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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안전엔 깜깜' 어린이집 4만 곳...대책은?

@벼락같이 무너진, 그 어린이집.

지난 7월 14일 수십, 수백 명 혹은 수천 명이 가슴을 쓸어내렸을 것 같다. 뒤늦게 이 소식을 알게 된 나 같은 기자를 포함해서 말이다. 이날 오전 11시 26분, 서울의 한 민간 어린이집 2층 천장이 갑자기 무너졌다. 이 어린이집엔 37명의 원아가 다녔는데 천장이 무너진 방에도 11명이 있었다. 갑작스런 붕괴이긴 하나 조짐이 있었는지, 아이들은 교사 지도를 받아 신속하게 대피했다. 다른 아이들 상당수는 야외 활동 중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인명 피해는 1명도 없었다. 아이들의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등 친인척들과 어린이집 원장, 교사 등 어린이집 관계자, 구청, 시, 복지부 관계자 등 모두들 안도했을 것이다.

이 어린이집은, 붉은 벽돌로 지은 낡은 주택에 입주해 있었다. 1979년 준공된 건물로 지은 지 40년 가까이 됐다. 오래된 건물이라도 제대로 짓고 잘 관리했다면 문제가 없을텐데 그렇지 않았다. 건물주인은 자신도 놀랐다면서 "벽돌을 쌓았으면 놓은 다음에 미장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것도 없고, 천장 마무리를 막 엉망으로 해놨더라"고 말했다. 처음 이 건물을 지었던 건축업자 혹은 증축 내지는 보수했던 업자나,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건물주가 책임져야 할 사안이나, 다친 사람이 없어 경찰은 별다른 조치 없이 사건을 종결했다. 다만 어린이집은 7월 말 바로 폐업 조치됐고 이 어린이집에 있던 원아들은 다른 어린이집으로 갔다. 이 어린이집은 중앙이나 지방정부의 안전 점검을 받은 일이 없었다. 민간 어린이집이기 때문이었다.


@작년에 첫 실태조사...나머지 4만 곳은?

보건복지부는 2014년 처음으로 노후 어린이집 문제와 관련해 실태조사를 벌였다. 전국 3,380개 어린이집을 조사했더니 10년 이상 된 건물을 사용하거나 입주한 어린이집이 2615곳, 77.4%나 됐다.  20년 이상을 추려보니 1,010곳, 29.9%로 집계됐다. 7월 사고처럼 당장 무너지는 곳이 나오지는 않더라도 안전 점검이 필요한 노후 어린이집 비율이 꽤 높은 셈이다. 


그런데 정작 더 큰 문제는 다른 데 있다. 보건복지부의 2014년 보육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어린이집은 4만 3,742곳이다. 앞서 실태조사는 3,380곳만 대상으로 했다. 국공립과 법인 어린이집만 조사한 데다 그마저도 어린이집이 가장 많은 서울 지역은 제외한 조사였다. 어린이집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간과 가정 어린이집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빠져있다. 실태를 전혀 알지 못하니 노후한 어린이집이 얼마나 되는지, 당장 안전에 문제가 있지는 않을지, 장기적으로 문제가 될 것이라면 언제 어떻게 보수할지, 아무런 대책을 세울 수도 없는 것이다.


@비 새고 금 가고.. 언제까지 이런 곳에...
경기도의 한 어린이집을 찾아가봤다. 21년 전인 1994년 지은 건물을 사용하고 있었다. 색이 바랜 검붉은 벽돌로 지은 2층 건물이었는데 건물 처마 부분에 1-2미터 간격으로 잔금이 가 있었고, 이런 곳으로 비가 새니 시멘트로 땜질을 보기 흉하게 땜질해놨다. 각 연령별 아이들이 사용하는 교실 벽에도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합판으로 덮인 천장도 갈라져 비가 많이 오면 새기도 한다는 게 어린이집 측 설명이었다. 어린이집 측은 부분적인 보수는 알아서 해오고 있으나, 전면 보수를 해야 할 상황이라고 인식하고 있었다. 문제는 5-6천만원 정도 된다는 비용이었다. 

@안전점검한다지만, '건물 안전' 항목은 단 3개


보건복지부는 해마다 어린이집 안전검점을 실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안전점검표를 보면 26개 항목 중 단 3개 만이 건축물의 안전에 대한 항목일뿐이었다. 또 단지 지자체 공무원이 눈으로 보고 적합 부적합을 판단하는 수준이라, 제대로 된 안전점검이라 보고 어렵다. 

7월 천장이 무너졌던 어린이집의 관할 자치단체는, 구에 있는 어린이집 204곳 전부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건물ㆍ가스ㆍ전기ㆍ소방 분야 등 안전 관련 모든 분야에 대해 안전진단 전문기관, 또는 공신력 있는 외부전문가에 의뢰"했고, 점검 결과를 보고 위험 정도에 따라 중점 관리시설로 지정하는 등 지속적인 안전관리를 해나가기로 했다.

이 구청의 조치도 그 어린이집 붕괴 사고 이후이긴 하지만, 더 큰 사고가 나기 전에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일개 구청 차원이 아니라, 보건복지부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국회 복지위 소속 김성주 의원은 건축법을 참고로 제시했다. "건축법 35조에서 다중이용 건축물이거나, 집합건축물로서 연면적 3000제곱미터 이상 건축물은 사용승인일로부터 10년이 넘으면 2년마다 한 번씩 정기점검을 받도록 돼 있다." 앞서 적었듯이 복지부가 조사한 것만으로도 10년 이상 된 어린이집은 2,600곳이나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