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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애 낳으라는데...맡길 곳이 없어요."... 맞벌이 여성이 직장 관두는 이유



-이번 어린이집 폭행 사태를 보면서 마음 아팠을 분들 중 한 그룹은 맞벌이 가정일 듯하다. 도저히 안심할 수 없어 어린이집에 그만 보내고 싶더라도 방법이 없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라는 구호 내지는 선언이 나온지 한참 됐지만 여전히 어렵다는 게 맞벌이 가정의, 특히 여성들의 하소연이다. 이런 심정을 심층 면접조사 연구보고서가 나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김은정 부연구위원 등 연구팀이 낸 '자녀양육 실태 및 돌봄지원 서비스 개선방안' 연구보고서다. 이 보고서에 많은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 내가 주목한 부분은 [4장 4절 일 가정 양립 및 자녀 양육의 어려움]이다. 

연구팀은 2014년 8월~9월, 만 6세 이하(미취학) 자녀를 양육하는 기혼여성 511명을 1대 1 면접조사했다. 면접 당시 맞벌이 여성은 355명, 홑벌이는 156명이었다.(연구팀은 맞벌이 대 홑벌이 비율을 7:3으로 맞췄다.) 맞벌이 여성 중 97.5%는 재직 중, 2.5%는 휴직 중이었다.


-경력 단절은 '취업을 했다가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사유로 노동시장을 떠난 경우'로 정의했다. 출산 휴가, 육아 휴직은 포함되지 않고 퇴직이 이에 해당한다. 

심영구 취재파일용맞벌이 여성은 경력 단절을 경험한 주된 이유로 '출산 후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어서'를 절반 가량이 꼽았다. 46.7%. 그 다음 이유는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들어서' 19.6%, '결혼.임신.출산.육아로 인한 직장 분위기 또는 불이익 때문에'가 12.1%, '아이를 직접 돌보고 싶어서'는 6.5%에 불과했다. 아이를 직접 돌보고 싶었다는 답변을 빼고는 사실 상위 3개의 답변이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있다. 아이를 믿고 맡길 곳이 없으니 직장생활과 육아를 병행하기 힘든 것이고, 또 그런 상황이라 직장 분위기도 안 좋고 불이익도 받게 되는 식이다. 이 모두가 해당하겠지만 응답자는 그중 제일 와닿는 걸 골랐을 성 싶다.

홑벌이 여성은 현재 경력이 단절된 상태다. 이들은 경력 단절을 경험한 주된 이유로 '직장과 육아 병행이 어렵다' 22.9%, '결혼,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한 직장 분위기 또는 불이익 때문에' 21.7%, '결혼준비를 위해서' 18.1%, '임신을 위해서' 8.4% 순으로 답했다. 맞벌이와는 달리 결혼준비나 임신을 위해서라는 답변이 있는데 이 역시 결혼과 임신을 하면 직장 생활이 수월하지 만은 않기에 이렇게 답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연구팀은 이와 별도로 육아정책연구소 자료를 토대로, 2008년~2011년까지 4년간 맞벌이를 유지한 경우와 홑벌이 유지한 경우, 맞벌이에서 홑벌이, 홑벌이에서 맞벌이로 이동한 경우를 따져봤다. 홑벌이 유지는 58.5%, 맞벌이 유지는 15.1%,  맞벌이에서 홑벌이는 12.0%, 홑벌이에서 맞벌이는 14.4%였다. 자녀 양육을 홑벌이 상태로 하는 비율이 아직 60% 가까이 되고 있으며 맞벌이를 유지하는 비율은 15%에 불과하다. 또 맞벌이에서 홑벌이로 가는 경우는 자녀가 어릴수록, 홑벌이에서 맞벌이로 가는 건 자녀가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아질 때라서, 영아 시기엔 직장을 그만 뒀다가 유아로 넘어가면서 다시 노동시장으로 나서는 여성들이 많다는 분석이다.

-연구팀은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이 과거보다는 상대적으로 감소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공공부문과 대기업에 비하면 중소기업 쪽 상황은 더 열악할 것으로 판단했다. 또 양육비용 부담은 다소 개선됐지만, 과중한 양육 및 가사부담에 대한 어려움은 오히려 증가했다.

가정 내에서의 가사노동과 양육부담에 대한, 여전한 성 불평등을 개선해야 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남편의 육아 휴직 장려라든가...) 또 비용 지원과 함께 육아 지원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게 연구팀 판단이다.

*원문을 비롯해 좀더 자세한 내용을 보고 싶으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의 연구보고서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