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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경찰청 언저리 생각

'강도 미수', '음주 사고', '살인 교사'의 씁쓸한 공통점


1. "지하주차장에 숨어 있다가, 차에서 내리는 여성에게 흉기를 들이대며 돈을 요구한 4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2014. 5. 경기 남양주)


2. "술이 덜 깬 상태로 운전하던 40대가 어린이집 승합차를 들이받아 어린이 6명이 경상을 입었다"(2014. 5. 광주 남구)


3. "빚 대신 보험금을 받겠다며 채무자를 살해하도록 한 30대가 긴급 체포됐다"(2014.2. 경북 칠곡)



1,2,3 모두 흔하다면 흔하다고 할 수 있는 사건들인데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먼저 모두 올해 일어난 사건이다. 1과 2는 5월에, 3은 2월에 일어난 사건이다. 3,40대 남성이 저지른 범행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또 하나 특이할 만한 공통점은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마다 경찰서장이 한 명씩 교체됐다는 점이다. 


왜 경찰서장이 바뀌었는가.


1에선 서울 성북경찰서장, 2는 광주 동부서장, 3에선 경북 칠곡경찰서장이 다른 사람으로 바뀌었다. 이 사건들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발생한 지 오래됐는데도 범인을 잡지 못해 그 책임을 물었던 게 아니다. 1의 경우엔 발생은 경기도 남양주로, 남양주경찰서가 수사 중이었는데도 엉뚱하게 성북서장이 교체됐다. 


마지막 공통점, 사건 당사자가 경찰이었기 때문이다.




*경찰의 '10대 의무'



경찰에는 '10대 의무'라는 게 있다. 처음 들었을 때 '뭘까' 기대하는 마음도 없지 않았으나 들어보니 맥이 풀렸다. 10대 의무는 음주운전, 도박, 금품·향응수수, 공금 횡령·유용, 독직폭행, 총기사고, 정보유출, 피의자 관리 소홀, 폭력, 성범죄를 하지 않는 것이었다. 피의자 관리 소홀이나 총기 사고, 정보 유출 같은 건 업무 특성에 따른 것이라고 해도 음주운전, 금품 수수, 공금 횡령, 폭력 같은 것들을 위반하지 않는 건 공직자로서 당연한 일일텐데 이를 위반하지 않는 게 의무라니.(실제로 내부 무사고 기록으로 상 받은 경찰서도 있다.)


이런 10대 의무 위반이 올 들어 5월까지 52건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우리 사회 전체가 애도하고 있을 때도 경찰이 저지른 사건사고는 끊이지 않았다. 언론에 보도된 것들만 봐도 이렇다.



2014.4.16 전북 김제서 경위 음주 사고  

2014.4.29 제주 서부서 경사 음주 사고 

2014.4.30 인천 남동서 순경 음주운전 사고 

2014.5.1 대전 경찰서 경위 술취해 택시기사 폭행

2014.5.1 서울 강남서 경사 성매매업소에 단속 정보 유출/뇌물 수수

2014.5.1 서울 중부서 경위 음주운전 적발

2014.5.8 경기2청 경정 성 접대 의혹

2014.5.15 서울 종암서 경정 음주 운전 적발

2014.5.16 광주 동부서 경사 음주 사고

2014.5.20 서울 종로서 경위, 지인 돈 절도

2014.5.21 경기 안산단원서 경장 음주운전 적발

2014.5.27 제주 동부서 경사, 마약전과자에게 뇌물 수수

2014.6.10 서울 성북서 경위, 강도 미수 



경찰청장이 나서 엄벌하겠다고 공언하고 실제로 서장을 교체하고 당사자는 파면하는 중징계를 내렸는데도 그랬다.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는 줄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2013년 1월부터 5월까지 발생한 의무 위반은 70여 건, 30% 가량 줄었으니 나아졌다는 것이다.



*점점 나아지고 있는가 


국민권익위가 해마다 실시하고 있는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경찰청은 2013년 10점 만점에 6.86점을 받아 중앙행정기관 중 최하위였다.(검찰청도 6.91점으로 최하위인 5등급이었다.)  2012년엔 10점 만점에 6.36점으로 역시 최하위였다.(검찰청도 역시 6.81점, 5등급이었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범죄분석' 통계를 보면, 공무원 범죄자 중 1위는 단연 경찰이다. 2011년 900명, 2012년 871명. (2위인 법무부는 2011년 255, 2012년 250명이다.) 나아지고 있긴 하다.


전국 경찰은 2013년 말 기준, 10만 5천 명이다. 전의경을 제외한 숫자가 이렇다. 이렇게 인원이 많다보니 자연히 사람 수준이 고를 수 없고 개중에 범죄자가 나올 수도 있다...고 다른 조직이면 봐줄 수도 있겠으나 범죄를 수사하고 범죄자를 잡는 이들이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공권력을 누가 신뢰할 수 있을까.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