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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경찰청 언저리 생각

'4대 사회악 근절' 1년... 성과 있었나

기사 보기 => "4대 악 잡겠다" 전쟁 선포...1년간 성과는?



-마하트마 간디의 비문에는 '7대 사회악 Seven Social Sins'이 적혀 있다고 한다.

 

원칙 없는 정치(Politics without Principles), 노동 없는 부(Wealth without Work), 양심 없는 쾌락(Pleasure without conscience), 특성 없는 지식(Knowledge without Character), 도덕 없는 상거래(Commerce without Morality), 인간성 없는 과학(Science without Humanity), 희생 없는 신앙(Worship without Sacrifice)이다.

 

인도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1월 17일 간디 추모공원을 방문해 이에 대해 설명을 듣고는 "지금까지도 가슴에 와닿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4대 사회악'을 강조했던 박 대통령으로서는 내용은 다소 달라도 반가웠을 것 같다.

 

-박 대통령의 '4대 사회악'은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이다. 간디의 '7대 사회악'에 비해 좀더 구체적인 악을 적시했다고 할까. 대통령이 강조했기 때문에 자연스레 정부 출범 이후 '4대 사회악' 근절을 위해 정부 관련 부처를 비롯, 전사회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 선봉 격인 건 경찰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들여다보면 사법 처리할 수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겠다. 경찰은 4대 사회악 근절 100일 작전을 비롯해 4대 악 근절 TF를 만들고 4대악 검거 실적을 따져 각 경찰서 평가를 하는 등 각종 방안을 짜내 4대악 근절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를 놓고 저 '4대 사회악'이 과연 경찰이 '올인'하다시피 해야 하는 큰 문제냐, 다른 건 그렇더라도 불량식품은 이미 식약청이나 지자체에서 하고 있는 것들 아니냐, 살인이나 강도, 절도 같은 사건 수사에는 소홀해지는 것 아니냐, 는 식의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 


-꼭 1년이 지난 것은 아니나, 4대 악 근절을 선언한 뒤 해를 넘긴 시점이라 성과는 있었는지, 비판할 지점은 없는지 따져보기로 했다. 경찰의 통계를 구해봤다.


먼저 성폭력.





 

 발생건수(건)

검거건수(건) 

 미검률(%)

재범률(%) 

2010년

20,406

18,081 

11.4 

7.4 

2011년

21,929 

18,500 

15.6 

8.1 

2012년 

22,933

19,386 

15.5 

7.9 

2013년 

28,786 

25,591 

11.1 

6.4 

*자료: 경찰청 


2013년은 발생도 크게 늘었지만 검거는 그 이상으로 늘어 검거율 88.9%, 미검률 11.1%, 재범률 6.4%다. 2012년 대비 검거건수는 32% 증가, 미검률 28.3% 감소, 재범률 19% 감소다. 2012년과 2013년을 비교하면 확실히 좋아졌다.(다만, 발생건수는 해마다 천 건 안팎으로 늘어나다 2013년엔 갑자기 6천 건이나 폭증했다. 미검률은 2011년 악화됐다가 다시 나아졌다. 2013년에 갑자기 성폭력 범죄가 확 늘어난 것일까? 아니면 성폭력을 4대악의 하나로 규정하고 강조하면서 그동안 묻혀있거나 견뎌왔던 성범죄를 신고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일까.)


-실제로 경찰은 각 지방청마다 성폭력특별수사대를 신설하고 일선 서에는 성폭력전담팀을 만들고 있다. 다른 형사 사건과 함께 취급했을 때와는 달리 전담 인력이 생기면서 성폭력 사건에도 적극 나서게 되는 것이다. 또 지방청 특별수사대는 아동과 장애인 성폭력 사건을 전담하면서 이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을 적극 수사하고 있고 나름의 성과도 내고 있다. 긍정적인 변화로 보인다.


다음은 가정폭력.





 

검거건수(건)

검거인원(명) 

구속 (명)

재범률(%) 

 2010년

7,359 

7,992 

60 

20.3 

 2011년

6,848 

7,272

51

32.9

 2012년

8,762

9,345

73 

32.2 

 2013년

16,785 

18,000 

262

11.8


2012년에 비해 검거건수가 91.6% 증가했고, 재률은 63.4% 감소했다. 가정폭력 문제는 그동안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해 경찰이 개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전보다는 적극 개입한 결과라고 볼 수 있겠다. 


학교폭력부터는 조금 다르다.


 

검거건수(건) 

폭력 

금품갈취 

기타 

 2010년

25,175 

15,537 

5,992

3,646

 2011년

21,957

14,837

3,902

3,218

 2012년

23,877

14,637

5,912 

3,328

 2013년

17,385

11,048 

2,603 

3,734


검거건수가 좀 들쑥날쑥하지만 2012년에 비해서는 27.2% 줄었는데 경찰은 이를 놓고 학교폭력 발생 자체가 줄어든 덕분이라고 해석했다.


불량식품에 대해서는 연도별로 비교하기가 어려운데 2012년엔 식품위생법 등 주요 식품관련 법령(6개)를 위반해 구속된 사람이 20명이었는데 2013년엔 제조.유통사범 4,388명을 검거해 이중 113명을 구속시켰다는 게 경찰이 내놓은 실적이다.


-경찰의 설명대로면 4대 사회악 근절에 집중한 1년 동안 성과는 꽤 괜찮다. 그러면 다른 강력 범죄 실적은 어떨까? 4대 사회악 실적은 올라갔지만 강력 범죄 실적은 그만큼은 아닐지라도 내려간 게 아닐까.


-5대 강력 범죄(살인, 강도, 절도, 폭력, 강간.추행) 통계를 찾아봤다. 



 

 5대 범죄 합계

살인

검거율

 강도

검거율

 절도

검거율

 폭력

검거율

강간추행

검거율

2010

 58만 5천건

1251

98.2

4409

87.7

 26만 9천건

54.2

 29만 2천건

85.0

18220

88.4

2011

 61만 7천건

1204

95.8

3994

84.8

 28만 천건

40.1

 31만 천건

80.1

19491

84.1

2012

 62만 4천건

984

97.6

2586

86.6

  29만 건

36.6

 31만 천건

82.3

19619

84.5

2013

 60만 6천건

927

97.6

1977

94.1

 28만 8천건

41

 29만 3천건

82.7

22342

88.4


2012년과 2013년만 비교하면 발생자체는 2만 건 가까이 줄었고 검거율은 강도나 절도, 폭력 등에서는 올랐다. 경찰은 통계로 볼 때 2013년 한해 동안 열심히 일했다.(다만, 60만 건을 중심으로 오르락내리락하는 추세로 볼 때 일시적인 감소일 가능성이 있다.)


-여기서 살펴볼 게 국민의 체감 안전도, 얼마나 안전하다고 느끼고 있는지다. 경찰은 2011년부터 전국 각 경찰서 별로 30명 정도씩, 전국 249개 경찰서를 합쳐 7470명에게 1년에 두 번 체감안전도를 전화로 설문조사하고 있다. 

 

 

체감안전도 점수(전국 평균, 100점 만점) 

2011 상

61.4 

      하

61.3 

2012 상

62.0

       하

 59.4 

2013 상 

65.7

      하

67.7 


역시 2013년엔 크게 올랐다. 2012년 말과 비교하면 8점이나 상승했을 정도. 


-그런데 조금 다른 조사 결과도 있었다. 안전행정부에서 조사한 국민 체감 안전도다. 







전반적으로 안전하다고 느끼는 국민은 2013년 12월 현재 29.8%, 성폭력은 19.4%, 학교폭력은 16.6%다. 2013년 7월에 비해서는 늘어난 수치이기는 하지만 낮다. 안전하지 않다, 고 느끼는 국민은 28.5%, 44.3%, 52.8%. 성폭력과 학교폭력에서는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국민이 거의 절반에 육박하는 셈이다.


안전행정부는 4대 악 근절 정책을 시행하기 이전보다 나아졌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이 체감안전도 조사의 핵심은 여기에 있는 것 아닐까. 


-체감안전도에 대해서는, 안전행정부 조사에서 '안전하다'와 '보통'을 합치면 얼추 경찰의 체감안전도 점수와 비슷한 것 같다. 경찰은, 강력 사건이 발생해 언론 등을 통해 알려지면 체감 안전도 점수가 내려간다면서 경찰의 검거 실적과는 꼭 들어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4대 사회악 관련 통계나 5대 강력범죄 통계에서도 눈여겨봐야할 부분은 2012년에 비해 2013년엔 검거율 등이 향상됐다는 것 말고도 추세다. 2013년의 성과가 2014년, 2015년에도 계속 이어지고 그런 점이 수치로 확인이 된다면 적어도 통계로 의미있을 것 같다. 아직은 일시적인 현상이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