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막을 앞둔 러시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이제까지 가장 화제였던 건 무엇일까. 선수나 경기 외적인 요소 중에 하나 꼽아보라면 '검은 과부' 그리고
'화장실'일 것 같다. 특히 후자는 가장 원초적인 욕구를 해결하는 장소여서일까, 세간의 관심이 많았다.
BBC 기자의 사진이 화제의
시작이었다. '1칸막이 2좌변기', 바이애슬론 경기장 안 화장실이라고 했다. 당시 조직위는 철거 공사 중이었는데 영국 기자가 그 와중에 들어가
사진을 찍었다고 해명했다. 그렇게 해프닝으로 넘어가는 분위기였는데 이런 화장실이 또 나왔다. 이번엔 메인 프레스 센터 근처에 직원용 화장실이
이렇다고 AP 통신에서 보도했다. 아직 올림픽 조직위의 공식 해명은 나오지 않았다.
(**추가** the Ekaterininskiy Kvartal Hotel에 있는 화장실이었던 것 같다. 이 호텔에 투숙하고 있는 워싱턴 포스트의 모스크바 지사장이 이런 내용을 말했고 또 이 호텔 직원의 해명과 사과를 담은 외신 기사가 있다. 칸막이를 만드는 공사 중이었는데 주말이라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좀 의아하다. 왜 저런 화장실을 만들었을까?
여러 가지 해석이 나왔다. 쌍둥이를 위한 화장실?, 한쪽은 변기, 한쪽은 비데? 칸막이 만들 예산이 부족했다?(혹은 누가 떼먹었다), 동성애
반대를 천명한 데 대한 반발?, 압권은 러시아의 공동체 문화를 상징한다는 해석이다. 원래 러시아에서는 화장실도 함께 다닐 정도로 공동체 문화가
발달했는데 사라져가는 공동체 복원을 위해 일부러 만들었다는 것?
그렇다고 해도 무수한 화장실 중에 한두 곳 문제에 불과한 것이긴
한데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식이라고 할까. 아직 준비가 덜 된(여러 시설이 여전히 공사 중!) 소치 올림픽에 대한 비판과 함께 푸틴 치하
러시아에 대한 공격까지 더해져 더욱 화제가 된 듯하다.
더군다나 화장실 얘기는 좀 더럽긴 하지만 왠지 "화장실에서 생긴 일" 하면
재미나지 않나.
'소치
화장실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란 사진도 그렇다. 캐나다 스노보드 대표선수인 세바스찬 토런트가 자신의 트위터에 "Well that's
interesting... Sochi rules in the bathrooms!!"이란 글과 함께 사진을 올렸는데 좌변기에다 소변을 보거나
토하거나 낚시를 하거나 술을 마시거나 위에 올라타지 말라는 경고를 그림으로 유머러스하게 표현했다.
러시아 화장실에 대한 이런 글도
있다.
"이제까지 나는 일본의 산과 바다에 있는, 충분히 의욕에 가득찬 적나라한 화장실을 비롯해서 세계 곳곳의 다양한
화장실을 봐왔다. 하지만 러시아의 그 레스토랑 화장실은 과거에 내가 본 어떤 흉악하고 더러운 화장실보다 더러웠다. 당당하고도 한없이 압도적인
데다가 결정적으로 더러웠다."
"얼마나 더러웠는지 글이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아무리 꼼꼼하고 상세하게 글로
써도 그때의 강렬함과 처참함은 100분의 1도 전해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다못해 극히 일부라도 전하고 싶은 마음을 담아 이곳에 기록을
남겨두고 싶다."
-시이나 마코토, [러시아 니탈리노프의 변기에 대하여]
이 일본인 소설가는 러시아의
화장실에 대해 거의 처참할 정도 수준으로 묘사했다. 더 자세한 묘사는 옮겨적기에도 너무 더럽다. 워낙 땅덩어리가 넓고 사람도 많다보니 이런
수준의 화장실도 있긴 했을 것이다.
소치 화장실이 계속 화제에 오르면서 이제는 어디 갈 때마다 혹시 칸막이 안에 좌변기가 2개 있진
않은지 찾아보곤 한다. 소치에 온지 사흘째, 운이 좋았는지 나빴는지 아직까지 내가 접한 화장실은 양호하고 깔끔한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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