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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해명 안되는 해명자료 남발...집념의 복지부?

##복지부 보도해명자료 전문을 보려면 여기서



-혼선의 시작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었다. 





문 장관은 1월 28일 갑자기 기자들을 찾아와 "금년 중에는 개선안을 만들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년 중에는'이 핵심으로 보였다. 당연히 "내년 이후엔 하는 거냐"는 질문이 나왔다. 장관은 "내년 이후엔 저희가 시간을 두고 검토하면서 하려고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르면 4월, 상반기 안엔 정부 개선안이 나오기로 예정돼 있었다. 그렇게 복지부가 공공연히 밝혀왔다. 이를 갑자기 내년 이후로 미룬다는 것이었다. 부과체계가 개선되면 건보료를 추가 부담하게 될 고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 반발을 의식해 미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건보료 오를 고소득자 45만 무서워, 500만 혜택 외면" 등등 비판 기사가 쏟아졌다.
심영구 취재파일용그러자 복지부는 곧바로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별 내용이 아니라 '취약계층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우선 조치하겠다'는, 문 장관도 말했던 내용의 반복이었다. 

-그 다음날인 1월 30일, 연합뉴스에서 "연소득 5백만원 이하 저소득 지역가입자 건보료 줄여준다"는 기사를 냈다. 취약계층 부담 경감을 위한 방안을 조금 구체화한 기사였다. 1단계로 저소득 지역가입자 부담을 덜어주고 내년 이후엔 전면 개편에 본격 돌입한다는 내용이었다. 표현을 1단계로 했을 뿐(심지어 2단계라는 표현도 없었다) '먼저'나 '우선'으로 바꿔도 무방한 기사였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그런데 복지부는 이 기사에 대해서도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부과체계 개선을 1단계, 2단계로 구분해 추진하겠다는 게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뭘 이런 것까지 해명하고 있지 싶을 정도의 내용 없는 해명이었다.

-복지부의 거듭된 해명에도 상황은 계속됐다. 부과체계 개선기획단 위원장이 반발하며 사퇴해버렸다. 비판 여론이 증폭됐다. 그러자 2월 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유승민 원내대표가, 건보료 개선 논의 중단을 비판하며 재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여당 지도부의 이런 방침을 복지부가 거스르는 건 어려워 보였다. 복지부의 당국자도 "여당이 저렇게 하겠다고 하니, 이른 시일 안에 정부안을 만들어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당정, 건보료 부과체계 개편 연내 재추진"이라는 기사가 나왔다. 여당에서 추진한다고 하고 복지부도 이를 따를 것이란 취재가 됐으니 당연히 쓸 만한 기사였다.

문형표 장관이 "금년 안에는 만들지 않겠다"고 했다가 비판받았는데 여당에서 다시 추진한다고 하니 이는 금년 안에 다시 한다는 의미가 된다. 1 더하기 1은 2처럼 단순한 논리다. 복지부 당국자도 "이른 시일 안에 만들겠다"고 말했다. '연내 재추진'이란 표현은 이렇게 나온 것이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복지부는 즉시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연내 재추진하기로 결정한 바 없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도 기사가 계속 이어지자 이날 저녁 또 자료를 냈다.

심영구 취재파일용
1월 28일 발표 내용에서 선회하거나 번복한 사실이 없으며 오락가락한 일도 없다는 해명이었다. 그럼에도 "개선 중단, 엿새만에 번복" 같은 비판이 계속됐다.

-사흘 뒤인 2월 6일, 새누리당과 보건복지부는 정책 협의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여기 참석한 문형표 장관은 "많은 국민 여러분에게 걱정 끼치게 하고 발표 과정에서 국민에게 혼선을 드린 점 송구스럽다"며 사과했다. 이 자리에서 당정은 별도의 협의체를 만들어 이 문제를 논의하기로 결정했다. 이명수 새누리당 의원(복지위 간사)는 "가급적이면 빠른 시기에 개선책이 나올 수 있도록 당에서 촉구하겠다" "2,3개월 정도 시뮬레이션하면 상반기 내에 나오지 않겠다, 이런 목표로 추진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SBS를 비롯해 뭇 언론은 "건보료 개선안, 상반기 내 마련 추진"이란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를 썼다. 

심영구 취재파일용그러자 복지부는 또다시 보도해명자료를 냈다. "상반기에 개편안을 확정하기로 시기를 정한 바 없음"이라는 내용이다.


-1월 28일 이후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복지부는 무려 5차례나 해명자료를 냈다. 기사는 이렇게 났지만 사실은 이렇다는 거다. '올해 1단계 내년 2단계 추진', '연내 재추진', '상반기 내 마련 추진' 등 시기에 유독 민감해했다.

하지만 저런 내용을 쓴 기사들이 위에 적었듯 틀린 건 아니었다. "금년 안에 안하겠다"고 했다가 "이른 시일 안에 혹은 상반기 안에 다시 마련한다"고 하면 '연내 재추진'으로 볼 수 있다. "안하겠다"고 했다가 "다시 추진한다"고 하니 '오락가락'이며 '엿새 만에 번복'이다.

복지부는, 충분한 검토와 국민 공감대 형성을 위해 개선안 마련을 미루겠다고 했지만 개선기획단 위원장이 조목조목 반박하며 사퇴할 정도로 설득력이 없었다. 복지부는 1월 28일 발표 때부터 입장이 변한 게 전혀 없다고 강변하지만 그 발언을 했던 문형표 장관조차 국회에서 가서는 "혼선을 드려 송구스럽다"고 사과하며 책임을 인정했다. 

-애초에 "금년 안에는 개선안을 만들지 않겠다"고 말해 대혼란을 자초했던 장본인이 복지부의 수장인 문 장관이었다. 그런데 복지부는 기사가 나올 때마다 트집 잡듯, 내용 없는 해명자료를 뿌려대면서 또다시 혼선을 부추기는 모양새다.

그렇게 자료를 내면 면피가 되는건지, 아니면 누구에게 보고하고 보여주기 위해, 혹은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이런 자료를 내는 건지... 묻고 싶다. 해명도 되지 않는 해명자료를 왜 내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