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치킨전>을 주말 사이 다 읽었다. 과문한 탓이겠으나, 한국의 치킨이라는 독특한 지위에 있는 음식에 대해 이렇게까지 거시적, 미시적으로 정밀하게 들여다본 책은 없었다. 치킨을 소울푸드로 자처하는 자로서 대단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치킨이 한국인의 뇌리에 깊이 박힌 계기를 짚어보고 어떻게 특별한 날 먹는 음식에서 일상의 식사 대용으로까지 자리잡았는지, 후라이드, 파닭, 오븐치킨, 불닭, 양념치킨 등 한시대를 풍미한 치킨 메뉴를 훑어보는 대목은 흥미진진, 프랜차이즈 치킨이 대개 그렇듯 치킨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혹은 자영업자로 변신한 월급쟁이)에게 어떤 구조로 무덤이 되고 있는지, 하림이 지배하는 양계유감 등은 다른 면에서 가독성이 높았다. 이 책을 다 읽고 오랜만에 페리카나 반반을 시켜먹고 싶었으나 동네 페리카나는 수개월 전부터 영업 중단 상태, 그외 가장 가까운 곳은 배달이 너무 밀려 올 수 없단다. 매우 유감이었다.
-<작은아씨들>, 어릴 때 재미나게 읽었던 이 책을 다시 찾은 건 사이버 강좌에서 1949년작 영화 작은아씨들를 보면서 몹시 읽고 싶어졌기 때문이었다. 검색해보니 수십 종의 e-book이 나왔고 그중 하나를 골랐는데 실패. 어린이용이라 번역이 너무나 간략하게 개악되는 바람에 줄거리를 다시 보는 정도, 기분만 나빠졌다. 널리 알려졌듯이 남북전쟁 당시 북부 메사추세츠에 사는 네 자매 가정.. 아버지는 종군 목사로 참전 중, 어머니와 10대 딸 4명이 가난하지만 활기차게 아버지의 귀환을 기다리며 보내는 일상 이야기다. 150년 전이 배경인 만큼 지나치게 여성 여성 강조하는 건 거슬리지만 당시로서는 조의 캐릭터나 나름 진취적인 면도 담고 있다. 영화는 1994년 위노나 라이더가 나온 게 더 유명한 듯하나, 1949년작도 엘리자베스 테일러의 아역시절 연기를 볼 수 있다는... 문제는 32년생인 테일러가 17살 때 촬영을 했을텐데 영화상에서 너무 늙어보인다는 것. 더군다나 12살 막내 에이미역을 맡았는데... 옆집 소년 래리도 16살 정도일텐데 외모는 30대...;;; 귀에 남는 건 TV에서 방영했던 작은아씨들 애니메이션의 주제가인데 유튜브를 좀 뒤져봤는데도 찾을 수가 없다. 아쉽다.
-<소피의 세계> 출간 20년을 맞아 3권짜리를 하나로 합친 개정판이 나왔다. 찾아보니 1991년에 출간됐다는데 20주년이면 2011년.. 내가 본 건 왜 2016년이었지;;; 노르웨이에 사는 10대 소녀 소피가 나는 누구인가, 세계는 어떻게 만들어졌나 등 철학사의 질문들을 맞닥뜨리면서 궁리하고 생각하고 풀어보는 그런 철학 소설이다. 1권 읽다가 말았던 것 같은데.. 다 읽어보리라.
-<괴수전>은 바야흐로 클라이막스로 치닫고 있다. 괴수도 등장했고 정체도 대충 나왔고 이를 이용하려는 자와 없애려는 자들의 대립까지.. 배경이 후쿠시마라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렇다면 괴수는 원전의 메타포일까. 역시 미야베 미유키가 실망시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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