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시요금이 4년 만에 인상된 지도 한 달이 지났다.
지난 한 달 동안에도 여러 차례 택시를 탔지만 요금이 올랐다는 느낌은 그리 크게 와닿진 않았다. 주변에 물어보니 어떤 지인은 "택시요금 올랐어요?"라며 몰랐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내에서 택시 타고 다닐 땐 눈에 띄게 요금이 더 많이 나오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런 듯하다. 이미 여러 차례 지적됐듯 이번 택시 요금 인상의 핵심은 시계외 할증 부활이었다. 즉, 경기, 인천에서 서울을 오가는 이들에게 요금 인상의 영향은 더 컸다.
요금 인상과 함께 서울시가 강조했던 건 택시 서비스 혁신, 그 대표 격이었던 택시 승차 거부는 어떻게 됐을까. 체감하기론 그리 줄었다는 느낌이 들진 않는다. 서울시가 단속 전담 직원 130명을 동원해 대대적으로 단속을 펴고 있다 하고 조합 등과 함께 계도 활동을 펴고 있다니 조금은 줄지 않았을까.
서울시에 확인한 한 달 동안의 승차 거부 신고와 단속 건수는 각각 894건, 196건이다.(10/11~11/6) 2012년 같은 기간엔 1045건, 537건이었다. 승차 거부 신고는 150건 정도, 단속 건수는 340건 정도 줄었다. 신고와 단속 건수가 줄었다고 해서 승차 거부 자체가 줄었다고 할 순 없겠으나 소폭이라도 감소했을 것 같긴 하다.
사실 서울시 설명대로라면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승차 거부의 상당수는 '시민의 오해'라는 거다. 윤준병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10월 15일 택시요금 인상 후속대책에 대한 브리핑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민들이 오해하고 매도하는 내용 중의 하나가, 경기.인천 택시의 불법 영업 활동, 승차 거부 활동입니다. 지금 추정컨대, 한 50%에서 70%정도는 밤에 경기, 인천 택시가 영업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서울 택시가 시민으로부터 승차 거부의 온상인 것처럼 매도당하는 부분만큼이라도 좀 줄여가야 될 필요가 있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귀로 영업'이라는 게 있다.
택시는 영업할 수 있는 구역이 정해져 있는데 서울 택시는 서울에서만, 경기 택시, 인천 택시는 각각 그 구역에서만 영업이 가능하다. 다른 구역으로 넘어가 영업하면 안된다. 다만 승객이 다른 영업권까지 가자고 하면 갈 수 있다. 성남시민이 '강남역 갑시다' 하면 경기 택시는 강남역 갈 수 있다. 하지만 강남역에 갔다고 해서 거기서 서울시청 가자는 승객을 태우면 안된다. 그러면 불법 영업이다. 다만 원래 구역인 경기도로 가자는 승객이 혹시 있다면 돌아오는 길에 태우고 올 수는 있다. 이게 예외적으로 허용된 '귀로 영업', 합법이다.
서울시의 주장은, 심야시간 시내 몇몇 지역에서 벌어지는 택시 승차거부의 상당수는 서울 택시가 아니라 경기.인천 택시의 불법 영업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그 비율이 대략 50~70%에 이른다는 설명이다. 경기.인천 택시는 영업구역이 다르기 때문에 서울에서 경기나 인천으로 가는 승객 외엔 태울 수가 없다. 그래서 서울 내 어딘가로 가자는 승객은 거부하는 건데(이는 합법이다) 시민들은, 이를 서울 택시가 승차 거부하는 걸로 오해한다는 거다.
경기.인천 택시의 이런 '승차 거부'는 합법이나, 일부러 서울에 와서 경기.인천으로 가는 승객을 골라 태우는 영업 행위는 불법이라는 게 서울시 판단이다. 즉, 밤 10시 이후 강남역, 종로, 신촌 등으로 원정와 장시간 주정차하고 있으면서 경기.인천으로 가는 승객을 태워가는 건 불법 영업, 또 이를 위해 호객 행위를 하거나 합승하는 것도 불법 영업이라는 거다. 심야시간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요 지역엔 택시 공급이 부족한데도 부족하지 않아 보이는 건, 사실 서울 승객을 태울 수 없는 경기.인천 택시가 많이 와 있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고, 승차 거부의 상당수도 여기서 비롯되는 만큼 이를 근절시키면 승차 거부로 보이는 오해도 줄어들어 승차 거부도 줄어든다는 그런 논리다.
그럼 이 '불법 영업' 단속은 어떻게 할까.
경기.인천 택시가 '불법 영업'을 위해 일부러 서울로 원정오는 걸 잡기는 어렵다. 일일이 서울 경계에서 승객을 태우고 오는지 아닌지 붙잡을 수도 없고. 또 서울에 와서 얼마나 오래 머물러 있어야 승객을 골라 태우는 게 될지 기준이 모호하다. 10분 있다가 경기로 가는 승객을 태우면 합법, 30분 지나서 태우면 불법? 이를 가려내기도 어렵고 단속하기도 힘들다. 영업 구역을 벗어난 '불법 영업'으로 단속할 수 있는 건, 호객 행위 정도다. "인천 3만 원, 분당 5만 원" 이런 식으로 가격 흥정하면서 손님 모으는 행위는 단속할 수 있지만, 그외엔 불가능에 가깝다.
또 호객 행위 같은 경기.인천의 불법 영업을 단속한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택시 불법 영업 행위에 대한 단속 권한은 허가권자, 즉 소속 지자체장에게 있다. 경기.인천 택시는 경기지사와 인천시장이 처벌할 수 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는 기껏 적발해도 경기.인천에 통보해줄 수 있을 뿐이다. 처벌은 해당 지자체에서 한다. (그나마 적발 및 통보도, 요금 인상 뒤 한 달 동안 거의 없었다.)
그래도 단속은 해야겠기에 서울시가 궁리한 대책은, 불법 주정차 단속이다. 경기.인천 택시가 심야시간 서울로 원정와 영업할 때는 장시간 기다리면서 승객을 골라 태우려고 할텐데 이때 불법 주차나 정차해놓은 걸 단속한다는 거다. 택시 영업과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에 서울시가 단속하는 게 가능하긴 하다. 과연 주차 딱지 부과로 불법 영업을 막을 수 있을까? 궁여지책이겠으나 그리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그런데 정말 승차 거부의 50~70%가, 경기.인천 택시의 합법적인 승차 거부일까?
이런 계산이 어떻게 나왔냐는 물음에, 서울시 담당 팀에서는 야간에 나가보니 빈차로 있는 택시의 50~70% 정도는 서울 택시가 아니었다기에 그렇게 계산했다, 고 답했다. 이 주장이 맞다면 택시 승차거부 근절은 앞으로도 요원한 일일 듯하다. 앞서 적었듯, 경기.인천 택시의 불법 영업을 지금과 같은 단속으로는 근절시킬 수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30~50%에 해당할 서울 택시의 승차 거부만이라도 근절시킬 수 있을까? 이전 취재파일에서 승차 거부를 정말 근절하려면 돈 되는 승객만 골라 태워야 하는 수입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적었다. 서울시가 이 부분은 지도점검에 나선다고 하니 얼마간 더 지켜봐야할 문제다.
마지막으로, 참고할 만한 사실 몇 가지.
-경기.인천 택시가 서울에서 서울로 가자는 승객을 태우면 불법, 그런 승객 승차 거부는 합법.
-서울 택시가 경기.인천 가자는 승객을 거부하는 것도 합법, 그러나 서울 내라면 어디를 가자고 해도 거부하면 불법. 경기로 가자는 걸 거부한 서울 택시에게 경기도로 넘어가는 경계선까지 가자고 했는데 거부하면 불법.
-귀로 영업시엔 시계외 할증 적용 안됨. 서울에 온 경기 택시가, 경기도로 가는 승객을 태웠는데 경기도로 넘어갈 때 할증을 적용하면 불법.
-서울, 경기, 인천 택시를 구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번호판을 보는 것. 영업용 차량에는 지역을 표시하게 돼 있음. 택시 갓등에도 표시돼 있으나 제각각이라 가장 확실한 건 번호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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