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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10대는 정말 '웰빙' 때문에 햄버거를 덜 먹나?




-햄버거, 치킨, 피자처럼 주로 주문하면 빨리 받아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통칭하는 말이 '패스트푸드'다. 그렇게 따지면 주문한지 5분도 안돼 도착하던 00반점의 짜장면도, 길거리에서 조리해 바로 파는 떡볶이류도 그럴 것 같은데 어쨌든 통상 '패스트푸드'의 대명사는 햄버거, 치킨, 피자다. 고열량에 고지방, 고나트륨에 다른 영양소는 적어 대표적인 '고열량 저영양' 식품이기도 하다. '패스트푸드 섭취율' 조사도 햄버거, 치킨, 피자 등을 먹었는지를 따진다. 

-질병관리본부에서 발간하는 <주간 질병과 건강>에 실린 '우리나라 청소년의 식습관 현황' 페이퍼에 근거해 "청소년의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2005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는 기사가 나왔다. 이 기사는 "패스트푸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과 '웰빙'에 대한 높은 관심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을 덧붙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 생각했는데 과연 그럴까 싶었다. 10대들이 건강을 생각해 패스트푸드 섭취를 줄였다고? 나도 건강을 생각해 패스트푸드를 자제하기 시작한 게 얼마 안됐는데 10대들이?(여전히 유혹에 못 이겨, 혹은 편의 때문에 종종 치킨이나 햄버거를 먹는다) 자료를 찾아 좀더 자세히 살펴봤다.

-페이퍼의 근거는 교육부와 질병관리본부가 공동으로 실시하는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였다. 이중에 패스트푸드 섭취율 조사도 들어있다. 2005년 이후 매년 여름 실시해 10월쯤 발표하는데 올해 조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2005년부터 작년 2014년까지 10년치에서 '패스트푸드 섭취율'의 추이를 살펴볼 수 있다. 2005년엔 30.5%였는데 2014년은 15.6%,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질병관리본부의 페이퍼나 그 기사가 틀린 건 아니다. 

#패스트푸드 섭취율(주3회 이상), 청소년건강행태온라인조사

연도2005200620072008200920102011201220132014
섭취율(%)30.530.029.321.612.112.011.611.513.115.6


연도별로 보면 2008년 21.6%까지 줄었다가 2009년엔 12.1%로 급감했고 2012년 11.5%로 바닥을 찍었다. 그리고는 2013년 13.1%, 2014년엔 15.6%로 2년 연속 증가세다. 여기서의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주 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었는지를 뜻한다. 추이로 보면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다시 늘고 있다. 이런 추세를 생략하고 "10년 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다"라고만 쓰면 틀린 건 아니나 충분히 설명하진 않은, 불친절한 기사가 된다.


-비슷한 조사 중에 교육부에서 실시하는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가 있다. 신체 발달사항, 비만도 등이 주된 내용인데 여기에도 패스트푸드 섭취율 조사가 있다. 2009년부터만 봐도 2014년까지 섭취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패스트푸드 섭취율(주1회 이상), 학교건강검사 표본조사

연도200920102011201220132014
초등생 (%)49.953.457.756.960.061.4
중학생(%)56.859.664.463.569.172.1
고교생(%)60.262.366.367.771.174.3
 

청소년건강행태 조사는 중고등학생, 학교건강검사는 초등학생까지 포함되지만 조사대상은 8만 명 정도로 비슷하다. 그런데 앞의 조사는 '10년 새 절반', 뒤의 조사는 '계속 증가'... 뭐가 맞는 걸까.

-두 조사는 '패스트푸드 섭취율'을 어떻게 규정했는지가 다르다.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는 '주3회 이상', 학교건강검사는 '주1회 이상'이다. 즉, 앞의 조사에서는 1주일에 세 번 이상 패스트푸드를 먹어야 패스트푸드 섭취율에 포함되고 뒤의 조사에서는 1주일에 1번 이상만 패스트푸드를 먹으면 섭취율에 포함된다. 그렇기에 섭취율에서 50-60% 정도의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종합해서 보면, 주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청소년은 10년 전에 비해서는 줄었으나, 주1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청소년은 적어도 2009년 이후부터는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주3회 이상 패스트푸드를 섭취하는 청소년도 2012년 이후 증가세이니, 2012년부터는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주3회 이상이든 주1회 이상이든 늘고 있다고 봐야 한다. 

-이렇게 헷갈리게 된 이유는,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서 기준을 바꿨기 때문일 것이다. 2009년 조사까지는 청소년건강행태조사도 패스트푸드 섭취의 기준이 '주1회 이상'이었다. 그런데 2010년부터는 주3회 이상으로 바꿨고 2014년 10월 최근 10년치를 종합해 추이를 분석한 자료를 냈을 때도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주3회 이상을 기준으로 한 '패스트푸드 섭취율'을 표시했다.


질병관리본부 측은 2010년에 섭취율 기준을 바꾼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당시 담당자는 아니다.) 패스트푸드 섭취에 대한 권장기준 같은 게 없는 상태에서 주1회 이상을 기준으로 했더니 해당되는 청소년이 너무 많았다는 것이다. 당시에도 그렇고 지금도 60-70%나 된다. 그러면 조사가 큰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에 '주3회 이상'으로 기준을 바꾼 것 같다는 설명이다. 그러면 패스트푸드를 많이 섭취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10%대로 나오고 이 청소년의 섭취율을 낮추는 게 정책 목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일리 있는 설명이라고 봤다.(탄산음료 섭취율도 마찬가지로 이때 주1회에서 주3회 이상으로 바뀌었다.)

-다른 하나의 추정은 이렇다. 패스트푸드 섭취율을 주1회 이상으로 했을 때는 2005년엔 70.3%, 2006년 68.4%, 2007년 67.4%, 2008년 56.1%였다가 2009년엔 60.6%로 다시 올랐다. 이를 주3회 이상으로 바꿨더니 2005년은 30.5%, 2008년 21.6%, 2009년 12.1%로 크게 낮아졌다. 무려 10%p 가까이나 말이다. 주1회 이상일 때는 2009년이 다시 올라가는 추세였는데 주3회 이상으로 바꿨더니 2009년은 급감하는 시점이 됐다. 이때는 정부가 청소년 건강보호를 위한 정책을 강화하던 때이기도 하다. 어린이식생활안전특별법이 마련되기도 했다. 학교 내 매점에서 고열량 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된 패스트푸드류가 퇴출되고 탄산음료 자판기도 철거됐다. 이런 정책이 쏟아지던 시점과, 통계상으로도 일치하게 됐다. 기준을 바꾼 이유에는 이런 것도 있지 않았을까.

-다시 종합해 정리하면, 10년 전보다는 패스트푸드 섭취율은 줄었으나 최근엔 주1회든 주3회 이상이든 늘어나는 추세다. 정부 당국이 패스트푸드를 주3회 이상 먹는 게 청소년 건강에 좋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최근의 증가세 원인이 뭔지 정확히 분석해 정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언론도 패스트푸드 섭취율이 단순히 늘었다 줄었다만 전달할 게 아니라, 헷갈리지 않게 정제해 보도해야겠다. 올해 청소년건강행태조사는 10월 초에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