었다는 설명이다.)

 

511 영상 중에서 표시 시간으로 9시 57분 39초에 촬영 시작한 2분 20초짜리 영상은, 해경 설명대로면 10시 7분 49초에 촬영 시작한 영상이다. 촬영을 마친 시간은 10시 11분 9초가 된다. 세월호 우현쪽으로 올라와 구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이고, 이들을 헬기로 구조하는 상황이 담겨 있다. 70도 이상 기울어 있고 계속 기울어지던 그 시간대 상황과 다르지 않다. 해경 설명대로 10분 10초를 더한 시간이 맞는 것으로 보인다.

 

511 영상 중에 시간대별로 그 다음 영상은 표시시간으로 10시 8분 17초에 촬영 시작한 6분 58초짜리 영상이다. 해경 설명대로면 10시 18분 27초에 촬영 시작한 게 된다. 촬영을 마친 시간은 10시 25분 25초다. 시작 시간 즈음에 세월호 선체는 이미 108도 이상 기울어서 거의 전복된 상태였다. 바다로 뛰어든 승객과 우현으로 올라온 승객들을 마지막으로 구하는 상황이 담겨 있다. 역시 그 시간대 상황과 다르지 않다. 해경 설명대로다.


 






이 511 영상에는 세월호가 가라앉는 시점의 상황도 담겨 있다. 가족대책위의 주장처럼 10시 8분~20분 사이 헬기 영상이 없는 건 아닌 것 같다. 시간 표시가 제대로 안돼 있고 캠코더 설정 오류로 그 시간마저 잘못 표시돼 있던 것이다.

(다만, 이 세월호 완전 침몰 즈음의 영상을 해경은 언론에 제공하지 않았다.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참사 국정조사특위에는 모든 영상을 제공했으나 언론에는 7기가 분량에서 5기가 정도만 제공했다.-이 영상은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을 통해 입수- 왜 그랬을까. 다른 의도가 있었는지, 경황이 없어 그랬는지 알 수 없다.)



-가족들은 그럼에도 원본까지 검증해봐야겠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가족대책위가 확인한 건 사본이기 때문에 목포지청 등에 흩어져 있는 원본을 가져와 확인해야 더 분명하게 밝힐 수 있을 것 같다고 한다.

 

-원본에서도 해경의 설명이 맞다고 확인되면 해경에 대한 신뢰가 회복될까. 


출동 이후 침몰 상황에서 보여줬던 해경의 행태, 이후 승객 휴대전화 수거 뒤 동의 없이 메모리 카드 등을 살펴봤다거나, 당시 영상의 원본을 삭제했던 것처럼 곳곳에 구멍이 많았고 믿음을 주지 못했다. 최근 수거한 세월호 선내 CCTV 영상 저장장치를 가족들이 해경 과학수사대가 아니라 민간업체에 맡겨 복원하게 한 것도 해경을 믿을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무신불립 無信不立'이라고 했다. 정치란 足食, 足兵, 民信인데,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 한다면 우선 군대를, 다음엔 식량을 포기해야 하나, 백성의 믿음 없이는 나라가 서지 못한다는 공자의 말에서 비롯됐다. 


해경이 어떤 설명을 한다 한들 이를 말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이 얼마나 될까.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진 현실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