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의 색깔은 하나가 아니다. 파랑, 주황, 초록, 빨강, 노랑 등 다채롭다. 러시아 의류브랜드인 보스코에서 제작한 자원봉사자 옷은 이런 색깔이 어우러져 밝은 분위기를 연출한다. 경기장 출입구 등 곳곳에, 각종 검색대 앞에, 이 옷을 입은 사람들이 10초마다 1명씩 보일 정도다.
워낙 무늬가 화려하다보니 조금 촌스런 감도 없진 않지만 화사해서 예쁘다. 굳이 하나로 묶어서 말하면 무지개색이라고 할까.
-올림픽 메인프레스센터 바로 옆에 있는 호텔도 각 층마다 색깔을 다르게 칠해 무지개빛이다. 좀 현란하긴 하지만 눈길이 간다.
-무지개, 레인보우 깃발은 동성애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식이다. 이를 처음 만들 땐 올림픽 오륜기에서 힌트를 얻어 게이 사회의 다양성을 상징하는 의미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소치 올림픽에 출전한 네덜란드의 스노보드 선수 셰릴 마스, 6일 스노보드 슬로프스타일 예선을 마친 뒤 카메라 앞에 자신의 장갑을 들이밀었다. 장갑은 무지개 색깔이었다. 마스는 왜 장갑을 들이밀었는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장갑을 협찬해준 업체 때문에 그런 것일까? 아니면 다른 의미가 있을까. 마스는 동성애자다.
-호주의 스노보드 선수 벨 브록호프는 모든 차별을 금지하는 올림픽 헌장 6조를 기억하라면고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이번 소치 대회에서 메달을 획득해 러시아의 동성애 억압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도 했다. 브록호프는 양성애자다. 또 브록호프는 6번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찍은 사진도 공개했다. 호주 봅슬레이 대표팀은 브록호프의 뜻에 동참하는 의미에서 올림픽 헌장(Olympic Charter) 6조를 의미하는 로고를 썰매에 달고 경기에 나설 계획이라고 한다.
이번엔 구글이다. 소치 올림픽 개막일인 어제 구글의 두들(DOODLE)을 스키, 하키, 컬링 등 여러 종목과 함께 무지개빛으로 구성했다. 그리고 올림픽 헌장 6조를 아래 적었다.
이 모든 무지개빛과 관련된 행위는 러시아가 지난해 채택한 법률에서 크게 연유한다.
러시아는 지난해 6월 미성년자에게 비전통적 성관계(동성애) 선전을 금지하는 법률을 채택했다. 법률에 따라 아이들에게 비전통적 성관념이나 왜곡된 성관념을 형성하는데 초점이 맞춰진 정보를 유포시키거나 관심을 촉발시키는 정보를 주입하는 등의 활동을 한 개인과 단체 등은
최소 4천 루블(약 13만원)에서 최대 100만 루블(약 3천200만원)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일각에서는 이를 '반동성애법'이라고 규정했고 일부 정치인과 체육인은 올림픽 불참 의사를 밝혔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캐머런 영국 총리, 하퍼 캐나다 총리 등은 명확한 이유는 밝히지 않았으나 소치 올림픽에 참석하지 않았다. 시진핑 중국 주석, 아베 일본 총리는 개회식에 참석했다. 개회식에 참석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러시아의 반동성애법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소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성소수자 공격에 소리높여 반대해야 한다"고 기조연설을 통해 말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소치 올림픽은 올림픽 정신에 따라 어떤 형태의 차별도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치 올림픽이 막을 올린 7일, 모스크바, 상트 페테르부르크 등에서 동성애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을 흔들고 올림픽 헌장 6조가 적힌 현수막을 펼쳤던 인권운동가 10여 명은 러시아 경찰에 체포됐다.
소치의 외형적인 색깔은 알록달록 무지개 빛으로 보인다. 진정 무지개빛이 되려면 동성애를 포함해 어떤 종류의 차별도 하지 않는다는 올림픽 정신도 구현해야 할테다. 그렇게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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