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보기=> 또 불거진 대형마트-시장 갈등…갈 길 먼 상생
우림(牛林)시장은 서울 중랑구 망우동에 430미터에 걸쳐 있다. 조선시대 경기도 양주군에서 한양으로 들어올 때 쉬어가던 곳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시장 형태로 갖춰진 건 1967년부터, 2013년 현재는 서울 중랑구에 자리한 전통시장 12곳 중 하나다. 등록 점포 수는 180여 곳, 상인 수는 380명에 이른다.
우림시장 입구에서 약 4백 미터 떨어진 곳엔 이마트 상봉점이 있다. 거기서 또 2백 미터 정도 거리에 코스트코 상봉점이 들어와 있다. 걸어서 5,6분, 차를 타면 1분이면 닿는 거리다. 이외에도 남북으로 2km, 2.5km 정도 거리에 이마트 묵동점과 홈플러스 신내점, 면목점이 있다. 우림시장 주변 6백 미터 거리엔 대형마트가 2곳, 3km 거리에는 모두 5곳, 대형마트에 둘러쌓였다.
이 우림시장 근처에 또 대형마트가 들어온다. 홈플러스 상봉점, 우림시장과의 거리는 4백여 미터, 11월 중순에 개장할 예정이다.
시장 상인들은 중랑구에 이미 대형마트가 5개가 있고 홈플러스도 2개나 있는데 또 들어온다는 건 결국 전통시장을 고사시키는 일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근 시장이 합세해 '홈플러스 입점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10월 들어서부터는 매주 수요일마다 입점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또 중소기업청에 사업 조정 신청을 내 중기청 중재 하에 홈플러스 측과 협상을 진행 중이다.
중랑구 인구는 42만 명, 대형마트는 홈플러스 상봉점까지 들어오면 6곳이다. 인구 7만 명에 1곳인 셈, 인구 9만 명~12만 명에 대형마트 1곳이 적정하다는 연구도 있다고 하지만 전통시장(12곳)과 SSM(6곳)까지 고려하면 달라질 것이다. 반경 3km 안에 6곳이라는 건 많아 보인다.
시장 상인들의 우려는 제쳐놓더라도 홈플러스는 이런 지역에 점포를 내 과연 이익을 낼 수 있을까.
홈플러스의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다. 새로 들어오는 상봉점이 이마트, 코스트코와 인접했지만 코스트코는 찾는 고객의 성향이 좀 다르고 결국은 이마트와의 경쟁이라고 설명했다. 이마트와 바로 붙어서 경쟁하고 있는 지역은 이곳 중랑구가 아니더라도 전국에 여러 곳이 있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일정 정도 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새로 들어올 홈플러스 상봉점이 내는 이익은 어디에서 올지 자명하다. 이마트나 코스트코의 고객도 좀 옮겨오거나 왔다갔다 할 것이고 우림시장 등 전통시장의 손님도 발길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 그러니 시장 상인들은 반발하고 또 상생을 위한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
상인들의 주장 중 또 하나 짚어볼 만한 부분은, 홈플러스가 '꼼수'를 부려 입점하게 됐다는 것이다.
2010년 11월 10일 국회에선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주요 내용은 전통시장을 '전통상업보존구역'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하고 이 구역 반경 500미터 이내에는 자치구 조례를 통해 대규모점포 등록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법 통과에 따라 각 자치구는 관련 조례를 만들었는데 중랑구의 경우 2011년 3월 조례를 제정해 4월에 고시했다. 홈플러스가 상봉점 개설 신청을 한 건 2010년 12월 14일, 등록은 2010년 12월 29일이다. 법 통과 뒤 조례가 만들어져 고시될 때까지 5개월의 공백이 있었는데 홈플러스는 이때 점포 개설을 신청했고 등록까지 마쳤다.
상인들은, 유통법 개정안의 취지가, 전통시장 보호를 위해 전통시장 주변 500미터 이내에 대규모 점포(대형마트)를 들어서지 못하도록 한 것인데 아무리 조례 제정 전이라고 해도 홈플러스가 이 공백기를 노려 점포 개설 절차를 밟은 건 '꼼수'라고 주장한다. 또 이를 은밀히 진행해 홈플러스 상봉점이 들어선다는 걸 상인들은 까맣게 모르다 2012년 초에야 알게 돼 그때부터 의견을 모으고 반대 행동에 나서게 됐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홈플러스 측 설명은, 법 통과 이전부터 점포 개설을 준비 중이었기 때문에 절차에 맞춰 진행했다는 것이다. 합법적이고 정상적인 절차였다는 주장이다. 이 주장에 별 하자는 없어 보인다.
참고해볼 만한 건, 이마트 공덕점과 홈플러스 합정점의 사례다.
이들은 각각 2010년 11월 말과, 2010년 12월에 점포 개설 등록을 신청했다. 상봉점과 신청 시기가 비슷하다. 마포구 조례는 2011년 4월에 제정됐고, 두 점포의 등록은 그 사이 허가가 났다. 그리고 이마트 공덕점은 2012년 1월 개장했다. 홈플러스 합정점은 2012년 8월에 개장할 예정이었지만 이 사실을 알게 된 인근 전통시장 상인과 시민단체, 정치권까지 가세해 반대 투쟁에 나서면서 7개월이 지연되는 진통을 겪고 2013년 3월에야 문을 열었다. 주변 상인들과는 1차 식품 위주로 15개 품목을 판매하지 않기로 하는 '상생 협약'을 맺었다.(이후 합정점은 판매제한 품목을 우회적으로 파는 등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점포 개설 등록 신청 뒤 개장까지의 기간은 이마트 공덕점이 1년 2개월, 홈플러스 합정점은 1년 9개월(원래 개장 예정 시기)이었다. 홈플러스 상봉점은 11월에 개장한다면 2년 11개월 만이다. 상봉점이 유독 길다. 법 개정으로 문제가 될 것 같으니 서둘러 신청했다는 상인들의 의심이 유난한 것 같지 않다.
어찌됐든, 홈플러스 상봉점은 곧 개장을 하려한다. 11월 14일 예정이었다가 21일로 연기했다고도 하고, 다시 16일로 앞당겼다는 예측도 나온다. 상인들과의 협상에 따라 좀더 늦어질 수도, 아니면 협상이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개장을 강행할 수도 있다. 우림시장 상인들은 10월부터 매주 수요일 집회를 열고 거리행진을 하며 홈플러스 개장에 반대하고 있다. 피켓팅에, 구호를 외치고 홈플러스 화형식까지 진행하면서 수위를 높여가는 중이다.
홈플러스 상봉점이 무사히 문을 열 수 있을까? 주변 시장과 상생할 수 있을 정도로 협상이 타결될 수 있을까? 상생이란 말은 아름답지만 현실에서 그에 이르는 길은 참으로 지난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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