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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경찰청 언저리 생각

"유병언 부자는 왜 검거해야 하나요?"

**6월 13일 임시 반상회



6월 13일, 전국 곳곳에서 임시 반상회가 열렸다. 유병언씨 부자 검거를 지원하기 위한 반상회였는데 이 자리에서 경찰은 유씨 부자 수배 전단을 배포하고 신고 절차를 안내했다. 


전국에서 임시 반상회가 열렸던 건 지난 2010년 연평도 포격 이후가 마지막이었다. 이때 민관군 대피훈련과 관련해 당시 행정안전부에서 임시 반상회 개최를 요청했다. 앞서 2009년엔 신종 플루 관련 임시 반상회가 열렸다.


수배나 검거 관련해 임시 반상회를 요청했던 이전 사례는 1996년 강릉 잠수함 침투 사건 때, 그것도 강원과 경북 지역에 한해서였다. 이번 유병언씨 검거 지원을 위한 임시 반상회는 민간 수배자 검거 관련해서 첫 사례라는 게 안행부 설명이다. 



**유병언씨 혐의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지명 수배된 건 지난 5월 22일부터,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지 한 달넘게 지난 뒤였다. 

 

검찰이 공식적으로 밝힌 유씨의 혐의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및 배임, 조세포탈이다.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 해운과 천해지 등에서 법인자금 횡령한 게  218억 원, 배임은 천 71억 원, 증여세 포탈은 101억 원이다. 같이 수배된 장남 유대균씨는 회자자금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처음 지명수배 당시엔 신고보상금 5천만 원에 3천만 원이었는데, 사흘 만에 5억 원, 1억 원으로 크게 올랐다. 지명수배한 뒤로도 3주 가까이 흘렀는데도 유씨 행방은 오리무중이다. 



**대통령의 말씀


6월 10일 오전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질타가 나왔다. "유씨를 아직도 못 잡고 있는 건 말이 안된다""모든 수단과 방법을 검토해서 법의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날 오후 유병언씨 검거를 위한 '유관기관 고위 관계자 회의'가 대검찰청에서 열렸다. 대검을 비롯해 외교부, 합동참모본부, 안행부, 경찰청, 해경, 관세청, 법무부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후 각 기관의 일제 행동이 시작됐다.

 

먼저 검찰, 


바로 다음날인 11일, 경찰과 함께 안성 금수원에 전격 재진입했다. 1박 2일 동안 금수원 지하까지 뒤져 6명을 체포했으나 애초 목표로 삼았던 핵심 인물-구원파 신도 중 유씨 도피를 적극 돕고 있는 이른바 엄마들 등-은 못 잡았다. 

 

경찰, 


검찰이 주도하는 수사이기에 다소 소극적인 듯했지만 이제 적극 나서는 모양새다. 경찰은 13일 지방경찰청 중심으로 구성했던 검거전담팀을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검거전담팀 인원이 150명에서 2천 455명으로, 16배 이상 늘렸다. 전국의 모든 경찰서(250개)마다 형사나 수사과장을 팀장으로 하는 검거전담팀을 4명~12명 규모로 편성했다. 

 

안전행정부,


거들었다. 유병언씨 검거를 지원하기 위한 임시 통장회의와 반상회를 6월 13일 전국에서 일제히 개최하도록 했다. 여기서는 유씨 사진이 인쇄된 수배전단과 신고절차 등을 알려주는 반상회보가 배포됐다. 민간 수배자 검거와 관련해 임시 반상회가 요청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합동참모본부,


군까지 동원됐다. 서해안선 경계를 맡은 육군 부대와 해군 평택 2함대, 목포 3함대 등은 219곳을 밀항 취약 지역으로 지정해 밀항 선박 감시를 강화했고 검문검색을 위해 육군 병력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검경과 군이 핫라인을 구축해 추적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기로 했다.

 

성과는,


아직까지 거의 없었다. 다만 금수원 압수수색을 끝낸 다음날 유씨 친형을 붙잡았고 이른바 '신 엄마'라는 구원파 신도가 자수해오기도 했으니, 이를 성과라면 성과라고 할 수 있겠다.



**유씨를 검거해야 하는 이유

 

이렇게까지 해서 유씨를, 유씨 부자를 검거해야 하나, 이런 정도로 유씨가 사상 최대, 최악의 중범죄자인가, 지금까지 상황을 보면 이런 의문을 가질 법하다. 


반상회 자료를 보면 설명이 나와 있다.


<신고 절차 안내 중에서>

 

Q. 유병언 부자는 왜 검거해야 하나요?

A. 

-유병언은 세월호 선사인 청해진해운의 회장으로, 청해진해운 및 천해지 등 법인자금을 횡령 및 조세포탈한 혐의가 있고,

-아들 유대균은 법인자금을 횡령한 혐의가 있습니다.

-회사법인 자금 횡령과 세월호의 안전관리 부실여부 관련성에 대한 철저한 수사를 통해 침몰사고 원인이 밝혀져야 하며, 이로 인해 이들의 검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검거를 해야 하는 건 맞는데 '이렇게까지'에 대한 설명으로는 좀 부족한 것 같다.



**유씨가 붙잡혀 재판을 받으면..


비교해볼 만한 사례가 좀 있다.  


횡령, 배임, 탈세 등 유씨가 받고 있는 혐의는 대개 기업 회장들에게 주로 적용됐던 혐의다. 


CJ 이재현 회장은 천 6백억 원대 횡령.배임.탈세 혐의로 기소돼 지난 2월 14일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태광 이호진 전 회장은 천 5백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기소돼 징역 4년 6월, 한화 김승연 회장은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SK 최태원 회장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유병언 전 세모 회장과는 회사 규모와 금액 등에서 다소 차이는 있지만 혐의 내용은 기업 회장들이 대개 그러했듯 유사하다. 유 전 회장이 검거돼 재판을 받는다면 그 이상 처벌받을 수 있을까? 유 전 회장을 체포해 수사해봐야 알 수 있겠다, 물론. 세월호 선장과 선원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으나 검찰이 기소한 부작위 살인 죄를 놓고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유병언씨는 검찰의 소환에 불응하고 도주한 혐의가 추가될 것이다. 유씨를 붙잡는다면 검찰이 징역 100년 이런 식으로 구형할 수 있을까? 



**유씨는 검거해야 하겠지만..

 

결국은 돌아오는 질문이다. 유병언씨가 이렇게까지 해서 붙잡아야할 중범죄자일까.


한정된 재원과 인력을 어느 한 군데 집중하면 다른 곳이 허술해지게 마련, 민생 치안에 공백이 빚어질까 하는 우려가 슬슬 나오고 있다.


'이렇게까지'에 대한 답을 누군가는 내놔야 한다. 그게 누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