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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일기/북적북적

북적북적71/우리는 모두 00 인간일까...편의점 인간

북적북적71 '편의점 인간' 듣기



일요일엔 북적북적, 골라듣는 뉴스룸 골룸의 유일한 책읽는 시간 북적북적입니다. 저는 심영구 기자입니다.


이 코너를 매주 하면서 책 읽는 시간과 양이 늘었습니다. 일주일에 1권 딱 읽고 그걸 소개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요. 기쁜 일입니다. 집에 책이 아주 많은 건 아니지만 점점 늘어나는 게 좀은 부담스러워 요즘엔 이북으로 많이 읽습니다. 


편의점 자주 가시나요? 24시간 문을 여니 가끔 잠 못 이루는 새벽이건 밤이건 아무때나 갈 수 있어 참 편하다 싶은 편의점, 국내에는 1989년 처음 들어와서 지금은 3만 곳 정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학생 시절 편의점에서 잠시 일한 적 있습니다. 주택가와 유흥가의 경계쯤 있는 작은 점포였고 야간에 일했기에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유통기한이 막 지난 삼각김밥과 컵라면 하나를 새벽 2시쯤 먹는 게 잔재미였고, 밤 11시에는 유제품과 김밥류, 12시엔 음료와 술, 새벽 1시엔 과자 등 매일 배송되는 상품들을 창고와 매대, 냉장고 등에 채워넣었던 기억도 있습니다. 


자주 가는 편의점 점원들 이름과 얼굴을 혹시 기억하시는지요? 제복 혹은 앞치마를 벗고 평상복을 입은 그들을 다른 데서 마주쳐서 알아보신 일이 있으신가요? 편의점에서 무려 18년을 일하면서 스스로를 '편의점 인간'이라고 칭하는 독특한 여성이 주인공인 소설 '편의점 인간'이 오늘 읽을 책입니다.


낭독을 허락해준 살림 출판사와 작가 무라타 사야카씨에게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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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타 사야카씨는 실제로 일주일에 3일씩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크레이지 사야카 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독특한 면이 있다는데.. 아무튼 군조신인문학상과 노마문예신인상, 그리고 어디선가 들어본 듯한 그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이력이 있는데 (이 세 개의 상을 한 작가가 받은 건 처음이라고 하네요.) 아쿠타가와 상을 받은 작품이 지금 읽으려는 편의점 인간입니다. 얼마나 재미있기에 혹은 재미없기에 저런 상을 받았을까 궁금해서 저도 읽었거든요. 그래서 소개드립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후루쿠라 게이코씨는 작가가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반영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작가와 좀 닮은 듯한 특이한 면이 많습니다. 게이코씨는 보통은 아르바이트로 생각하는 편의점에 취직해 18년을 일했는데 스스로 편의점 나이로 18살이라고 여깁니다. 게이코씨가 편의점에 처음 취직해 연수를 받고 업무를 시작하는 장면부터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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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코씨는 편의점 인간이 되었습니다. 편의점 인간이 되기 전에도 예사롭지 않은 데가 있었죠. 공감 능력 내지는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할까요. 이를테면 아이들이 싸우는 걸 말리라고 하니까 삽을 들어 한 아이의 머리통을 후려친다든지, 죽은 새를 보고 슬퍼하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꼬치구이를 만들면 되겠다고 한다든지 그렇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모든 게 정해져있고 매뉴얼대로만 따르면 되니 게이코씨에게는 최상의 공간입니다. 연애도 없이 결혼도 없이 18년을 편의점에서 일해왔는데 좀 불안합니다. 주변 사람들이 이상하게 보는 것도 그렇고 더 나이가 들면 편의점에서 일하지 못하게 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장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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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이상하게 보는 거죠. 너는 왜 여태까지 결혼도 연애도 안 하고 편의점에서 18년이나 일하고 있고 이상한 거 아니냐 가족도 친구도 교류하는 사람들도 걱정합니다. 그런 즈음에 게이코씨 주변에 시라하라는 이름의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게이코씨는 이 남자에게 먼저 혼인신고를 하는 게 어떠냐고 제안합니다. 연애 감정이 생겨서일까요. 그런 게 아니라 결혼하면 편리하겠다고 생각해서인데, 이 남자의 상황도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했습니다. 이 남자가 게이코씨의 제안을 수락하는 대목을 읽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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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신고까지 하진 않지만 두 사람의 동거생활이 시작됩니다. 주변의 반응은 폭발적일 정도로 좋습니다. 그런데 정작 문제는 편의점에서 생깁니다. 동거 소식이 알려진 뒤의 편의점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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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묘한 동거는 게이코씨의 여동생과, 시라하씨의 제수가 한번씩 들이닥치면서 위기를 맞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어집니다. 그런데 사건이 발생합니다. 시라하의 강권으로 인해 게이코씨는 18년간 잘 다니던 편의점을 갑자기 그만둬버립니다. 편의점을 그만두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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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게이코는, 그리고 시라하는 어떻게 될까요? 200쪽 정도로 분량이 길지 않은 소설이니 뒷 이야기가 궁금하시면 직접 읽어보시도록 남겨놓겠습니다. 


편의점 인간을 읽으면서 저는 저도 회사 인간일까, 그럼 회사 나이 열 세살인가.. 회사에서 정해준 매뉴얼에 따라 살아가고 있는 걸까.. 이런 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아마존에서 최근 새로운 개념의 쇼핑 스토어를 내놨죠. 아마존 고라는 이름인데.. 스마트폰 앱을 실행시키고 가게 입구에서 찍고 들어가면 인공지능 카메라가 어떤 상품을 사는지 포착해 자동 결제한다.. 그냥 상품을 골라들고 나가면 된다.. 그런 컨셉입니다. 편의점 인간의 역할을 인공지능이 하게 되는 셈이죠. 편의점 인간 조차 필요없는 세상이 오는 걸까 싶기도 하고.. 그럼에도 사람의 역할은 줄어들지 않을 것 같고.. 


이런저런 상념이 많습니다. 일요일에 북적북적, 다른 요일에 들으셔도 좋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