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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일기

부산행, 종의 기원(7/25)

-'부산행'은 좀비 영화다. 딱히 좀비에 관심이 없던 나로서는 생소했다. 적어도 한국에선 좀비가 낯설다. 강시라면 몰라도...(강시도 20년 전이면 몰라도 지금은 낯설다.) 좀비는 어떤 이유에선지 사망 이후에도 완전히 죽지 않고 움직이는 시체인 듯하다. 주로 물어서 감염시키고 그러면 물린 사람도 다시 좀비가 되는 듯. 뱀파이어와 비슷한 이미지도 좀 있고... 


한국 영화에서 블록버스터급으로 좀비가 많이 나오는 영화는 부산행이 처음이라고 한다. 이제까지의 좀비물 드라마가 성취해온 것들이 무시된 졸작..이라는 식의 비판을 영화를 보고 나서 읽었다. 이에 대해서는 딱히 의견이 없다. 좀비를 본격적으로 등장시킨 영화가 저런 비판을 받을 정도로 한국 영화에서 좀비가 비중있는 존재였나 싶기도 하고... 한국 영화라고 봐줄 건 아니라고 볼 수도 있겠고.


이야기 전개에서 비약이 좀 있고 디테일이 약하다는 점이나 서사의 개연성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점 등은 순간순간 몰입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굳이 부성, 부정을 강조하는 전개가 왜 필요했는지는 의아하다. 무슨 시대정신도 아니고... 나 자신의 생존이 중요했던 김의성과 나와 내 딸만이 중요했던 공유가 처음엔 같은 부류였으나 이후 내 딸만이 아니게 되는 공유의 변화는 어디서 많이 봤던 그런 것. 차라리 아무 연이 없는 사람들끼리 있다가 서로 의지하고 돕게 되는 그런 걸 그리면 안되나. 회사 일에 바빠 가정에 소홀했던 아버지가 큰 사건을 겪으면서 딸에 대한 애정으로 극복하고.. 딸을 위해 죽어간다... 이런 건 좀 지겹다.  


그냥 마음 놓고 영화를 본다면 제법 흥미롭게 볼 수 있다. 뻔한 전개라는 건 뒤집어 말하면 인지상정대로 흘러간다는 의미일테니... 마동석과 공유와 최우식 3인조가 각각 아내와 딸과 여자친구를 향해 좀비 객차를 뚫고 가는 장면은 좀 멋졌다.


-'종의 기원'은 7년의 밤과 28일 작가 정유정의 근작이다. 상위 1% 싸이코패스를 탐구하는 듯하면서 1인칭으로 전개하는 건 나름 흥미진진했으나 다 읽고 나면 이게 뭐지.. 하는 허무함이. 왜 그가 싸이코패스가 되었는지, 아니면 싸이코패스를 알게 된 엄마가 어떻게 대응해왔는지가 허술하거나 간략하다보니 공감가는 지점이 없다. 내 안의 사소한 악마성이 어떻게 자라날 수 있는지를 성찰해보는 계기라도 됐으면 했으나 그런 것도 없고... 이야기꾼으로서 재주는 여전한 듯하나 좋은 소재와 필력을 엉성하게 짜맞춰놓은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