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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미성년자 성매수' 봐주는 복지부...눈 높이가 다른 건가



@'미성년자 성매수'에 의아한 기소유예

10대 여중생에게 돈을 주고 유사성행위를 한 혐의로 한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시인했다. 그런데 검찰은 이 남성을 기소 유예했다. 다만 이 남성의 회사 상급기관에 이런 사실을 통보했다. 그 기관은 보건복지부, 이 남성은 7급 공무원이었다.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흔히 아청법이라 부르는 법을 별도로 제정한 이유는, 아동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범죄를 더 무겁게 보고 있기 때문이다. 아청법 제13조(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등)에서는 "아동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최소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상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성범죄자로 신상정보를 등록하고, 신상정보 공개나 인근 주민에게 신상정보가 고지될 가능성도 있다. 그만큼 '미성년자 성 매수'를 우리 사회는 중한 범죄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비교적 사안이 경미하다는 점, 초범이라는 점, 범행을 자백하고 반성하고 있다는 점, 이후 성구매자 재범방지 프로그램 교육에 동의했다는 점 등을 반영"했다고 한다. 이 남성이 10대라는 걸 몰랐던 것도 아니라는데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는 게 의아하지만 검찰의 판단은 그러했다.(덕분에 이 남성은 벌금 한 푼 내지 않고 풀려났다.) 그 다음 문제는 소속 기관인 복지부였다.


@"이러면 비난받을텐데.." 알면서도 봐줬다

복지부는 2013년 6월 13일, 차관을 위원장으로 하고 실국장이 위원으로 참여하는 보통징계위원회 회의를 열었다. 이 남성 외에 여러 비위를 저지른 6급 이하 공무원들의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하는 자리였다. 범죄 사실에 대한 설명 뒤에 발언들이 이어졌다. 아래는 회의록에 근거해 발언 순서에 따라 요약 정리한 내용이다.(위원들은 발언 순서에 따라 이니셜을 붙였다.)

위원 A: 미성년자 관련 사건이기에 도저히 경징계로 다룰 사안이 아님. 중징계로 처리해야 함.
위원 B: 과장이 제출한 평소소행서와 부인의 탄원서도 있으니 참고해야할 듯.
위원 C: 본인 진술에도 중3이라는 걸 알고 있었음.
위원 D: 검사가 기소 유예 처분을 했던데?
위원 E: 검찰에서 형법상 처벌을 약하게 했더라도 우리 부 첫 사례인만큼 경각심을 주어야...
(징계혐의자 진술을 들은 뒤)
위원 F: 검찰청 의견을 반영하는 게 어떠할지?
위원 G: 충동적이라고 주장하는 진술 자체를 믿을 수 없음.
위원 H: 죄는 정말 나쁜데.. 결혼했고 최고의 피해자인 부인도 이렇게 탄원서를 냈는데..
위원 I: 최고의 피해자는 부인이 아니라 그 학생임
위원 J: 검찰이 기소유예 했기에 검찰의 판단을 반영해서 정직에서 최대로 처분하는 게 어떨지?
위원 K: 이렇게 처분했을 때 향후 복지부 처분이 약하다고 비난받을 지도...
위원 L: 중징계, 정직 3월로 처리하는 게 적절할 듯.
위원 M: 동의함.
위원장: 위원 만장일치로 "정직 3월"로 의결함.  

미성년자 성매수 사건에, 중3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는 점, 충동적이었다는 진술을 믿을 수 없다는 점, 첫 사례이니 경각심을 줘야 한다는 점 등을 들어 엄한 처벌을 내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나왔는데, 검찰의 기소유예 처분, 부인의 탄원서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다. 그러다 결론은 만장일치 정직 3개월이었다.

@성매매 징계기준도 무시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엔 징계기준이 나와있다. 비위 유형 중에 7번 품위유지의 의무 위반에는 성폭력, 성희롱, 성매매 항목이 있는데 각각 징계 수위가 정해져 있다.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 이라는 징계 단계 중에 정직 이상이 중징계, 감봉 이하는 경징계에 속한다. 성희롱과 성매매는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엔 파면-해임, 비위의 정도가 심하고 중과실이거나, 비위의 정도가 약하고 고의가 있는 경우는 해임-강등을 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2015년 8월 개정된 징계기준에는 성희롱과 성매매를 분리해 성희롱에 대한 징계 수위를 조금 더 강화했다.) 그 아래는 과실인 경우에 해당했다.

성매매는 과실인가, 고의인가. 돈을 주고 성을 사는 행위인 성매매(대개 성매수)는 고의가 아닐 수 없다. 실제로 이 남성은 스마트폰 채팅 앱을 깔고 10대와 접촉해 만났으며 돈을 주고 유사 성행위를 했다. 누구의 강요나 다른 일을 하다 과실로 저지른 범죄가 아니었다. 징계기준에 따르면 최소 강등 이상이었다. 여기에 공무원 징계령에서는 성매매의 경우엔 훈장이나 표창, 모범공무원 등을 이유로 감경할 수도 없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도 복지부는 이 남성에 대해 과실로 비위를 저질렀을 때에 해당하는 정직 처분을 내렸다. 공무원징계령 시행규칙의 징계기준을 어긴 것이다. 

@성범죄에 관대한 복지부

최근 5년간 복지부에서 징계받은 직원은 78명인데, 이중 성범죄로 인한 징계가 8명이다. 

2012년 2월/서기관/성희롱과 폭언/감봉 1월
2013년 6월/주사보/미성년자 성매매/정직 3월
2013년 10월/주사보/성희롱 등 품위손상/견책
2013년 10월/주사보/성희롱 등 품위손상/견책
2014년 3월/사무관/성매매/견책
2015년 5월/서기관/성희롱/정직 1월
2015년 5월/연구관/성적 농담 등/감봉 1월
2015년 6월/사무관/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감봉 1월


가장 무거운 징계가 미성년자 성매매와 성매매에 내려진 '정직'이다. 앞서 적었듯 고의가 아닌 성매매란 있을 수 없는데 두 건 모두 징계기준을 어긴 셈이다. 그외에는 모두 경징계인 감봉과 견책이었다. 성희롱도 그렇지만 가장 최근인 6월에 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에 대해 감봉 1개월 처분에 그쳤다는 대목에서는 그야말로 어처구니가 없다. 징계 결과로만 보면 복지부 소속 공무원들은 비위를 저질러도 우연히 실수로, 약하게 저지르는 특성이 있다. 아니면 소속 직원 감싸기거나.

@눈높이가 다른 건가, 다른 세계의 분들인가.

'미성년자 성매수' 징계가 왜 이리 약하냐고 묻는 질문에 담당 공무원은 "정직 3개월은 중징계"라고 답했다. 이어 그 남성이 파면이나 해임되면 당장 그 가정의 생계가 어려워지는 문제가 생긴다며 사건 당시에 많은 고통을 받았고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 왜 지금 다시 문제를 삼느냐고도 말했다. 이 말처럼 정직도 중징계 맞다. 아마 그 남성은 앞으로 승진하거나 좋은 보직으로 가긴 쉽지 않을 것이다. 많은 고통을 받았을 것이란 말도 맞을 것 같다.

그러니까 징계기준을 어기면서도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해도 괜찮다는 걸까. 어떤 이유에선지 검찰의 기소 유예로 벌금 한 푼 안 내게 됐다. 공무원 성범죄 처벌을 강화해 "벌금형만 받아도 공직에서 퇴출시키겠다"며 국가공무원법을 개정하고 있다지만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피해갈 수 있다. 이런 게 공무원 사회의 눈높이일까 싶어서 씁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