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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보건과 복지 사이 두번째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체류' 29명의 정체는?

● 메르스 확진자 145명, 삼성서울병원에서만 71명

6월 14일 현재 메르스 감염으로 확진된 환자 수는 145명이다. 이중에 1차 진원지로 꼽혔던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됐거나 감염된 상태에서 머물렀던 환자는 국내 첫 환자를 포함해 37명이다. 평택성모병원 감염자는 6월 7일 이후 더 나오지 않고 있다.

하지만 2차 진원지로 불리는 삼성서울병원 감염자는 끊이지 않고 있다. 14일 현재 71명, 전체 환자의 절반에 해당한다. 

●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71명을 분류해보니…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서 매일 메르스 확진자 현황을 업데이트해 배포하고 있다. 번호/인적사항/확진일/개요/비고 이렇게 현황표가 나뉘어 있는데 이를테면 35번 확진자는 35/남, 38세/6.4/5.27 #14 입원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의료진/이런 식이다.

이 35번 확진자가 감염 사실을 모른 채 돌아다닌 게 6월 3일 서울시 발표로 뒤늦게 알려져 파문이 일었던 삼성서울병원의 의사다. 이 의사가 삼성서울병원의 첫 감염자였다. 

※ 6.14 현재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현황 (복지부 자료 재구성)

의료진+ 직원6
환자26
방문2
보호자, 간병, 배우자 등6
체류31


개요에는 감염경로와 관계가 대략 나와 있다. 이를테면 5월 27일 14번 환자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의료진이라는 식이다. 여기에 응급실을 방문했는지, 입원 중이었는지, 내원한 건지, 체류한 건지도 적혀 있다.

이런 기준으로 분류해보면 현황표에 나와 있는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은 35번과 60번, 78번, 79번 4명이다. 여기에 6월 12일 발표에서는 역학 조사 중이라면서 밝히지 않았던 134번에서 138번까지의 개요가 오늘 나왔다. 135번이 안전요원, 137번이 이송요원이었다.

합쳐보면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을 포함한 직원은 6명이 된다. 방문자는 두번째 감염자인 41번과 68번 단 2명이다. 입원 중이거나 내원한 환자는 26명이다. 배우자나 보호자, 간병이나 내원시 동행했던 사람은 6명이다. 나머지 31명은 체류라고 표시돼 있다. 환자도 아니고 의료진이나 직원도 아니고 방문자도 아닌, 이 체류자들의 정체는 뭘까?

● 오락가락하는 '체류'의 정의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에서는 6월 13일 브리핑에서 이렇게 답했다. 

"...체류, 방문, 내원의 차이에 대해서 물어보셨는데요, 단순 방문하신 분들, 그러니까 문병객들은 ´방문´이라고 표현했고요. 그리고 가족이나 이런 간병하시기 위해서 오신 분들 이런 분들은 ´체류´라고 표현을 했고, 환자 분들은 ´내원´ 이런 식으로 용어를 구분해서 사용했는데 좀 더 정확한 것들은 확인을 하겠습니다..."

그런데 가족이나 보호자 등의 체류는 그런 관계가 적혀 있다. 46번은 67번의 보호자로 체류 라고 돼 있고, 48번은 환자 배우자라고 돼 있다. 55번은 아버지를 간병했다고 돼 있다. 65번은 57번의 아내로 체류, 74번은 73번의 남편으로 체류... 나머지 체류자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일주일 전인 6월 7일 삼성서울병원에서 브리핑할 때 단서가 하나 나온다. 복지부 자료에 62번이라고만 돼 있던 체류자에 대해 삼성서울병원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35번 환자 이외에 6일 확진된 62번 환자는 본원의 의사, 60번 환자는 본원 응급실의 간호사로 각각 5월 27일, 29일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에게 노출됐습니다. 62번 환자에게 노출된 의료진 및 직원 68명, 환자 197명,  60번 환자에게 노출된 의료진 및 직원 17명, 환자 281명은 근무제한과 자택격리, 격리병실입원 시행 상태 모니터링을 하고 있습니다. 격리관찰 중인 노출자들에게 증상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62번 환자가 병원 의사라고 삼성서울병원이 일주일 전에 밝혔는데 복지부 자료에는 여전히 '응급실 체류'라고만 돼 있다. 

6월 13일 배포한 자료에는 134번~138번까지는 역학 조사 중이라고 나와 있었고, 오늘 브리핑에 앞서 오전에 배포한 자료에서는 138번 환자에 대해 응급실 체류라고만 돼 있다. 이에 대해 오늘 브리핑에서 복지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응급실 이송요원 137번 환자 이외에는 응급실에 안전을 담당했던 안전요원 1분, 그리고 응급실의 진료를 담당했던 의료인 1분을 포함해서 5명이 모두 14번 환자와 연관된 사례였습니다."

이후 질문이 나오자 "138번은 응급실에 근무한 의사"라고 답했고, 왜 체류라고만 표현했냐고 다시 묻자 "그 체류라는 말이 거기서 근무를 한 의료인이라고."라고 말했다. 바로 어제 같은 관계자가  "...가족이나 이런 간병하시기 위해서 오신 분들 이런 분들은 ´체류´라고 표현을 했고.." 라고 말했는데 하루 만에 바뀐 것이다.
메르스 추가_640
● 정책적 판단으로 발표를 미뤘는데…체류자 29명의 정체는?

삼성서울병원의 첫 감염자이자, 의사인 35번 환자는 6월 1일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복지부는 6월 4일에야 발표했다. 발표가 늦어진 이유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정책적으로 일단 재검사 없이 (메르스) 양성자로 확인하는 게 맞겠다는 판단하에 최종적으로 6월 4일에 발표를 했습니다..."

62번 확진자를 계속 체류로만 분류해 놓고 있고, 138번 확진자도 그저 체류로만 적고 있는 이유는 단순 실수일까, 아니면 정책적인 판단에 의한 걸까.

※ 6.14 현재 삼성서울병원 확진자 현황 (62번, 138번 의료진으로 분류해 재구성)

의료진+ 직원8
환자26
방문2
보호자, 간병, 배우자 등6
체류29


이렇게 되면 의료진과 직원 수가 8명으로 늘어난다. 그럼에도 체류자는 아직도 29명이나 된다. 이 체류자들의 정체는 도대체 뭘까. 

138번 의사는 격리대상자가 아니었고 그 사이에도 계속 진료를 봤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35번 의사도 처음엔 격리대상에서 제외돼 있었고 재건축조합 총회를 다녀오기도 했지만 5월 31일 격리 전에 회진을 돌기도 해서 환자나 다른 사람들을 감염시킬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컸다. 남은 체류자 29명에 혹시 다른 의료진이나, 병원 직원, 관계자들이 포함돼 있는 걸 아닐까.

단순한 오기에 불과한 것이라면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 오해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정책적 판단'으로 적지 않은 것이라면 이를 숨기기보다는 공개하는 게 낫다는 또다른 '정책적 판단'을 내리는 게 더 나을 것 같다. 메르스 발생 한 달이 다 돼 가는 시점인데 당국이 설마 그 정도 판단도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니리라 믿는다.